슬견설 평소 내가 은신처로 삼는 동굴이 하나 있다. 동굴 밖에는 나를 잡으려고 혈안이 된 거인들이 우글거린다. 나는 거인의 손이 미치지 않는 동굴 안쪽으로 깊이 숨는다. 거인들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동굴 문을 큰 바위로 막아버린다. 공기도, 물도, 먹을 것도 유입되지 않는 동굴 속에서 나는 천천히 죽어간다. 여기서 '나'는 길고양이이고, '동굴'은 OO맨션이다. 맨션의 지하 변전실에 얼마 전부터 길고양이가 살고 있는데, 그 수가 점점 늘어나 맨션 주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모양이다. 급기야 주민들은 길고양이가 숨은 변전실의 고양이 통로를 철판 용접으로 막아버렸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길고양이들은 그 속에서 생매장될 것이다. 스무 군데가 넘는 변전실 중 3분의 1 정도가 폐쇄된 상태이며, 조만간 남은 변전.. 2006. 5. 18. 장애물 이용하기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은 대개 거슬리지만,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나뭇가지 때문에 산만해진 배경이 철제 프레임을 중심으로 정리되면서, 고양이의 얼굴과 앞발 쪽으로 시선이 모이게 된다. 2006. 5. 6. 고양이잠 며칠째 예민한 이유가, 깊은 잠을 못 자고 계속 토끼잠을 자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고양이도 깊이 잠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담벼락에 몸을 붙이고 햇빛 쬐면서 졸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그렇게 편안해보일 수가 없다. 길에서 한뎃잠을 자는 건 불안한 일일 텐데 잘도 잔다. 그래도 귀 한쪽을 쫑긋 세운 걸 보면 아주 정신을 놓진 않은 것 같다. 2006. 5. 5. ★뛰어오르기 2006. 5. 2. 4월 29일의 안국고양이 안국고양이들이 놀고 있던 매점 앞길이 공사중이라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가는데, 낯선 삼색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 이 녀석은 경계심이 강해서 잽싸게 도망을 간다. 그래도 찍었다. 그간 찍은 사진들을 생각해보니, 번들렌즈보다 망원렌즈의 활용도가 훨씬 높을 것 같다. 시그마 70-300mm 정도면 별 부담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조만간 캐논으로 갈아탈 예정이다 보니 섣불리 렌즈를 추가 구입하지 않게 된다. 저 긴장한 눈빛이라니. 천하장사를 갖고 있었으면 도망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잽싸게 주차장 문틈 사이로 달아나버렸다. 작은 틈새로도 기어들어갈 수 있는 걸 보면, 고양이의 몸 구조는 정말 독특하다. 사진에는 없지만, 문틈 아래로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서 스윽 들어가는 모습은 순간변신에 가깝다. 내가 못.. 2006. 4. 30. 날아갈듯 힘차게 한 주를 시작해보자는 의미에서. 하늘을 나는 날고양이. 2006. 4. 24. 이전 1 ··· 98 99 100 101 102 103 104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