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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는 햇님고양이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아침이면, 내 방에는 두 개의 해가 뜬다. 하나는 네모난 모양이고, 하나는 동그랗다. 네모난 해가 내뿜는 빛은 눈부시고 날카롭지만, 동그란 해는 내 얼굴에 반사된 빛을 부드럽게 빨아들인다. 하얗고 동그란 햇님이 반쯤 감았던 눈을 뜨고 나를 내려다본다.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관심없다는 듯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널 본 게 아니었다고,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이라고 둘러대는 것처럼. 하지만 스밀라가 아무리 딴청을 부려도, 난 진실을 알고 있다. 내가 잠이 깰 때까지, 스밀라가 종종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새벽잠이 없는 스밀라는 오전 4시가 되면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거실을 걸어다닌다. 밥그릇에 사료가 충분한데도, 시위하듯 그 앞에 앉아 앵앵 운다. 사료를 병아리 .. 2008. 9. 7.
식빵굽는 귀여운 길고양이들 '식빵 자세'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세요? 빵집이 생각난다면 일반인, 고양이가 생각난다면 애묘인일 겁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식빵 자세랍니다. 그럼 길고양이가 연출하는 다양한 식빵 자세를 한번 볼까요? '식빵 자세'란, 고양이가 도사린 모습이 마치 빵집에서 파는 길다랗고 네모난 식빵처럼 보인 까닭에 붙은 애칭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식빵 모양으로 앉은 고양이를 가리켜 '식빵 굽는다' 라고 하죠. 완벽한 식빵 자세를 위한 첫번째 조건은, 앞발을 착착 접어 앞가슴 밑에 쿠션처럼 까는 겁니다. 꼬리를 몸에 찰싹 붙이면 더욱 완벽해지죠. 지그시 눈을 감은 고양이의 얼굴이 살짝 미소짓는 것 같네요. 5대5 가르마를 탄 젖소무늬 고양이가 식빵 자세로 단잠을.. 2008. 9. 5.
무기력고양이를 위한 깃털낚시 어렸을 땐 작은 움직임에도 잽싸게 반응하던 고양이도, 한살 두살 나이를 먹게 되면 만사 귀찮은 얼굴로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스밀라도 한때 오뎅꼬치 장난감에 열렬하게 덤벼들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오뎅꼬치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 단순한 장난감으로 날 즐겁게 해줄 수 있겠느냐" 하는 듯한 시큰둥한 표정이다. 그나마 큰 깃털이 달린 장난감에는 조금 흥미를 느끼니 다행이랄까. 오뎅꼬치는 열심히 흔들어도 상하운동밖에 되지 않지만, 깃털 장난감은 투명 낚싯줄에 매달려 있어 움직이는 방향이 자유롭고, 깃털 모양이 진짜 새와 닮아서 고양이의 사냥본능을 일깨우는 게 아닐까 싶다. 움직임+소리로 유혹해 본다 | 깃털 장난감을 고양이 눈앞에서 흔들어도 별 반응이 없다면 깃털 장난감을 너무 많이 갖고 놀아.. 2008. 8. 31.
추억의 B컷 사진, 버리지 마세요 고양이와 함께 살다보면 집에 있을 때도 수시로 사진을 찍게 됩니다. 필름값 안 든다고 막샷을 날리다보면, 나중엔 '이런 사진은 왜 찍었나'싶은 사진도 많이 찍힙니다. 막샷으로 100장 찍으면 서너 장만 마음에 든달까요. 사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B컷 사진들은 분류해서 찍는 즉시 버리고, A컷 사진들만 남겨놓는 것이 좋다는데, 그래서 저 역시 한동안 그랬습니다. 그러다보니 2년 전쯤 스밀라가 저희 집에 처음 왔을 무렵의 사진들은 별로 남아있지 않네요. 상태가 별로다 싶은 사진들은 가차없이 버렸거든요.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후회가 됩니다. 스밀라의 '처음 무렵'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이 별로 없거든요. 분류하는 게 귀찮아서 폴더에 남겨둔 바람에 운좋게 살아남은 사진 아니면, 블로그용으로 리사이즈해.. 2008. 8. 28.
헬로키티 쿠션과 스밀라 세븐일레븐이었나, 편의점에서 쿠폰을 모아 가져가면 헬로키티 방석이나 머그컵으로 교환해주는 이벤트를 했다. 동료들 간식 심부름도 해주면서 쿠폰은 내가 받기로 하고 열심히 모았는데, 머그컵이 탐났지만 이미 품절되었단다. 할 수 없이 쿠션으로 받아왔다. 쿠션감은 좋지 않지만, 어쨌든 헬로키티 쿠션이니까. 장식용으로나 두련다. 스밀라와 함께 사진을 찍어봤다. 저 폭신한 앞발에 안기고 싶고나. 2008. 8. 9.
귀가 의식 회사에 다시 나가게 되자, 퇴근 때마다 스밀라가 현관 앞까지 마중 나오는 빈도가 높아졌다. 열쇠를 쩔걱거리며 꺼내 끼울 때, 문 너머로 우엥 소리가 들리면 이미 스밀라가 현관까지 나온 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문을 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여 초 정도, 하지만 스밀라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땡' 소리를 내는 순간을 신호 삼아 뛰어나오기 때문에, 나는 스밀라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문을 열면 발아래 동그란 눈을 뜨고 우엥 울며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귀엽지만, 한편으론 "또냐?" 싶다. 현관까지 맨발로 나왔으니, 스밀라를 붙들고 털버선발 네 개를 일일이 닦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별 수 없이 동생을 불러 일단 스밀라를 붙잡게 하고, 수건에 물을 적셔와 발을 닦아 준다. '퇴근하자마자 스밀라 발 닦기'가 .. 2008.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