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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고양이장난감 1.8리터짜리 서울우유 뚜껑을 따면 병목 아래 빨간 띠가 남는데, 그 띠를 벗겨내고 안쪽의 날카로운 부분을 다듬어서 고양이에게 던져주면 신나게 가지고 논다. 하지만 그냥 주면 저렇게 심드렁한 표정을 짓기 때문에, 요령이 필요하다. 포인트는 '바닥에 대고 밀듯이 멀리 쳐내기'. 마룻바닥 이쪽에서 저쪽으로 빠른 속도로 휙 던지면서 움직이게 해줘야, 고양이가 잡으러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운동이 필요할 때 주로 이렇게 하면서 논다. 다른 고양이들에게는 아직 줘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스밀라는 꽤 좋아하는 장난감 중 하나다. 표정은 무덤덤하기 짝이 없지만, 토실토실 앞발로 '덥석' 하고 달려드는 건 귀엽고나. 2008. 3. 23.
눈 속의 블랙홀 고양이 눈의 동공은 밝은 곳에서 가늘어지고 어두운 곳에서 커지지만, 밝은 곳에서도 눈이 까맣게 변할 때가 있다. 뭔가 재미난 것, 호기심을 끄는 것을 발견했을 때다. 그럴 때의 고양이는 제 눈에 비친 사물을 모두 빨아들이기라도 할 것처럼, 눈동자 속에 커다란 블랙홀을 만든다. 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애절한 눈매는, 그냥 만화적인 재미로 설정한 게 아니었던 거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캐릭터를 설정한 사람은 분명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일 것이다. 그럴 때 고양이의 눈동자를 보면 귀엽지만 무척 진지해서 웃으면 안될 것 같은데, 고양이의 엉덩이를 보면 그만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움찔움찔 두 뒷다리를 동동거리면서 폴짝 뛸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스꽝스러워서 웃는 게 아니라 사랑스러워.. 2008. 3. 21.
솜방망이 스밀라가 안겨 있기 싫어서 바둥거릴 때, 앞발을 지그시 잡고 얼굴에 대 본다. 나를 밀치면서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꾸욱 힘줘 누르기 때문에, 자동으로 얼굴 지압이 된다. 그래도 발톱은 내밀지 않으니까 착하지. 솜방망이처럼 동그랗고 포근한 고양이 앞발. 2008. 3. 20.
고양이새 고양이 몸 속에는 새가 숨어있는 게 아닐까. 제일 높은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길 좋아하는 고양이, 꼭 책꽂이 끄트머리에 앉는 고양이는. 스밀라를 가만히 안으면, 작고 따뜻한 털북숭이 몸으로 말을 건넨다. 복화술사처럼 입은 열지 않고, 삐익삐익 새 울음을 닮은 콧소리만 내면서. 2008. 3. 18.
고양이 마약, 캣닢 하루종일 스밀라가 뭘 하며 지내나 가만히 지켜보니, 꽤 무료해 보인다. 고양이도 권태를 느낄까. 하긴 같이 놀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난감 갖고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먹는 음식도 만날 거기서 거기고…. 스밀라가 요즘 만사에 심드렁한 것 같아서, 고양이 간식을 주문하면서 사은품으로 쥐돌이 말고 캣닢 샘플을 보내달라고 했다. 고양이들이 캣닢에 환장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작 스밀라에게는 한번도 줘 본 적이 없었다. 캣닢에 시큰둥한 고양이도 있다는데 스밀라는 어떨지 궁금했다. 과연 좋아할까나. 어제 주문한 물품들이 택배로 도착했기에 캔이랑 샘플 사료를 주섬주섬 정리하고 있는데, 스밀라가 캣닢 봉지를 발견하더니 갑자기 광분하기 시작;;; 그렇게 흥분해서 날뛰는 건 처음 봤다. 막 침을 뚝뚝 흘리면서 .. 2008. 3. 15.
고양이가 말없이 내려다볼 때 아침에 눈을 뜨면, 고양이가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가 가끔 있다. 어제 아침도 의자 위에 도사리고 앉아서 저렇게 빤히 보고 있더라는...스밀라가 '난 네가 어젯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듯한 눈초리로 내려다볼 때면,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 하고 돌이켜본다. 최근 들어 스밀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일이라고는, 뭉친 옆구리털 풀어준 것밖에 없는데. 의자 밑을 내려다보는 스밀라의 등을 위에서 바라보면 이런 모습. 이젠 회색 털이 풍성하게 자라서, 어쩐지 긴머리 아가씨 같은 느낌이 든다. 이불로 내려와서도 여전히 새침한 표정. 2008.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