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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안은 소녀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 나는 길에서 동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보드라운 털을 만져보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고, 만질 수 없다면 한참 쳐다보기라도 해야 했다. 덩치 큰 진도개를 겁도 없이 만졌다가 물려서 원피스가 찢어진 적도 있었다. 다행히 옷만 물려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어린 길고양이를 보고 '그냥 구경만 할까, 한번 안아볼까' 마음속으로 고민하는 듯한 여자아이를 보면서, 나도 어린 시절에 저랬을까 싶어 웃음이 났다. 아이는 한동안 망설이더니 고양이를 덥석 안아들었다. 지금껏 누군가를 안아주기보다,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일에 더 익숙했을 어린 아이이니, 고양이를 안는 폼은 영 서투르다. 가뜩이나 고양이 엉덩이가 아래로 쑥 빠질 것 같은데다가, 아깽이가 바둥거리며 뛰어.. 2008. 10. 3.
일본의 고양이 허수아비 '도리요케' 한국의 가을 들판에 참새 쫓는 허수아비가 있다면, 일본에는 눈빛으로 새를 쫓는 '고양이 허수아비' 도리요케 〔鳥よけ〕가 있다. 어떻게 눈빛만으로 새를 퇴치할 수 있다는 걸까? 그것도 진짜 고양이가 아닌, 가짜 고양이의 실루엣으로 말이다. 한국의 허수아비는 농부 옷을 입고 들판에 서서 빈 깡통을 달그락거리며 새를 쫓는다. 요즘 새들은 영악해서 어설픈 허수아비 따위엔 잘 속지 않는다지만, 어쨌든 참새들도 순진했던 그 옛날엔 허수아비가 들판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톡톡히 한몫 했던 것은 사실이다. 언뜻 보기엔 사람처럼 차려입은 모양새에, 살아있는 것처럼 가끔 깡통 흔드는 소리도 한번씩 내주니, 조심성 많은 새들이 허수아비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허수아비가 '사람 같은 겉모습+깡통 흔드는 소리'로 새를.. 2008. 9. 27.
일본 토종고양이와 고양이요괴'네코마타' '어머, 저 고양이는 꼬리가 없네. 잘렸나 봐...아팠겠다.' 요코하마 골목길에서 처음 이 길고양이를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보통 이런 무늬의 삼색고양이라면, 엉덩이 근처에 길고 빳빳한 꼬리를 달고 있을 텐데 꼬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거의 아무 것도 없다시피 했으니까요. "쳇, 이거 왜 이러냐옹! 내 엉덩이를 잘 봐라옹. 이게 꼬리 아니면 뭐냐옹!" 삼색털 길고양이가 저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겸연쩍어하며 삼색냥의 엉덩이를 보았습니다. "자, 잘 안 보이면 확실히 보여주겠다옹." 삼색털 길고양이가 제 눈길을 못 견디겠는지 벌떡 일어납니다. 자세히 보니 토끼꼬리만큼이나 짧은 꼬리가 엉덩이 아래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긴 하네요. 꼬리가 유독 짧은 일본 토종 고양이인 '재패니즈 밥테일'(Japa.. 2008. 9. 25.
길고양이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올 때 늘어진 나뭇잎 사이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앉을 만한 공간이 비어있다. 길고양이가 오지 않았다면 눈에 띄지도 않았을 회색 타일벽은, 길고양이의 몸을 품어 안고서야 비로소 의미있는 공간이 된다. 고양이의 눈동자처럼 푸른 잎이 후광처럼 고양이의 몸을 감쌀 때,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를 손에 들면, 세상이 수많은 프레임으로 이뤄진 공간 같다. 평소에는 투명해서 보이지 않지만, 길고양이가 나타나면 비로소 뚜렷해지는 프레임. 2008. 9. 12.
지붕 위 숨바꼭질하는 길고양이들 도시에서 길고양이가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붕 위가 바로 그들의 소중한 아지트입니다. 하루에 한번 하늘 보기도 힘든 사람들이 지붕 위까지 시선을 돌릴 리 없기 때문이죠. 골목길 한구석조차 길고양이에게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도, 지붕 위로 돌을 던지지는 않으니까요. 길고양이는 지붕 위에서 잠을 자고, 숨바꼭질을 하고, 때론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명상에 잠깁니다.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세상 모든 것을 초월한 달인의 풍모가 느껴져요. 도심 속의 작은 쉼터, 지붕 위 아지트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만 모아보았습니다. 빨간 지붕위로 얼굴만 내민 고양이 얼굴. 저 사람이 안전한지 아닌지 재 보는 것 같아요. 몸은 기와지붕 뒤에 숨긴 채 뾰.. 2008. 9. 8.
식빵굽는 귀여운 길고양이들 '식빵 자세'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세요? 빵집이 생각난다면 일반인, 고양이가 생각난다면 애묘인일 겁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식빵 자세랍니다. 그럼 길고양이가 연출하는 다양한 식빵 자세를 한번 볼까요? '식빵 자세'란, 고양이가 도사린 모습이 마치 빵집에서 파는 길다랗고 네모난 식빵처럼 보인 까닭에 붙은 애칭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식빵 모양으로 앉은 고양이를 가리켜 '식빵 굽는다' 라고 하죠. 완벽한 식빵 자세를 위한 첫번째 조건은, 앞발을 착착 접어 앞가슴 밑에 쿠션처럼 까는 겁니다. 꼬리를 몸에 찰싹 붙이면 더욱 완벽해지죠. 지그시 눈을 감은 고양이의 얼굴이 살짝 미소짓는 것 같네요. 5대5 가르마를 탄 젖소무늬 고양이가 식빵 자세로 단잠을.. 2008.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