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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 잃은 길고양이의 세상보기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 중에서 눈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본다. 인간에게 학대를 당해 눈을 다치는 경우도 있지만, 영역을 지키며 몇 마리씩 무리지어 사는 고양이의 경우, 한 마리가 눈병을 앓으면 빠른 속도로 전염되기 쉽다. 눈물이 줄줄 흐르거나 눈곱이 심하게 낀 고양이라면 십중팔구 결막염에 걸린 것이다. 길고양이끼리 싸우다 각막에 상처를 입고 낫지 않은 채 방치되면, 찢어진 각막 속의 내용물이 흘러나와 결국 실명하고 마는 '각막천공'이란 병에 걸리기도 한다. 늘 건강하고 활기찼던 밀레니엄 고양이들도 지난 겨울 눈병을 피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얼핏 보기에도 눈이 편치 않은 고양이가 서너 마리다. 밀레니엄 고양이 무리에서 왕초 노릇을 하는 고등어무늬 고양이는 오른쪽 눈이 일그러져 제대로 볼 수 .. 2008. 5. 2.
주말 길고양이 출사 예정 오래간만에 올려보는 길고양이 사진. 2006년부터 쭉 썼던 니콘 D70을 유진에게 넘겨주고 한동안 구형 똑딱이로 버티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카메라를 주문했다. 원래 이번 주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물건 없다고 다음 주에나 온단다-_- 5월 초부터 출근하는데, 첫 출근일이 2일에서 6일로 미뤄져서 잠깐 여행이나 다녀올까 했더니 결국 못 가게 될 듯하다. 아쉽긴 하지만 정리해야 할 일도 남았고 하니, 차분하게 기다리다가 카메라 오면 동네로 길고양이 출사나 나가야겠다^ㅅ^ 2008. 4. 27.
길고양이를, '취미 삼아' 키우냐고요? 방송국이라며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왔다. "혹시 길고양이 아직도 데려와 키우세요? 몇 마리나 키우세요? 요즘도 길고양이를 취미로 키우시나 해서요. 그런 분을 섭외하는 중인데..." 함께 사는 고양이 한 마리로도 충분히 벅차다고, 그리고 길고양이를 '취미 삼아' 키우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하지만 길고양이를 데려다 돌보고 입양하는 분들을 소개해 드릴 수는 있다고 말했더니, 원하는 그림이 그려질 것 같지 않았는지 알았다며 끊는다. 무슨 의도에서 '길고양이 키우는 취미'가 있는 사람을 찾는지 모르지만, 그 '취미'란 말이 상당히 거슬렸다. 길고양이 데려다 키우는 일을 취미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그 일을 취미라고 말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전화를 걸어온 분이 단지 어휘 선택을 부적절하게 한 것일 뿐이라고 믿.. 2008. 3. 27.
로드킬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 정식 개봉(3.27~) 삵 한 마리가 대로변에 누워 있다. "이제 그만 일어나, 자동차가 달려들지도 모르잖아." 귀에 대고 속삭여도, 녀석은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길을 건너다 로드킬을 당했기 때문이다.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는 길고양이와 가장 많이 닮은지라 삵을 보면 친근한 마음이 들곤 했는데... 포스터 속 죽은 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아직 사체 훼손은 심하지 않지만, 누군가 치워주지 않으면 곧 차 바퀴에 짓눌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고 말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 로드킬을 다룬 영화 를 상영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2007인디다큐페스티벌 상영작 중 하나로 한 달 가까이 일민미술관에서 상영했지만, 다니던 회사에서 창간할 잡지 준비로 정신없던 무렵이라 가질 못했고 내내 마음이 쓰였다. 한데 이번에 하이퍼텍나다에서 .. 2008. 3. 11.
정리하는 시간 연휴 기간 짬을 내어 다음넷 블로그에 있던 글을 조금씩 갈무리한다. 이사 전날 밤까지 잡동사니를 뒤적이며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사람처럼, 가져와야 할 글을 주섬주섬 골라 새 블로그에 담는다. 작년 4월 catstory.kr 도메인을 구입하고도 블로그 이전을 차일피일 미뤘었다. 이글루스는 2003년부터, 다음넷 블로그는 2005년부터 써 왔으니 이런저런 추억도 있고, 그전의 블로그가 폐가처럼 방치될 것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질 것 같아서다. 뭔가를 내 손으로 끝내야 할 때면 늘 그런 기분이 든다.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론 애틋한 느낌. 오늘은 2006년 여름 무렵 만들었던 길고양이 엽서들을 가지고 왔다. 스킨으로 썼던 이미지를 버리기가 아쉬워서 짧은 글을 붙여 블로그에 올리면서 엽서라고 불렀다. .. 2008. 2. 9.
고개를 숙이고 걷는 고양이 갤러리 잔다리로 가는 길에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는 고개를 숙이고, 평균대처럼 도드라진 길의 경계선을 따라 걷는다.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느릿느릿 걷던 녀석은, 제 뒤를 쫓는 인간의 기척을 느끼고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뛰지는 않지만, 초점을 맞추며 따라 걷기에는 버거운 속도다. 꼬리 짧은 고양이는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깃발을 빼앗긴 패잔병 같다. 의기양양해서 꼬리를 잔뜩 치켜세울 일이 있어도, 전투 자세로 들어가 상대방을 위협해야 할 때도, 저렇게 짧은 꼬리로는 영 폼이 나지 않는 것이다. 짧은 꼬리 고양이를 볼 때마다, 먼지떨이처럼 길고 풍성한 스밀라의 꼬리를 생각한다. 기분이 좋을 때면 스밀라는 무슨 의식이라도 거행하듯이 꼬리를 바짝 치켜들고 거실을 사뿐사뿐 행진한다. 내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2008.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