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보트처럼 밀레니엄 고양이가 유독 좋아하는 저 자리. 보통 한두 마리가 올라앉아 있기 일쑤였는데, 이날은 비좁지도 않은지 네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정원을 초과한 난민 보트처럼 자리가 꽉 찼다. 항상 가까이서 고양이를 찍거나, 아니면 고양이 중심으로 사진을 트리밍했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나무들의 키가 훌쩍 크다. 다만 밀레니엄 타워가 워낙 높은 까닭에, 나무 높이가 실감나지 않을 뿐이다. 가까이 가면 동그란 부분에서 뜨끈한 바람이 연신 흘러나온다. 어쩌면 밀레니엄 고양이들은 저 뜨끈함 때문에 저 자리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딴청을 부리던 녀석들이 사진찍던 나를 발견. 눈빛 공격을 던져온다. 그 와중에도 카오스 무늬 고양이는 하늘바라기에 여념이 없다. 2007. 5. 25. 짝짓기의 계절 밀레니엄 타워를 지나다가 고양이 울음 소리가 나기에 가 보았더니 젖소 무늬 아깽이와 고등어 무늬 고양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그런데 싸울 때 나는 특유의 앙칼진 목소리는 아니고, 어딘지 애달픈 목소리. 발정기 때의 목소리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니 고등어 고양이가 젖소 아깽이의 목덜미를 물고 올라탄 걸로 봐서, 아마 짝짓기를 시도하던 중이었던 것 같다. 날이 따뜻해지는 5월은 길고양이들이 짝짓기를 하기에 좋은 계절이긴 한데, 젖소 아깽이는 아직 어린데 말이다. 어쩌면 두어 달 뒤에 엄마 고양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2007. 5. 17. 사람 구경 요즘은 밀레니엄 고양이도 사람을 경계하는 까닭에 예전처럼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때는 대낮에도 길 한가운데 이렇게 도사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예상하지 못한 고양이의 등장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은 들여다보고 가곤 했다. 빨간 옷을 입은 아주머니의 등장과 퇴장에 주목할 것. 고양이의 눈길이 아주머니를 스윽, 따라간다. 2007. 5. 14. 도심속 숲고양이 ‘밀레니엄 고양이’가 무슨 종이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무슨 특별한 품종이라도 따로 있는 것인지 궁금한 모양이다. 사실 별 뜻은 없고, 밀레니엄 타워 아래 사는 길고양이들이라 식별하기 좋게 건물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밀레니엄 타워의 정식 명칭은 종로 타워지만, 그대로 썼다면 ‘종로 고양이’가 됐을 테니까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곤란하긴 하다. 어쨌거나 밀레니엄 타워 뒤편 화단에는 대대로 밀레니엄 고양이가 살고 있다. 언제부터 이곳에 길고양이들이 살았는지 모르지만, 밀레니엄 타워의 완공 연도가 1999년이니 아마 2000년 이후일 것이다. 이곳에 유독 고양이가 많은 건, 사무용 건물에 딸린 화단치고는 제법 숲 느낌이 나도록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키 큰 소나무 아래로 나지막한 나무들이 빽빽하.. 2007. 5. 14. 내 마음의 첫 번째 길고양이 맨 처음 찍은 길고양이 사진이 어떤 것이냐고 물어보면, 늘 밀레니엄 삼색 고양이라고 얘기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말이 맞고, 어떤 의미에서는 틀리다. 밀레니엄 고양이는, 내 마음에 들어온 첫 번째 길고양이다. 그 녀석과 만나면서 처음으로 길고양이 사진을 꾸준히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연속성 면에서 본다면 밀레니엄 삼색 고양이의 사진이 첫 번째 길고양이 사진인 셈이다. 반면 서소문 뒷골목에서 찍은 길고양이 사진은 길을 가다 무심코 찍은 것이지만, 거리를 헤매는 길고양이처럼 고단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첫 사진이어서 소중하다. 이 사진을 찍은 건 2001년 4월쯤, 밥벌이와 무관한 그림 전공으로 대학원을 졸업한지 두 달째 되던 무렵이었다. 내가 해온 공부로는 미술학원 강사 아니면 단기 아르바이트밖.. 2007. 5. 12. 호기심 덩어리 밀레니엄 타워에서 새롭게 눈길을 끌기 시작한 젖소 아깽이. 겁이 많아서 내가 조금만 바스락거려도 움찔하며 후다다닥 달아나지만, 조용히 서 있으면 조심스럽게 다시 구경하러 나온다. 왕성한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겨버린 탓이다. 그리고는 '도대체 저 인간이 손에 든 까만 물건은 뭐지?' 하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목을 쑥 빼고 바라본다. 2007. 4. 5. 이전 1 ···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