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려간다 담벼락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내 눈치를 슬슬 보던 고양이가 잽싸게 도망간다. 얼떨결에 하나 건진 무늬만 패닝샷. 몸에 초점이 맞았으면 좋았을 것을, 앞발에만 살짝 맞았다. 다른 고양이에 비해 절반 길이밖에 되지 않는 꼬리는 몽톡하니 너구리 같다. 무슨 일로 잘려나가기라도 한 것일까. 조각처럼 앉아있는 고양이는 새초롬하니 사랑스럽지만, 달리는 고양이는 생명력이 느껴지기에 매력적이다. 2006. 3. 4. 겨울고양이 와인창고에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컷. 담과 담 사이, 화면 상단을 2등분하는 좁고 어두운 틈으로부터 출발한 시선은, 얼룩고양이의 연두색 눈동자에서 한동안 멈추고, 다시 빨간 화분 쪽으로 튕겨나가 검은 봉지를 슬쩍 건드리면서 천천히 화면을 한 바퀴 빙글 돌아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런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사진은 기분이 좋다. 내가 찍은 것이든, 남이 찍은 것이든 간에. 사진 속의 고양이는 털이 폭신한 겨울고양이, 고즈넉한 풍경 속에 서서 나와 눈을 맞추고 있다. 2006. 3. 3. 와인창고 근처에서 만난 고양이 정독도서관에 들렀다가 돌아가는 길에, 와인창고 쪽으로 달아나는 얼룩고양이. 고양이가 이쪽으로 와주면 좋겠다 싶을만큼 담의 빛깔이나 얼룩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얼룩고양이는 무심히 반대편으로 가버렸다. 하긴, 내 마음대로 모델 세울 수 있다면 그게 어디 길고양이겠나. 통통하고 꼬리가 굵은 왕고양이다. 아쉬운대로, 와인상자의 쌓인 모양새가 독특하니 이쪽 면도 재미있다. 2006. 3. 3. 고양이 담배피던 시절 실은 고양이가 담배를 물고 있는 건 아니고, 뒤에 떨어져있던 담배꽁초일 뿐이지만. 왠지 말못할 고민이 있어 담배를 꼬나물고 분을 참는 듯한 분위기다. 2006. 2. 26. 뛰어내린다 담벼락에 서 있던 고양이가 1미터는 됨직한 담벼락 아래로 뛰어내리는 순간. 꼬리가 쭈삣 섰다. 2006. 2. 26. ★오래간만에 만난 황토색 안국고양이.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햇빛 받으며 졸고 있던 삼색고양이와 놀다가, 집에 가야겠다 싶어 발을 돌리는데 저 멀리서 황토색 고양이가 나타났다. 실로 오래간만이다. 자꾸만 돌아보며 멀어져가는 아이와 성큼성큼 다가오는 고양이의 대조적인 모습이 재미있어서 찍었지만, 윗부분에 군더더기가 너무 많아 잘라냈다. 사실 고양이의 발걸음이 너무 빨랐다. 도로가 더 나오도록 밑으로 조금만 더 내려찍었으면 좋았을걸. 황토색 고양이는 잰걸음으로 개인주택에 딸린 주차장 쪽으로 가더니, 차 위로 가볍게 뛰어올랐다. 그리고 차 지붕 위에 서서 나를 1분 정도 바라보다가, 담벼락으로 뛰어올라 바로 옆집에 있는 정원으로 사라져버렸다. 사실 안국고양이를 만나러 가면, 늘 있는 자리에서 놀고 있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다. .. 2006. 2. 23. 이전 1 ··· 124 125 126 127 128 129 130 ··· 1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