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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해서 슬픈 길고양이의 줄행랑 몇 미터 앞에서 저를 발견한 길고양이, 순간 몸을 움칫하더니 도망갈 구멍을 찾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본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부터 들었던 모양입니다. 한데 통통해진 몸집 때문에 어린 시절 즐겨 숨던 하수구멍엔 도무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기고양이 몸집이라면 쏙 들어갈 정도의 하수구멍이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잔뼈가 굵어지고 통통해진 길고양이에게는 아무래도 저 곳은 피난처로 무리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곳을 제 집 삼아 살아왔을 길고양이에겐 어디로 가면 숨을 수 있을지, 인간의 손을 피할 수 있는지 모두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겠지만, 예전의 어리고 가녀린 몸매가 아니라 통통한 중고양이로 훌쩍 자랐다는 것은 미처 계산에 넣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옛날엔 분명히 저 구멍에 쏙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런 낭패가.... 2010. 10. 19.
[폴라로이드 고양이] 081. ㅋㅋ하는 고양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손으로 입을 슬며시 가린 고양이를 만나면 웃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간신히 웃음을 참는 것 같아 저도 고양이 따라 씨익 웃고 맙니다. 그럴 때 고양이는 야옹 우는 대신 ㅋㅋ 하고 웃을 것만 같아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니? 나도 같이 웃어보게.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0. 18.
"나 잘했어요?" 칭찬받고 싶은 길고양이 대나무에 매달려 씨익 웃음 짓던 개죽이를 기억하시나요? 누가 받쳐줘도 붙잡기 어려울 듯한 나무를 앞발로 끌어안고 묘한 표정을 지은 그 강아지는 '개죽이'라는 별명을 받고 모 사이트의 인기 마스코트가 되었던 적이 있지요. 한데 고양이에게도 개죽이 못잖은 매달리기 솜씨를 자랑하는 친구들이 많답니다. 특히 나무타기를 좋아하는 고양이에겐 더 그렇고요. 어린 고양이는 어른들이 하는 시범을 보고 기술을 익히는데, 저번에 소개했던 노랑아줌마의 시범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뛰어오르기 전에는 위를 올려다보며 높이를 가늠합니다. 나무를 탈 때는 주저없이, 발톱을 세우고 한달음에 평지를 달리듯 뛰어올라야만 합니다. 미끄러질 것을 생각하고 겁부터 먹는다면 나무타기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아직 여린 발톱이지만 까끌까끌한 소나무.. 2010. 10. 18.
[폴라로이드 고양이] 080. 줄무늬가 닮았네 고양이 털옷은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오렌지색의 길고양이는 왜 그런지 모르게 더 마음이 끌린답니다. 아마 줄무늬 옷을 입은 호랑이와 가장 많이 닮아서 그런가 봐요. 줄무늬 박힌 주차기둥 옆에 나란히 선 고양이 다리에도 가로줄무늬 예쁘게 그렸습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0. 17.
길고양이 혈투도 멈추게 하는 '밥의 힘' 땅 위를 주된 거처로 삼고 사는 길고양이가 있는 한편, 지붕을 주 서식지로 삼고 살아가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새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붕이나 나뭇가지 위에서 안심하는 것처럼, 높은 곳도 비교적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길고양이 역시 지붕을 안전가옥으로 선호합니다. 다만 도미토리 같은 곳에서 2층보다 오르내리기 쉬운 1층 침대가 선호되는 것처럼, 같은 영역 중 지붕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내야 하기에, 대개 1층 고양이와의 세력다툼에서 밀린 고양이들이 지붕 위로 쫓겨가곤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지붕 위에서도 길고양이의 세력 다툼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레니엄 지붕 고양이의 일족인 삼색 길고양이 둘이 노려보고 이빨을 드러내는 폼이, 혈투를 막 시작할 모양입니다. 둘 다 삼색이인지라.. 2010. 10. 17.
미술관 식객 길고양이, 미돌이 매일 오후가 되면, 성북동갤러리 앞으로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식객 길고양이가 있습니다. 평소 유기동물과 멸종동물을 위한 전시를 기획해온 관장님은 매일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계시는데 친해진 길고양이에게는 이름도 미돌이라고 붙여주었습니다. 이름의 정확한 사연까지는 아직 여쭤보지 못했지만, 미술관 앞 길고양이라 그렇게 지은 것일까 싶기도 해요. 이 미돌이가 은근한 미묘입니다. 젖소무늬 대칭 가면을 얼굴에 쓰고 등허리엔 검은 숄을 두른 모습이, 젖소무늬 고양이의 표본 같아요. 이 전시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지 잘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자동차 아래 숨어 있다가, 슬그머니 나와서 밥을 먹으려 하는데요, 지금도 시선은 밥그릇 쪽을 향해 있어요. 사람에게 완전히 경계를 푼 것은 아니어서,.. 2010.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