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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이하는 배트맨 길고양이 재개발과 관련된 구호가 가득 적혀 있던 홍제동 개미마을 담벼락 위로 화려한 벽화가 덮이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하나둘 늘기 시작했습니다. 개미마을에 사는 길고양이들도 덩달아 분주해졌습니다. 때로는 사람을 피해 달아나지만, 호기심 한자락은 지우지 못한 채로 저를 빤히 바라보는 젖소무늬 고양이에게 마음을 건네 봅니다. 배트맨을 닮은 얼굴... 언젠가 다시 만나면 배트맨이라 불러주려 합니다. 2009. 11. 22.
줄 서서 밥먹는 길고양이 급식소 고양이를 찍으러 다니면서 길고양이 임시 급식소를 엽니다. 모든 길고양이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최소한 길고양이가 절 만난 그날만큼은, 깨끗한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떤 곳의 길고양이는 서로 머리를 들이밀며 싸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질서 있게 사이좋게 밥을 먹습니다. 줄을 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려 먹기도 합니다. 먼저 밥그릇을 발견한 노랑이가 머리를 들이밀며 밥을 먹습니다. 급한 마음에 앞발까지 이미 밥그릇으로 쑥 들어가 있습니다. 뒤늦게 온 호랑이는 눈을 감고 마징가 귀를 한 채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자 표정이 좀 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노랑이는 뒤꼭지가 따가웠는지, 슬그머니 뒤를 돌어보는가 싶더니... 다시 밥.. 2009. 11. 19.
아기 길고양이의 외나무타기 도전 어른 길고양이에게는 가뿐한 높이도, 아직 배울 것 많은 어린 길고양이에게는 가끔 두렵게 느껴집니다. 위로 뛰어오르다 떨어지면 딱딱한 돌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 테니까요. 그렇지만 엄마에게 배운 대로, 오늘은 혼자 외나무 타기에 도전해봅니다. '뛰어오를 곳을 뚫어져라 보다가, 뒷다리에 힘을 넣고 단번에 뛰어오르는 거야. 겁먹으면 떨어진다구.' 뒷다리에 엄마 젖먹던 힘까지 싣고, 위태로워 보이는 나무조각 위로 훌쩍 뛰어오릅니다. 고양이의 뒷발 힘은 무지 세답니다. 뒷다리 근육 힘만으로 1미터든, 2미터든 담벼락을 훌쩍 뛰어오르니까요. 저희 집 고양이 스밀라를 안았다가 제 앞가슴을 밀치며 뛰어내리는 뒷발질을 몇번 체험하고 나서 '무슨 고양이 힘이 이렇게 세?' 하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는데, 뒷발 힘은 거.. 2009. 11. 18.
지붕에 혼자 남겨진 아기 길고양이 한여름 은신처가 되어준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만 지붕 아래, 어린 길고양이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있습니다. 엄마 길고양이는 먹이라도 구하러 간 것인지 보이지 않고, 아기 길고양이 혼자 텅 빈 지붕을 지키고 있습니다. 나뭇잎 지붕이 사라진 슬레이트 지붕이 휑합니다. 아기 길고양이에게 태어나 처음 맞는 가을은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머리 위에 가득했던 초록 잎사귀가 누렇게 시들시들해지는가 싶더니, 하나둘 떨어져버려 이제 남은 게 없으니까요. 덮지도 못하는 낙엽 이불만 발치에 뒹굽니다. 저 낙엽이 하나하나 따뜻한 담요 조각이었으면 좋겠네요. 바스락 소리에 아기 길고양이가 귀를 뾰족하게 세우고 지붕 끝으로 달려듭니다. 아빠 길고양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아빠 길고양이는 스티로폼에 앞발톱.. 2009. 11. 15.
[Samsung VLUU WB5000] 24배줌의 강력한 힘! 개미마을 출사기 영 * 이 리뷰는 삼성 VLUU WB5000 체험단의 일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2009. 11. 7.
산적두목 닮은 후덕한 길고양이 '폐가를 지키는 길고양이 두목냥' 사진을 찍으면서 만난 고양이 얼굴이 어쩐지 눈에 익어 하드를 뒤져보니 1년 전 이맘때 이곳에서 찍은 산적두목냥이었네요. 볼살이 후덕하게 붙은 모습, 가장자리가 조금 너덜너덜하게 찢긴 귀의 인상이 여느 길고양이와 다르게 산적두목처럼 보여서 기억에 남았거든요. 처음 만난 그때는 지붕 위에 올라가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지요. "내가 둥글둥글해보이지만 그리 만만한 고양이가 아니야" 하고 눈을 부릅뜬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보살 같은 인자한 눈빛으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는 보살고양이가 되기도 합니다. 해가 바뀌고 같은 계절이 돌아왔어도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남아준 산적두목냥입니다. 자기는 정면보다 옆얼굴이 잘 나온다며 얼굴 방향도 살짝 바꿔주던 모습도 남아있어요. 지붕.. 2009.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