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2016.02.14 13:01 | 분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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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에 대해 관심이 많다. 구체적으로는 그 결핍이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바꾸는가에 대해서. 어떤 종류의 결핍은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만, 어떤 결핍은 반작용으로 집착이나 강박을 만들어낸다. 성장 과정의 결핍과 관련해 흔히 인용되는 알코올중독자의 두 아들 이야기가 있다. 날마다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큰아들은 아버지처럼 알코올중독자가 되었고, 작은아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목사가 되었다. 당신은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느냐고 묻는 질문에, 두 아들은 똑같은 답을 했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보면 이것은 환경도 극복하기 나름이라는 교훈을 주기 위한 일화다. 그럼 큰아들은 실패자이고 작은아들은 성공한 사람일까. 한데 나는 그런 교훈을 얻기보다는, 작은아들의 내면을 지배하는 모범생에 대한 강박이 어린 시절부터 그를 얼마나 옥죄었을까 상상한다. “환경 따위가 나를 지배할 수 없다고 되뇌고, 자신의 인생으로 그것을 증명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전쟁을 치렀을지 상상한다. 아무도 피를 흘리지 않고 죽지도 않지만 그 전쟁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감정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논리적인 사람이 되어 해답을 찾고자 한다. 남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더욱 엄격하고, 누구보다 울고 싶지만 정작 울 수는 없는 아이-그렇게 울지 못하는 아이가 자라 '어른아이'가 된다. 어른의 몸속에 갇힌 그런 아이를 발견할 때면 깊은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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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동물기>라면 어렸을 때 읽었던 늑대왕 로보 이야기가 생각난다. 로보를 잡기 위해

로보의 아내인 은빛 늑대 블랑카를 죽여 함정을 만들고, 그것 때문에 이성을 잃고 결국 잡힌 

로보를 안쓰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때 읽었던 건 아동용 축약본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시튼이 고양이 이야기까지 썼다는 건 몰랐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그가 남긴 다른 책들을 접하면서

새삼 그가 얼마나 동물의 삶에 깊이 매료되었고, 깊은 감정이입 속에서 글을 썼는지 알게 되었다.

 

흔히 시튼을 '학자가 아닌 작가의 시점으로 동물의 세계를 그려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동물을 미개한 생물이나 통제할 대상으로 보는 대신, 그들에게도 희로애락이 있고

존중받아야 할 세계가 있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데, 이를 위해

자기 주장의 당위성을 강조하거나 계몽주의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생각이 스며들게 만드는 법을 택하는데

강요하지 않으면서 공감하게 만든다는 건 그만큼 필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니

새삼 시튼이 얼마나 탁월한 작가였는지 깨닫게 된다.

 


한동안 <시튼 동물기>를 잊고 있다가 다시 찾게 된 건 고양이 책을 모으면서부터였는데

성의없이 그린 삽화를 넣고 대충대충 만든 아동용 축약본과 달리, 지호에서 출간한 버전은

꽤 정성들여 만든 티가 났다. '시튼의 야생동물 이야기'란 이름으로 총 6권이 나왔고

그중 내가 좋아하는 <뒷골목 고양이>(2003)는 무려 13년 전에 출간된 책인데도 불구하고 

표지 디자인이 그다지 촌스럽지 않다. 제목과 달리 고양이 이야기는 별로 없지만...

안타까운 건 절판되어 현재는 시중 서점에서 살 수 없다는 점이다.

헌책방 동호회 시절에는 그런 책을 찾아다니고, 또 필요한 책은 서로 찾아주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도 알라딘 헌책방 개인판매자 몇몇이 올려놓긴 했지만 가격대를 보면 턱없는 중고가에 헛웃음만 난다.

 

 

2006년 논장에서 완역본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5권 세트가 나왔지만, 지호 판보다 구성이 빠지고

표지 디자인도 한참 시대에 뒤떨어져서 '도대체 어떤 면에서 완역본이냐'라는 생각이 들 뿐

딱히 구매욕이 생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결정적으로, 표지에 박아놓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라는 글귀는

시튼 동물기를 아동서로밖에 보지 않는 출판사의 시각을 한눈에 보여주는 터라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궁리에서  <시튼의 동물 이야기> 시리즈가 나와서 다시 한 번 구매를 고려해보게 됐는데...

 

 

무려 9권이지만, 낱권 판매 같은 자비는 없다.

하드케이스 포함 전집이란 점 외에 특별히 한정판다운 면은 안 보이지만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세트와 차별점이라면 

<탈락 산의 제왕>, <옐로스톤 공원의 동물 친구들>이 국내 초역으로 실렸다는 점 정도이다.

그밖에, 한정판 세트를 구매하는 사람에겐 동물 마그네틱 3종 세트를 준다고.

 

재고 부담을 고려해서 초판 500부만 찍는 거라면, 그런 의미에서의 한정판은 될 수 있을 것 같고 

2월 중에는 보급판도 출간된다고 하니 낱권 구입을 고려한다면 좀 기다려보면 되겠다.

호 판에서 번역을 맡았던 역자들이 참여한 걸 보면 중복되는 책들은 기존 번역본을 재계약한 듯.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고 고양이 책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관심사가 동물 전반에 대한 책으로 넓어지다 보니

시튼 동물기를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찜해두는 책.

* 2월 8일 현재 알라딘 청소년 주간 21위, 세일즈 포인트는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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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가 단백뇨 진단을 받았다. 새벽부터 뽈뽈거리며 잘 돌아다니고

간식 달라, 놀아달라 호통과 밥투정이 늘어 건강해진 것처럼 착각하기 쉽지만

남은 생애 동안 스밀라가 신장질환이나 그에 따른 합병증과 싸워야 한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한 해 동안 분가, 퇴사, 이직 같은 일을

연달아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동안 스밀라에게는 평화로운 기간이 이어진 탓에 잊고 있었다.

스밀라는 벌써 열두 살, 사람으로 치면 일흔 살쯤 되는 할머니 고양이고, 환자라는 걸.

 

원래 6개월마다 갔어야 하는 건강검진을, 바쁘다고 몇 달 미뤘던 탓인 것 같아 심란하다.

간식 달라는 소리에 차오 추르며 동결 닭가슴살 따위를 꼬박꼬박 먹였던 것도 그렇고...

스밀라는 단백질 섭취 제한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건강해 보이니까 조금씩 주는 건 괜찮겠지' 하고

여겼던 내 잘못이다. 방심한 사이에 잘못한 일과, 잘못했었을 지도 모르는 일만 떠올라 착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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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重廣, 1797~1858)의 <명소에도백경: 아사쿠사의 논과 도리노마치 축제>(1857)는

히로시게의 만년작이다. 고양이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예순이 넘은 노화가의 그림자가 언뜻 비친다면

너무 과장된 상상일까. 어쨌거나, 우키요에 하면 떠오르는 호쿠사이의 후지산이나 파도 그림보다도

나는 이 그림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이 그림은 그저 아사쿠사의 논 그림으로 보이겠지만, 심지어 제목에도

고양이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도 없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눈에는 '고양이 판화'로 보인다.

보는 이가 그림 속 어느 곳에 마음을 두는가에 따라 그림의 주제가 달리 느껴지고

전경과 배경이 교차되는 것처럼, 지금 준비하는 책도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고양이 사진집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책이 될 것이다.

한데 고양이와 노모의 교집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심한 척하지만 속내는 다정하다는 점도,

지금은 곁에 있지만 언젠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리라는 점도 닮았다.

익숙한 풍경에서 어느 순간 그들이 없어질 때를 상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고양이 사진집으로 보든, 노모의 사진집으로 보든, 결국 이 책은 가족에 대한 사진책이다.

단지 "고양이도 가족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고양이 사진집인 줄로만 알고 집어들었는데,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나의 어머니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그런 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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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한국고양이보호협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한다고 하네요. 매년 고양이를 테마로 고보협 달력이 나오는데,

올해는 재개발 고양이를 테마로 달력을 만들 예정이라고 해서 그간 찍은 길고양이 사진들을 보내드렸습니다.

 

 

 

저는 사진기부를, 고양이 잡지 <매거진C>를 만드는 펫러브에서는 편집디자인 기부를 해주셨고요.

 

달력 판매 수익금은 고양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합니다.

 

매년 길고양이 치료비와 보호소 고양이들 돌봄비로 적잖은 금액이 들어간다는 걸 알기에, 제가 기획해서 매년 진행하는

 

'고양이의 날' 전시 때도 약소하나마 후원판매를 하고 수익금으로 고보협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만,

올해는 달력 사진에도 참여하게 되어 보
람이 있네요. 아래는 탁상달력 내지 사진 12장입니다.

 

재개발이 끝난, 혹은 철거 중이거나 앞으로 개발이 예정된 장소들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보니

 

사진에 등장하는 풍경 중에는 예전 모습이 남아있지 않은 곳들이 많습니다.

  

사라진 고양이들과, 바뀌기 전의 골목 풍경을 아쉬워하며 찍은 사진들이라

 

귀엽고 예쁘기만 한 고양이들만 등장하는 달력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11월과 12월 달력사진이 가장 마음에 남아요.

 

둘 다 아이폰으로 찍은 거라 DSLR로 찍은 것보다는 해상도가 떨어지지만

 

재개발 지역 고양이가 살고 있는 팍팍한 환경이 생생하게 드러난 사진이거든요.

 

탁상형 달력에는 아래 사진엽서 4장이 함께 들어갑니다.

 

벽걸이달력 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지에 들어가는 사진은 탁상형과 동일합니다.

 


판매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홈페이지에서 진행합니다. 탁상달력 3개를 구입하면

 

벽걸이 달력 1개를 추가로 드리는 '3+1' 행사도 하고 있네요.

 

http://www.catcare.or.kr/bbs/board.php?bo_table=A01&wr_id=1816

 

아무쪼록 많이 판매되어서 길고양이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