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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컨퍼런스] 블로거 만남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컨퍼런스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방식'의 행사입니다. 수천 명이 참여하는 행사이니 컨퍼런스 형식이 무난하겠지만, 블로거의 '만남'을 중시하는 행사라면서도 정작 '특정한 주제에 관심 있는 블로거들이 만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 안내가 없네요. 예를 들면, 블로거 컨퍼런스에서 길고양이를 좋아하는 블로거들을 만나고 싶다면, 그냥 제 블로그에서 알아서 번개를 쳐야 하나요? 이 사안과 관련한 공지는 FAQ의 아래 항목 중 밑줄 친 부분 정도인데, 해당 사안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Q. 블로거들을 위한 행사인만큼 다른 블로거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가질 수 있나요? A. 이번 행사는 사용하는 블로그에 상관없이 다양한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들을 위한 축제의 장.. 2008. 3. 8.
야나카 뒷골목 고양이들 닛포리역 근처 재래시장 야나카 긴자로 가는 길에, 혹시 고양이가 있을까 골목길을 들여다보았더니 있었다. 방울이 달린 목줄을 했고, 근처에 주홍색 밥그릇도 놓인 걸 보니 집고양이다. 집고양이나 길고양이나 관계없이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듯, 방울 단 고양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집안에만 갇혀 사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들. 그리고 고양이만큼 자주 볼 수 있었던 자전거.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라면, 자전거가 가장 저렴한 이동 수단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는 동안 스르르 나타난 고등어무늬 얼룩 고양이가, 흰고양이와 카메라 사이로 끼어들어 엉덩이를 붙이면서 슬며시 내 눈치를 본다. 2008. 3. 2.
스밀라와 놀아주기 방문을 조금 열어두고 문틈으로 손가락을 꼼질꼼질하면, 스밀라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달려올 준비를 한다. 사냥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턱은 땅바닥에 닿을 듯이 낮추고, 앞발은 짐짓 몸 아래 슬쩍 감추고, 엉덩이는 살짝 들고, 뒷발은 동당동당 제자리뜀을 하다가 순식간에 내달린다. 제딴에는 '들키지 않게 몰래' 시동을 거는 것이겠지만,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것만 봐도 녀석이 뛰어올 게 빤히 보이니 웃음만 날 뿐이다.우다다 달려온 스밀라 앞에서 얼른 손가락을 치우면, '아까 그 녀석은 어디 감췄어?' 하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기울여 문틈 너머로 눈길을 주면서. 스밀라는 집에 사람이 있는 걸 알면 혼자 놀려고 하질 않아서, 문 앞에 앞발을 딱 모으고 앉아 고함을 .. 2008. 3. 2.
마음에 힘이 되는 블로깅 원하는 것을 강렬하게 소망하면 이뤄질까? 이를 위해서는 목표를 머릿속에만 간직하기보다, 늘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게 좋다고 한다. 내용 빤한 자기계발서에나 나옴직한 말 같지만, 마냥 흰소리로 치부할 것만도 아니다. 아래 '할 일 목록'은 2005년 8월 '이글루스 가든' 오픈 이벤트 때 프린트해둔 것인데, 2년 반이 지난 지금 중간 점검을 해보면 세 가지 목표 중 두 가지는 엇비슷하게 이룬 셈이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해준 건 블로그였다. 1. 길고양이의 당당한 삶을 사진으로 남기기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다만 줄곧 D70 번들셋으로만 찍다 보니 멀리 있는 녀석들은 찍기 어렵고, 어두워지면 노이즈 때문에 거의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 아쉽다. 스트로보를 쓰면 자연스러운 고양이 사진을 찍기가 어려운.. 2008. 3. 2.
너의 맑은 눈 사람이든 동물이든 관계없이 눈을 마주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그의 눈동자에 내가 담겨 있고, 내 눈동자에 그가 담겨있다는 건, 생각해보면 경이로운 일이다. 탁구공만 한(고양이에게는 유리구슬만 한) 동그란 무언가에 온 세계가 담긴다는 것도, 두 눈이 마주보는 순간 두 세계가 이어진다는 것도 그러하다. 그러나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면, 그 경이로운 순간은 금세 사라져 버린다. 열릴 뻔했을지도 모르는 한 세계가 다시 닫히는 것이다. 2008. 2. 29.
타인의 취향 몇 년 전 어느 면접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면접이 마무리 단계에 이를 무렵, 면접관이 물었다. “취미는 뭐죠?” 틈나는 대로 헌책방을 다녔고 헌책방 동호회 운영진도 맡았던지라, 별 고민 없이 “헌책방 다니기입니다”하고 답했더니, 면접관이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었다. “다른 취미는요?” “가끔 구체관절 인형도 만들고, 길고양이 사진도 찍는 것도 좋아하고요.” 면접관의 표정은 헌책방 이야기를 꺼냈을 때보다 한층 더 굳어졌다. “주로 ‘혼자’ 하는 일이네요.” 그의 말은 짧고 단호했다. 면접관은 더이상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 회사에서도 다시 연락은 없었다. 면접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좀더 정치적인 대답을 해야 했을까?’ 싶어 잠시 후회했다. 하지만 ‘관심도 없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2008.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