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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그림 검색창을 열었더니, 해질녘에 물가를 걷는 노인 한 쌍이 보인다. 노부부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 부부가 아닐 수도 있으니 '나이 든 연인'이라고 해 두자. 두 사람의 발걸음은 왠지 즐거워 보인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걸음을 내딛는 순서도 맞춘 듯이 똑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지팡이에 온몸의 체중을 싣고 구부정한 허리로 걸었을 할아버지는, 오늘만큼은 지팡이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기운차게 걷는다. 그런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할머니도 빨간 하트 풍선을 손에 쥐고 마냥 즐겁다. '오늘이 노인과 관련된 무슨 날인가?' 싶어 마우스를 구글 로고에 갖다대 본다. '발렌타인데이'라고 적힌 글 상자가 뜬다. 이 말 하나로 위의 모든 상황이 이해된다. 초콜릿 상자 그림보다도, 사람 마음을 애틋하게 만들어버리는.. 2008. 2. 14.
분리수거된 강아지 해가 바뀔 때마다 늘 하는 다짐이 있다. ‘올해는 좀 버리면서 살아야지.’ 공간 정리 전문가 캐런 킹스턴은 써야 할 물건과 버려야 할 물건을 가리는 기준은 ‘1년 동안 이 물건을 썼는가, 쓰지 않았는가’라고 한다. 1년 동안 한번도 쓰지 않은 물건이라면, 앞으로도 결코 쓰지 않을 물건이니 버리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버려야 할 것들로 가득 찬 창고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있는 것을 내다 버려도 모자랄 판에, 버려진 책이나 인형이 보이면 어쩐지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서 덥석 줍고 마니, 이것도 고질병이다 싶다. 헌책을 주워 읽다 보면, 속표지에 사랑 고백이나 축하·격려 말을 적어놓은 책이 눈에 띄는데, 그런 책을 보면 그 글씨의 주인공이 상상되어 마음이 스산해진다. 분리수거 전날 밤이면.. 2008. 2. 13.
[프리뷰] 집요한 과학씨, 야생고양이를 찾아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야생 고양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집고양이와 어떤 면에서 다를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그림책이 나왔다. 1, 2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작가가 야생 고양이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설정으로, 야생 고양이의 생태와 생김새, 새끼를 낳고 키우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한국 필자가 참여해 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추가로 집필했다. 출간일이 1월 28일인 따끈따끈한 책이라 실물을 보진 못했는데, 서점에서 읽어보고 괜찮으면 사 볼 생각이다. 꽃밭 사이에 얼굴만 빼꼼 내민 고양이 그림이 사랑스럽다. 표지 사진은 알라딘에서, 책 내용은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 교보에는 아직 책표지도 안 올라와서 엑박이 뜨는데, 알라딘엔 표지와 본문 스.. 2008. 2. 10.
정리하는 시간 연휴 기간 짬을 내어 다음넷 블로그에 있던 글을 조금씩 갈무리한다. 이사 전날 밤까지 잡동사니를 뒤적이며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사람처럼, 가져와야 할 글을 주섬주섬 골라 새 블로그에 담는다. 작년 4월 catstory.kr 도메인을 구입하고도 블로그 이전을 차일피일 미뤘었다. 이글루스는 2003년부터, 다음넷 블로그는 2005년부터 써 왔으니 이런저런 추억도 있고, 그전의 블로그가 폐가처럼 방치될 것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질 것 같아서다. 뭔가를 내 손으로 끝내야 할 때면 늘 그런 기분이 든다.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론 애틋한 느낌. 오늘은 2006년 여름 무렵 만들었던 길고양이 엽서들을 가지고 왔다. 스킨으로 썼던 이미지를 버리기가 아쉬워서 짧은 글을 붙여 블로그에 올리면서 엽서라고 불렀다. .. 2008. 2. 9.
배경 이미지 변경 너무 오랫동안 여름 고양이가 걸려 있어서 배경을 바꿨다. 봄 고양이로. 요코하마 고양이, 그동안 고생했다. 이건 스킨 바꾸려고 만든 이미지인데, 결국 스킨을 그대로 쓰게 돼서 나중에나 써야겠다. 이것도 일단 저장. 2008. 2. 8.
나무 그늘 아래 목에 목걸이를 찬 고양이들은 거의 주인 있는 고양이다. 하나같이 느긋하고 한가롭다. 사진 속 고양이도 마치 참선하는 것처럼 오도카니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초록색 이끼 방석 위에 앉은 고양이. 나도 축지법을 쓰느라 지친 다리를 잠시 쉬면서, 고양이의 뒤통수를 가만히 바라본다. 고양이와 나 사이로 바람이 살랑, 스쳐지나간다. 그늘이 준 선물이다. 2008.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