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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옆 굴다리 아래 '넝마주이'의 삶 [미디어다음 2006.04.17] 강남 포이동에는 하늘 높이 치솟은 타워팰리스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영동5교 굴다리 밑 임시주거에 살며 넝마주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넝마공동체도 자리잡고 있다. 강남의 빛과 그늘을 상징하는 타워팰리스와 넝마공동체-두 '이웃'이 공존하는 풍경을 찍은 김우영을 만났다. 굴다리 밑에서 바라본 도곡동 타워팰리스. 행정구역은 달라도 워낙 크고 높은 까닭에 포이동에서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높이 솟은 고층 아파트를 배경 삼아, 땅 밑 공간에 둥지를 튼 넝마공동체가 공존하는 곳이 포이동이다. 원래 홍익대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던 김우영은, 1998년 우연히 서울을 소재로 한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가로 돌아섰다. 뉴욕에서 7년 간 사진작업을 해온 그가 주로 활동해온 분야는 패션 사.. 2006. 4. 17.
'치유와 화해' 말하는 하루키의 상상력-<도쿄기담집>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이후 5년 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이 출간됐다. 기존 단편 소설 네 편과 신작 ‘시나가와 원숭이’를 묶어 펴낸 책이다. 책 제목만 본다면, 어딘지 모르게 음산하고 기괴한, 그러면서도 하루키 특유의 유쾌한 상상력이 버무려진 이야기일거라는 기대가 생긴다. 특히 하루키는 장편 소설 못지않게 단편 소설과 에세이 등 짧은 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온 만큼, 이번 단편집에 쏟아진 관심도 그만큼 컸다. 한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치와 다르다고 느낄 사람도 적지 않을법하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환상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하루키의 화법은 여전하지만, 그의 전작을 읽을 때마다 감탄했던 상상력은 절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깊고 진한 맛이 담긴 갈비탕을 기대.. 2006. 4. 17.
붉은 빛 빨간색 필터를 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스트로보를 터뜨리는 순간 바로 앞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 색깔이 반사되면서 이렇게 됐다. 오토 레벨을 한 번 하고 나니, 윗부분은 다시 푸른 기운이 돈다. 고양이가 숨어있는 세계와, 고양이가 바라보는 바깥 세계가 두 색깔로 분리된 것 같은 묘한 사진이다. 옆에서 불이 번쩍이거나 말거나, 고양이는 조각상처럼 꼼짝 않고 앉아 있다. 저 무심함이 때론 부럽다. 2006. 4. 15.
종로매점 플라스틱 의자 밑, 은신처 어제도 여전히 같은 자세로 의자 밑에 앉아 있던 안국고양이. 앞발을 얌전히 모으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살짝 끄트머리만 보이는 발끝의 느낌이 좋다. 시도해보지는 못했지만, 손가락으로 콕 눌러보고 싶어진다. 2006. 4. 15.
25년간 '청학동'을 찍은 남자-류은규의 '청학동 이야기'전 [미디어다음/2006. 4. 13]댕기머리 청년, 갓을 쓴 백발노인…현대문명 속에서 전통을 고수하는 청학동 사람들의 모습을 25년간 사진으로 기록해온 류은규(45)의 ‘청학동 이야기’전이 서울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린다. 1960년대 초부터 경상도 하동 인근 지리산 자락에서 마을공동체를 일궈온 청학동 사람들. 이들은 흰 한복을 입고, 총각 시절에는 댕기머리를 유지하며, 결혼 후에는 갓을 썼다. 남자들은 서당에서만 공부했기에 군대를 가지 않았다. 그들만의 신앙인 ‘유불선합일갱정유도’를 엄격히 믿으며 문명을 거부하고 자급자족해온 청학동은, 세속의 눈으로 보면 ‘신비의 마을’일수밖에 없었다. 1982년 당시 학생이었던 류은규 역시, 처음에는 사진학도의 호기심으로 청학동을 찾아 나섰다. 요즘이야 서울에서 5시간이면.. 2006. 4. 13.
다시, 정든 유곽에서 신고서점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 책꽂이. 원래 동굴을 연상시키는 다락방 같은 구조였지만, 나선형 계단을 설치하면서 널찍한 2층 헌책방이 됐다. 집에서 전철로 20분 거리, 그나마 가까운 헌책방이 여기다. 한참 마음이 헛헛하던 무렵 중독된 것처럼 헌책방을 찾곤 했다. 인터넷서점 헌책방이 활성화되면서 예전처럼 자주 가진 않지만, 여전히 내게 헌책방은 단순히 헌책을 파는 곳 이상의 '무엇'이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내게 헌책방이 의미있었던 건 절판된 책을 구할 수 있어서라거나 책을 싸게 살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이다. 20대 중반에 만나 학창 시절을 공유했고, 졸업한 후에도 다들 헌책방 언저리에 머물던 '책 중독자들'이었는데, 이젠 그들을 만날 기회도 거의 없다. 드물게 열리는 헌책.. 2006.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