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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사진가'들이여, 쫄지 마라!-<나의 첫번째 사진책> ‘똑같은 대상을 찍는데도, 왜 내 사진은 항상 이 모양일까?’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막샷’만 남발하는 사람들이 늘 하는 고민이다. 작심하고 사진을 배워볼까 싶어 입문서도 뒤적여 보지만, 잘 만들었다고 소문난 책이 한눈에 이해되지 않을 때면 난감하다. 이런 고민에 빠져본 적이 있다면 ‘나의 첫번째 사진책’을 한번 들여다보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표지의 ‘쫄지 마라!’는 문구처럼, 제목부터 은근히 안도감을 준다. 1989년 한겨레신문사 사진기자로 입사해 현재 ‘한겨레21’ 사진팀장으로 재직 중인 필자는, 흔히 사진 입문서에서 구구절절 나열하는 이론 부분은 간략히 짚고 넘어간다. 난해한 이론에 골머리를 앓다가 사진 배우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비극을 막기.. 2006. 5. 13.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문화 비빔밥-<디지로그> 한국의 대표적 석학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이어령이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지로그(Digilog)’를 표방하고 나섰다. 디지로그란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의 정서가 한데 어우러진 문화 코드를 뜻한다. 이어령은 디지털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감 넘치는 아날로그 문화를 접목함으로써, 한국이 후기 정보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리라고 설파한다. 사실, 기존 디지털 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날로그적 감수성에 대한 회귀 내지는 접합이 시도되어왔다는 것이 그리 새삼스러운 발견일 수는 없다. (생각의나무)에 수록된 원고도 중앙일보에 2006년 1월 한 달간 매일 연재된 신년 에세이를 보완해 다시 묶은 것으로, 단기간 생산된 글들인지라 호흡이 다소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로그’에 대.. 2006. 5. 13.
18세기 영국에서도 결혼은 ‘로또’였다-<오만과 편견> 최근 문학 베스트셀러 동향을 보면,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소설 ‘오만과 편견’(민음사)이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1813년 처음 출간됐으니 무려 200년 가까이 묵은 소설인데, 왜 이 책이 새삼 인기를 끄는 걸까? 물론 이런 기현상은 한 달 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덕분이지만, 원작 소설의 매력에 힘입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18세기 영국 남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만과 편견’은 결혼을 일종의 ‘로또’로 여기는 당시 사회 풍조를 적나라하게 전하면서, 남녀가 사랑에 빠질 때 겪는 시행착오와 내면의 변화를 보여준다. 부유하고 오만한 귀족 남성 다아시와, 평범한 집안의 딸이지만 총명하고 강단진 엘리자베스 베넷이 티격태격하다 결국 결혼에 이르는 설정은 언뜻 진부하게 보인다. 그러나 대립적 관계를 이.. 2006. 5. 13.
무의식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상징 언어-<인간과 상징> 정신분석학이 학문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1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1895년 출간된 요젭 브로이어·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공저 ‘히스테리에 대한 연구’를 초석삼아 시작된 정신분석학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1900), ‘정신분석입문’(1917)을 계기로 획기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꿈을 욕망의 억압으로 도식화한 프로이트의 이론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이다. 프로이트가 콤플렉스의 역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융은 전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집단 무의식의 상징성과 창조성에 주목하고, 그 속에 등장하는 원형의 이미지를 발견해 인간 내면의 대극적 요소를 통합하는데 더 큰 관심을 쏟았다. (열린책들)은 이와 같은 융 학파의 이론과 .. 2006. 5. 13.
고종석이 거닌 시인공화국의 풍경-<모국어의 속살> 정련된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천착해온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 고종석이, 한국 현대 시인 50명과 대표시집을 소개한 (마음산책)을 펴냈다. 2005년 3월부터 1년 간 한국일보에 연재된 칼럼 ‘시인공화국 풍경들’을 묶은 이 책은 김소월에서 시작해, 김수영, 서정주, 신경림, 백석, 조은, 황지우, 채호기, 김영랑, 김지하, 정지용, 김기택, 고정희, 신현림, 고은, 심지어 동요 작가 윤극영에 이르기까지 두루 아울렀다.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우리 시문학 백년사에서 제 방 하나를 너끈히 가질” 만한 시인들의 나라가 책 한 권에 구축된 셈이다. 그의 책 속에 골골이 펼쳐진 모국어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은, 정교한 로드맵을 따라 고속도로로 이동하는 여행이 아니라, “수많은 이면도로와 오솔길과 뒷골목”을 따라 걷는 내.. 2006. 5. 13.
1920년 미국, 그 혼돈과 낭만의 시대-<원더풀 아메리카>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8년부터 대공황 직전인 1929년까지, 1920년대 미국 사회의 단면을 다각도에서 조망한 (앨피)가 출간됐다. 1931년 출간되어 미국사의 고전으로 평가되는 이 책을 흥미롭게 하는 건, ‘하퍼스 매거진’ 편집자 출신인 프레드릭 루이스 알렌의 글맛이다. 역사서로 분류하기에 아까울 만큼 이 책은 눈에 착착 감긴다. 특히 1919년 스미스 부부의 하루 일과로 당시 풍경을 재현한 책의 첫머리는, 오래된 흑백TV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책장을 슬쩍 타넘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의 미국 속으로 들어가 보자. 윌슨 대통령의 이상주의가 몰락한 미국에서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애국주의의 출현으로 ‘빨갱이(볼셰비키) 사냥’이 활개를 쳤다. 백인 남성 개신교도들의.. 2006.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