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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있는 책꽂이] 감칠맛 나는 우리말의 보물창고 우리말의 묘미 중 하나는 약간만 상황이 달라져도 전혀 다른 어휘로 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술이라는 단어 하나도, 어떻게 마시는지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진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해 마신 술은 배움술, 멋으로 마시는 술은 멋술이 아니라 맛술, 맛도 모르고 마시는 술은 풋술이라 한다. 한술 더 떠서, 멋도 맛도 모르고 함부로 들이켜는 술은 벌술, 보통 때는 안 먹다가도 입만 대면 한없이 먹는 술은 소나기술,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은 강술이라 한다. 모꼬지다, 신입생 환영회다 술 마실 일이 늘어난 요즘, 술병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벌술, 소나기술, 강술 따위는 아예 시작도 말아야겠다. 앞서 소개한 술 이름들은 모두 장승욱의 (하늘연못 펴냄)에 수록된 우리말이다. 이 책에는 우리 토박이말 4,79.. 2006. 3. 20.
[책의 재발견] 마음 깊은 곳을 찌르는 푼크툼의 발견 사진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추천하는 책이 바바라 런던·존 업턴의 이다. 카메라의 구조부터 촬영 사례까지 꼼꼼하게 짚은 이 책은 사진의 길잡이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 치중한 개론서를 넘어, 사진의 본질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시각을 접하고 싶다면 를 권한다. 저작권 문제로 1999년 말 절판된 이 책은 현재 시중 서점에서 구할 수 없지만, 동문선에서 롤랑 바르트 전집의 저작권 계약을 이미 체결해둔 상태여서 조만간 재출간될 예정이다. 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1915~1980)의 마지막 저작이다. 이 책은 크게 보아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사진의 본질을 치밀하게 탐구하는, 비평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사진론’이면서, 한편으로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며 삶과 죽음의.. 2006. 3. 19.
고속터미널 고양이 지난 여름에 처음 만난 후로 다시 못 본 고속터미널 고양이. 날이 풀렸으니 근처에 혹시 나왔을까, 오늘 한번 가볼 계획이다. 2006. 3. 18.
15년간 《삼국유사》사진 찍은 ‘알바작가’ 양진 [미디어다음/2006. 3. 17]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 탄신800주년을 맞아 관련 도서들이 잇달아 발간되는 가운데, 15년 간 《삼국유사》 속 유적지를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해온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나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알바작가’일 뿐”이라고 눙치는 양진 씨의 사진 편력기, 한번 들어보자. 경주 남산 신선대 마애불. 신선대의 일출이 어떨까 상상하며 어두운 밤 랜턴도 없이 칠불암으로 가는 산길을 올랐다. 달 구경을 하다가 숨죽이며 맞이한 일출. ‘삼국유사 특별전’(~3. 24)이 열리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양진 씨를 만났다. 그의 공식적인 직업은 웹 컨설턴트다. 관람객 수 1,200만 명을 넘어선 영화 의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 , , , 등 유쾌발랄한 홈페이지가 모두 그의 손에서 태어났.. 2006. 3. 17.
길에서 만난 세상 “앞만 보고 가는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은 앞만 보고 가야 무궁한 발전이 있고, 무너지지 않을 탑을 쌓을 수 있고, 국가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서,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승용차라도 탄 듯 뒤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했다. 주변과 이웃들을 조금만 살펴가며 전진했더라도 이웃들이 눈물을 흘리는 데 그쳤을 텐데, 녀석은 이웃들이 피눈물을 쏟아내도록 안하무인으로 앞만 보고 내달렸다. 녀석을 일컬어 사람들은 자본주의라고 했다.” 박영희 시인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우리교육 펴냄)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이들을 소개한 책이다. 월간(국가인권위원회 펴냄)에서 2004년 2월~2005년 7월까지 연재된 동명의 기사를 묶어 펴낸 이 책은, 때로는 울분에 찬, 때로는 서글픈 목소리로 성.. 2006. 3. 14.
태백석탄박물관 [주간한국/ 2006. 3. 10] 눈꽃축제로 유명한 태백산 초입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곳이 태백석탄박물관(www.coalmuseum.or.kr) 이다. 한때 검은 황금으로 불릴 만큼 부가가치가 높았지만, 이제는 추억 속 산업자원이 된 석탄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기에 진부한 곳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체험자의 참여를 중시한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조선 시대 탄광 현장부터 수백 여 미터를 내려가는 지하 갱도 승강기까지 실감나게 재현한 태백석탄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총 8개 전시관으로 나뉘는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제1전시관인 지질관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탄광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통로로 들어서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바닥이 요동치는데,.. 2006.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