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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서관 문화기행-《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몰개성적인 잿빛 시멘트 건물로 일관한 한국의 도서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한길사 펴냄)에 등장하는 세계의 도서관 건축이 낯설면서도 부러울 것이다. 평생 도서관학, 문헌정보학을 연구해 온 최정태 부산대 명예교수가 ‘도서관 문화기행’이라는 독특한 테마로 집필한 이 책은, 뉴욕 공공도서관, 미국 의회도서관, 하이델베르크 대학도서관, 프랑스 국립도서관, 장크트 갈렌 수도원 도서관, 마자린 도서관 등 해외의 유명 도서관 십여 곳의 모습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 쓴 여행서이다. 더불어 한국의 전통 도서관 격인 창덕궁 규장각과 해인사 장경판전도 함께 소개했다. 오늘날 해외여행 시 들러야 할 장소로 도서관이 거론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필자는 “중세 시대만 해도 당대의 지식인이었던 귀족.. 2006. 9. 10.
위안의 편지, 9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최근 출간된 '내 사랑의 역사: 엘로이즈&아벨라르'(북폴리오)를 뒤적이다가 눈에 띈, 인상 깊은 한 대목. 위안의 편지 letter of consolation는 자신의 불행한 삶을 편지로 써서 보냄으로써, 편지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고통이 사실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하도록 만들려는 의도로 쓰였다. 2만 단어에 이르는 그 편지는 단순히 아벨라르의 삶만을 이야기하는 자서전이 아니었다. 몇 세기 동안 그 편지는 그가 직접 지어 붙인 '내 불행의 역사 Historia Calamitatum Mearum'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왔다. 아벨라르는 '위안의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편지를 읽을 이름 모를 수도사에게 자신의 고통스런 지난날을 털어놓는다. 12세기에는, 사는 게 힘겹다고 느끼는 수도사들에게 이런 편지가 역.. 2006. 9. 6.
소설가 김훈이 바라본 ‘공차는 사람들’ “하늘 아래, 아이들이 공을 차고, 김훈이 글로 적다.” 사진집 의 뒤표지에 기록된 한 줄의 문장은, 이 책의 기획 의도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진가 안웅철의 웅숭깊은 시선과 정제된 김훈의 글이 어우러진 책은, 엄지와 검지 사이에 뿌듯하게 와 닿는 양장 표지의 단단한 만듦새만큼 듬직하고 힘이 있다. 표지와 속지까지 더해도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책을 한 장씩 넘기는 기분은, 맛은 더없이 훌륭하지만 양은 감질나게 적은 케이크를 먹을 때처럼 조마조마하다. 김훈의 글은 케이크 시트와 시트 사이에 얄팍하게 발린 크림처럼, 사진 사이로 켜켜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글이 짧다고 해서 사유의 깊이도 덩달아 얄팍해지는 것은 아님을, 김훈은 보여준다. “둥근 것은 거기에 가해지는 힘을 정직하게 .. 2006. 8. 26.
삶을 변화시키는 말 한마디-《긍정적인 말의 힘》 손에 잡히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말. 하지만 어떤 말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당신의 가치를 발견해 줄 사람이 있을 거예요”처럼 진심을 담은 격려는, 인생이 꼬여 절망하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비록 그 말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문제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은 얻게 된다. 《긍정적인 말의 힘》(웅진윙스)은 이처럼 말 한마디에 담긴 놀라운 힘을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그 힘을 이끌어낼 것인지 보여준다. 35년간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사람들을 가르쳐온 할 어반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소홀히 하기 쉬운 말의 영향력을 알리는 데 전념해왔다. 저자는 긍정적인 말의 힘을 부각시키기 위해 부정적인 말의 반작용을 먼저 소개하는데, 사람들이 무심코 쓰는 ‘악.. 2006. 8. 23.
팀 버튼과 J.R.R.톨킨의 그림책 소설가는 소설로, 감독은 영화로 말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들이 주 무대를 떠나 그림책 위에서 대결을 펼친다면 어떨까? '슬리피 할로우', '유령 신부' 등에서 그로테스크 미학을 선보인 팀 버튼, 그리고 대서사시를 방불케 하는 소설 으로 명성을 날린 존 로날드 로웰 톨킨이 각각 그린 그림책을 소개한다. 먼저 J.R.R.톨킨이 직접 동화를 쓰고 그림도 그린 (자유문학사)를 살펴보자. 역자 후기에 따르면, 톨킨은 1920~1930년대에 걸쳐 을 구상하던 무렵 이 그림책을 그렸다고 한다. 이를테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장편 소설을 쓰는 동안 머리를 식히려고 에세이를 썼던 것처럼, 톨킨 역시 소설 속에 거대한 환상 세계를 구축하면서 색다른 기분전환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는 고지식한 노신사 블리스 씨가, 처음 장만한.. 2006. 8. 21.
자살의 역사, 죽은 자의 남겨진 이야기 보건복지부에서 2006년 발표한 어느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20, 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가장 혈기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이 무렵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날로 심해져가는 경쟁 사회에서 박탈감이나 우울감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젊어서 힘들겠다”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대사가 공감대를 얻는 건 그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른다. 마르탱 모네스티에가 무려 20여 년간의 자료 조사와 집필 기간을 거쳐 완성한 (새움)은, 이처럼 삶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들이 마지막 탈출구로 선택한 자살의 역사와 방법, 실제 사례들을 조망한 책이다. 자살의 방법, 자살하는 이유, 자살하는 사람들의 특성, 자살 의식이 거행되는 장소, 자.. 2006.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