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승길’ 곱게 장식한 목각인형-목인박물관 상여조각전 [미디어다음 | 2006. 8. 2] 장례식이라면 대형 승합버스, 검은 리무진을 떠올리는 요즘이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죽은 이가 경험하는 가장 화려한 이동수단은 상여였다. 망자의 마지막 길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옛 상여 조각들을 소개한다. 인사동 문화의 거리 내 목인박물관에서 8월 15일까지 열리는 ‘목인(木人), 세속에서 얻은 성스러움’ 전에서는 19세기 말~20세기 중반 제작된 상여 장식 목조각 270여 점이 소개된다. 흔히 인생의 정점으로 꼽는 혼례 때 쓰는 꽃가마는 화려해봐야 4인용이 고작이지만, 상여는 십수 명의 상두꾼이 짊어져야 하는 장대한 규모를 지닌다. 가난한 사람도 상여에 태워 장지로 보내는 건 죽은 이에 대한 마지막 예우였다. 특히 상여는 단지 주검을 장지까지 운반하는 도구에 그.. 2006. 8. 2.
유쾌하게, 처절하게 ‘작가로 살기’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발목을 가장 먼저 잡는 건 “뭘 해서 먹고 살 건데?” 하는 주변 사람들의 끈질긴 질문이다. 결국 ‘밥만 축내는 고등룸펜’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창작을 위해 쓸 정열을 밥벌이에도 분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작가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모호한 상태에서 꿈을 접고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작가로 살겠다고 결심한 이상은, 이른바 ‘대박’이 터질 때까지 닥치는 대로 잡문을 쓰거나, 혹은 아예 속세를 떠나 탈속의 길을 걷는 수밖에 없다. 아래 두 권의 책은 작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 방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먼저 폴 오스터의 자전적 소설인 (열린책들)는 ‘Hand to Mouth’라는 원제가 보여주듯,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급급했던 무명작가 시절을 회상한 책이다. 요즘이.. 2006. 6. 19.
마음의 성장통, 고통을 해결하기-<고통에게 따지다> 누구나 고통 없는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누구든 크고 작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고통은 단순히 의지박약의 문제일까? 똑같은 재난을 당했을 때 어른들은 실의에 잠겨 있는데, 어떻게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뛰어놀 수 있을까? 고통은 없앨 수 있는 것일까? (웅진지식하우스)의 필자 유호종은 고통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유도함으로써, 고통을 해결하고 승화시킬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철학과 생명 윤리를 전공한 필자는 평소 삶과 죽음, 의료 윤리 등 묵직한 주제를 다뤄 왔는데, 고통 역시 이런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딱딱하게 고통의 문제를 이야기하기보다 감정이입할 수 있는 사례, 우리 주변에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투병기.. 2006. 6. 19.
문화사 속 ‘위대한 왕따’들의 이야기-<아웃사이더> 흔히 아웃사이더라 불리는 이들은 별종이나 기인,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받으며 사회에서 배척되기 쉽다. 그러나 (범우사)의 저자 콜린 윌슨은 “사회가 병들어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기가 병자라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인간이 바로 아웃사이더”라고 주장한다. 1956년 출간된 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문화비평적 시각으로 아웃사이더를 해석함으로써, 스물 네 살 청년 콜린 윌슨을 하룻밤 사이에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윌슨은 니체, 톨스토이, 헤밍웨이, 도스토예프스키, 헤르만 헤세, T. S. 엘리어트, 사르트르 등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문제적 인물들을 세심히 분석해, 아웃사이더의 문화적 의미를 파헤친다. 문학작품 속의 아웃사이더는 모두가 위인이나 선각자는 아니다. 때로는 앙리 바르뷔스의 소설.. 2006. 6. 19.
문인들의 서재를 엿보는 즐거움-<작가의 방>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병통이 있으니, 바로 서재에 대한 집요한 관심과 집착이다. 이들은 자신이 흠모하는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볼 때에도 인물 사진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흔히 사진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서재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책꽂이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자신이 아끼는 책과 같은 것이 꽂혀 있으면 흐뭇해한다.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를 ‘서가에 꽂힌 책’이라는 ‘물증’으로 확인할 때, 이들은 비로소 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문인들을 탁월한 솜씨로 인터뷰해 온 박래부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1년간의 취재 과정을 거쳐 완성한 ‘작가의 방’은 이 책벌레들의 눈을 호사시켜 주는 책이다. ‘우리 시대 대표 작가 6인의 책과 서재 이야기’.. 2006. 6. 7.
그 여자들의 상흔, ‘미친년 프로젝트’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동네마다 간혹 미친 여인네들이 거리를 배회하곤 했다. 산발한 머리에 꽃을 꽂고, 흐트러진 옷 사이로 가슴이 비치는 줄도 모르고 휘청거리며 배시시 웃던 여인들. 아기라도 잃었는지 베개를 소중히 끌어안거나 유모차에 인형을 태우고 비척비척 걷는 모습에선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얼마나 큰 상흔이 그 여인을 저렇듯 파괴한 것일까. 성곡미술관 별관에서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사진작가 박영숙(65)의 ‘미친년 프로젝트’에서는 이처럼 상처 입은 미친 여성의 모습, 나아가 신들린 듯 열정적으로 세상과 맞서는 여성의 모습이 사진으로 재구성되어 펼쳐진다. 박영숙 씨는 여성단체 ‘또 하나의 문화’와 ‘여성문화예술기획’에 몸담으면서 20여 년간 한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 문화운동가’로 활동.. 2006.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