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있는 책꽂이] 감칠맛 나는 우리말의 보물창고
우리말의 묘미 중 하나는 약간만 상황이 달라져도 전혀 다른 어휘로 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술이라는 단어 하나도, 어떻게 마시는지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진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해 마신 술은 배움술, 멋으로 마시는 술은 멋술이 아니라 맛술, 맛도 모르고 마시는 술은 풋술이라 한다. 한술 더 떠서, 멋도 맛도 모르고 함부로 들이켜는 술은 벌술, 보통 때는 안 먹다가도 입만 대면 한없이 먹는 술은 소나기술,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은 강술이라 한다. 모꼬지다, 신입생 환영회다 술 마실 일이 늘어난 요즘, 술병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벌술, 소나기술, 강술 따위는 아예 시작도 말아야겠다. 앞서 소개한 술 이름들은 모두 장승욱의 (하늘연못 펴냄)에 수록된 우리말이다. 이 책에는 우리 토박이말 4,79..
2006.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