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들의 상흔, ‘미친년 프로젝트’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동네마다 간혹 미친 여인네들이 거리를 배회하곤 했다. 산발한 머리에 꽃을 꽂고, 흐트러진 옷 사이로 가슴이 비치는 줄도 모르고 휘청거리며 배시시 웃던 여인들. 아기라도 잃었는지 베개를 소중히 끌어안거나 유모차에 인형을 태우고 비척비척 걷는 모습에선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얼마나 큰 상흔이 그 여인을 저렇듯 파괴한 것일까. 성곡미술관 별관에서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사진작가 박영숙(65)의 ‘미친년 프로젝트’에서는 이처럼 상처 입은 미친 여성의 모습, 나아가 신들린 듯 열정적으로 세상과 맞서는 여성의 모습이 사진으로 재구성되어 펼쳐진다. 박영숙 씨는 여성단체 ‘또 하나의 문화’와 ‘여성문화예술기획’에 몸담으면서 20여 년간 한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 문화운동가’로 활동.. 2006. 5. 29. 다채로운 사랑의 '실험 유형 보고서'-<왜 사랑인 줄 몰랐을까> 매번 사랑에 실패하고 마음을 앓는 사람들은 “사랑에도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나는 왜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할까? 사랑의 감정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는 없을까? (이레)는 사랑 때문에 행복해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실험 보고서’다. 이 책은 연애의 기술을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사랑에 관한 남녀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사랑의 화학 반응을 조목조목 짚어나간다. 사랑을 시작하는 유혹의 기술, 서로 닮거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반하는 이유,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질투의 심리학, 사랑을 깨뜨리는 여러 요인들을 설명했고, 마지막인 여섯 번째 장에서는 앞서 검토한 바를 토대로 사랑을 완성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책을 흥미롭게 하는 것은, 사랑.. 2006. 5. 13. '생활사진가'들이여, 쫄지 마라!-<나의 첫번째 사진책> ‘똑같은 대상을 찍는데도, 왜 내 사진은 항상 이 모양일까?’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막샷’만 남발하는 사람들이 늘 하는 고민이다. 작심하고 사진을 배워볼까 싶어 입문서도 뒤적여 보지만, 잘 만들었다고 소문난 책이 한눈에 이해되지 않을 때면 난감하다. 이런 고민에 빠져본 적이 있다면 ‘나의 첫번째 사진책’을 한번 들여다보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표지의 ‘쫄지 마라!’는 문구처럼, 제목부터 은근히 안도감을 준다. 1989년 한겨레신문사 사진기자로 입사해 현재 ‘한겨레21’ 사진팀장으로 재직 중인 필자는, 흔히 사진 입문서에서 구구절절 나열하는 이론 부분은 간략히 짚고 넘어간다. 난해한 이론에 골머리를 앓다가 사진 배우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비극을 막기.. 2006. 5. 13.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문화 비빔밥-<디지로그> 한국의 대표적 석학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이어령이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지로그(Digilog)’를 표방하고 나섰다. 디지로그란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의 정서가 한데 어우러진 문화 코드를 뜻한다. 이어령은 디지털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감 넘치는 아날로그 문화를 접목함으로써, 한국이 후기 정보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리라고 설파한다. 사실, 기존 디지털 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날로그적 감수성에 대한 회귀 내지는 접합이 시도되어왔다는 것이 그리 새삼스러운 발견일 수는 없다. (생각의나무)에 수록된 원고도 중앙일보에 2006년 1월 한 달간 매일 연재된 신년 에세이를 보완해 다시 묶은 것으로, 단기간 생산된 글들인지라 호흡이 다소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로그’에 대.. 2006. 5. 13. 18세기 영국에서도 결혼은 ‘로또’였다-<오만과 편견> 최근 문학 베스트셀러 동향을 보면,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소설 ‘오만과 편견’(민음사)이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1813년 처음 출간됐으니 무려 200년 가까이 묵은 소설인데, 왜 이 책이 새삼 인기를 끄는 걸까? 물론 이런 기현상은 한 달 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덕분이지만, 원작 소설의 매력에 힘입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18세기 영국 남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만과 편견’은 결혼을 일종의 ‘로또’로 여기는 당시 사회 풍조를 적나라하게 전하면서, 남녀가 사랑에 빠질 때 겪는 시행착오와 내면의 변화를 보여준다. 부유하고 오만한 귀족 남성 다아시와, 평범한 집안의 딸이지만 총명하고 강단진 엘리자베스 베넷이 티격태격하다 결국 결혼에 이르는 설정은 언뜻 진부하게 보인다. 그러나 대립적 관계를 이.. 2006. 5. 13. 무의식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상징 언어-<인간과 상징> 정신분석학이 학문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1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1895년 출간된 요젭 브로이어·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공저 ‘히스테리에 대한 연구’를 초석삼아 시작된 정신분석학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1900), ‘정신분석입문’(1917)을 계기로 획기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꿈을 욕망의 억압으로 도식화한 프로이트의 이론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이다. 프로이트가 콤플렉스의 역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융은 전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집단 무의식의 상징성과 창조성에 주목하고, 그 속에 등장하는 원형의 이미지를 발견해 인간 내면의 대극적 요소를 통합하는데 더 큰 관심을 쏟았다. (열린책들)은 이와 같은 융 학파의 이론과 .. 2006. 5. 13.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