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그림의 행복한 만남 - 임옥상 삽화전 Nov 19. 2003 | 11월 22일까지 사간동 갤러리편도나무에서 ‘한바람 임옥상의 가을이야기’ 전이 열린다.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 현장에서 활동한 임옥상은 1999년부터 4년 간 매주 일요일마다 대중참여예술프로그램 ‘당신도 예술가’를 진행해왔다. 통산 14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예술을 지향하는 작가의 의도가 일련의 삽화작업으로 표현된 결과물을 보여준다. 전시된 작품은 유경환의 그림동화 〈빗방울〉 삽화 16점, 황석영의 장편소설 〈심청, 연꽃의 길〉 삽화 51점, 전태일의 삶을 모티브로 한 김정환의 소설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웅진북스) 삽화 35점 등 총 102점이다. 흔히 삽화라면 종이 위에 그려진 조그만 그림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닥 펄프로 만.. 2003. 11. 19. 초상화, 가장 친숙하고 매력적인 세계 - 김상우 ‘인물회화연구’전 Nov 12. 2003 | 19세기 들어 사진이란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그 입지가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과거로부터 변함 없이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장르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 초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르네상스 이후 개인 존재에 대한 자각이 깊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부흥한 초상화는 현대미술의 유형이 다양하게 세분화된 오늘날에도 그 매력을 쉬 잃지 않는다. 특히 사실주의적 초상화는 개념미술처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거나, 추상회화처럼 난해한 형상의 미로에서 헤매지 않아도 될 거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에, 대중에게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분야 중 하나다. 세대 속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인간 유형 탐구해 이처럼 가장 친숙한 초상화를 소재로 했으면서도, 형식면에서 새로움을 추.. 2003. 11. 12. 사진으로 소원을 이뤄주는 마법의 지니 - 정연두전 Nov 05. 2003 | 아직 전시 오픈 전인데 잘못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서교동 대안공간루프에서 11월 19일까지 열리는 정연두 개인전의 첫인상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발 밑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한 지하 전시장에는 어떤 작품도 걸려 있지 않고, 슬라이드 프로젝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만 한쪽 벽에 비칠 뿐이다. 어둠에 눈이 약간 익은 뒤에야 눈에 띈, 등받이 없는 의자들은 마치 소극장 무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는 끝, 정연두는 아무 설명도 없이 ‘작품’을 감상하러 온 관람객의 허를 찌른다. 단순한 마술의 원리가 보는 사람의 눈을 홀리듯, 그의 이번 작품 역시 형식은 간결하지만 그 메시지만큼은 가볍지 않다.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은 마술적 상상력 지난 2001년 ‘보라매댄스홀’전으로.. 2003. 11. 5. 중절모를 쓴 현대미술의 샤먼 - 요셉 보이스 ‘샤먼과 숫사슴’전 Oct. 29. 2003 | 현대미술의 샤먼, 펠트와 비계덩어리의 작가, 해프닝의 창시자, 행동하는 정치예술가… 전방위예술가 요셉 보이스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그 작품성향만큼이나 다양하다. 긴 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눌러쓴 채 난해하고 기상천외한 해프닝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한 요셉 보이스는, 품에 안은 죽은 토끼의 귀에 대고 예술을 설명하거나, 펠트천을 뒤집어쓰고 코요테 무리와 함께 지내는 등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당혹케 하곤 했다. 1986년 사망한 그를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대신 그의 작품들과 조우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11월30일까지 열리는 요셉 보이스의 ‘샤먼과 숫사슴’전에서는 설치 및 조각작품 14점, 드로잉 43점 등 총 50여 점의 작품이 .. 2003. 10. 29. 마법의 손처럼 힘차게 뻗어나가는 여성의 힘 - 윤석남전 Oct. 22. 2003 | 히딩크 감독이 어눌한 한국어로 “하늘만큼 땅만큼” 하고 외치는 한 CF를 보면, 그가 손을 한껏 뻗어 휘젓는 궤적을 따라 커다란 동그라미가 생겨나는 걸 볼 수 있다. 광고 자체는 좀 어색했지만, 덕분에 손을 뻗는 행위의 상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마음을 몸짓으로 나타낼 때 가장 넓은 영역을 표현할 수 있는 건, 바로 손을 둥그렇게 내 뻗는 일 아닐까? 손을 내밀어 확장되는 심리적 영역은, 가만히 서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넓어진다. 닫힌 마음을 열어 상대방이 내게로 오는 길을 터주는 건, 손을 한껏 뻗는 단순한 동작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침묵을 깨고 타인과 연대하는 여성의 잠재된 힘 이처럼 손을 뻗는 행위의 상징성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 2003. 10. 22. 사루비아다방에서 추억의 다방커피 한잔, 어때요? Oct. 15. 2003 | 우리 주변의 공간은 저마다 특유의 냄새를 갖고 있다. 찻집만 해도, 이를테면 전통찻집에서는 은은한 계피향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선 갓 간 원두 향이 떠오른다. 하지만 다방이라면 눅눅한 아저씨 냄새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어딘지 모르게 낙후된 공간처럼 느껴지는 다방은, 그러나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청춘남녀가 북적였던 문화공간이었다. 담배연기 자욱한 다방에서 시 낭송회가 열리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들은 김민기나 한대수의 금지곡에 귀를 기울이거나, 외국 가수들의 노래를 ‘빽판’으로 들으며 쪽지에 신청곡을 적어냈다. 이종환이 종로 쉘부르 다방의 간판스타였던 시절, 가수들은 음반을 내면 방송국보다 영향력이 컸던 음악다방을 돌며 틀어달라고 부탁하.. 2003. 10. 15.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