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움직이는 드로잉의 세계 - 클레가 영상설치전 Jul. 18. 2003 | 인사동에서 열리는 전시의 수명은 대략 일주일이다. 작품판매보다 전시장 대관 위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일주일 단위로 전시장을 계속 ‘돌려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 미술관 급 정도가 되면 넉넉잡고 한 달에서 두 달 전후를 전시공간으로 쓸 수 있지만, 주로 해외 대가들이나 국내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뚫고 들어갈 틈이 없다. 다소 장황하게 대관일정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건, 막상 작은 전시공간에서 하는 재미있는 전시를 찾아내도 부커스에 소개할 때쯤이면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왕에 할거면 다른 매체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공간을 찾아 소개하고 싶고, 전시가 끝나기 전에 독특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싶.. 2003. 7. 18.
작은 것들의 스펙터클 - 서도호전 Jul. 04. 2003 |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는 9월 7일까지 설치작가 서도호(41)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서펜타인 갤러리, 시애틀미술관 전시를 거치며 주로 국제미술계에서 활동해왔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 전시에서는 7만여 개의 군대 인식표를 이어 붙여 속이 텅 빈 갑옷을 만들었던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 ‘SOME/ONE’(2001)을 비롯해 2003년 신작인 ‘PARATROOPER-1’, ‘KARMA’등 총 6점의 설치조각을 선보인다. 서도호의 작품을 보면, 아버지 서세옥 씨의 뒤를 이어 한때 동양화를 전공했던 작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공간을 다루는 솜씨가 치밀하다. 특히 하나의 개체만 동떨어져 있었다면.. 2003. 7. 4.
참여예술 속에 전달되는 긍정의 메시지 - 오노 요코전 June 27. 2003 | “나에 대한 반감은 적어도 세 종류입니다. 반아시아, 반페미니즘, 반자본주의적 반감이지요.” 오노 요코의 이 말은 그를 평가해온 세간의 시선이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1960년대 조지 마키우나스, 존 케이지 등 플럭서스 초기 멤버들과 교류해온 그였지만 개념미술과 퍼포먼스, 영화, 설치미술,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형식을 섭렵했고, 존 레논과 침대 속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퍼포먼스 ‘베드-인’을 비롯해 반전운동에도 앞장섰지만, 정작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평가는 오랫동안 유보돼왔다. ‘두 번의 이혼에다 존 레논보다 일곱 살 연상인 검은머리 마녀가 비틀즈를 해체시켰다’는 선입견이 너무나 강해서였을까. 존 레논의 명성에 가려진 플럭서스 예술가 그런 의.. 2003. 6. 27.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 - ‘집’전 June 20. 2003 | 경제한파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취업률이 바닥을 치는 요즘처럼 가정의 따뜻함이 절실한 시절은 드물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 가족, 내 집에서만큼은 나를 이해하고 받아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생활고를 탓하며 이혼하거나 자녀를 나 몰라라 하고 버리고 떠나는 몰지각한 가정, 심지어는 친딸을 성폭행하고 구타하는 매정한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이 펼쳐지는 곳 역시 집이다. 가장 안락하면서도 폐쇄적인 공간, 작은 듯 하면서도 거대한 의미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집’이라는 공간은 연구해볼 만한 대상이다. 이에 한강로2가에 위치한 가갤러리에서는 7월 12일까지 개관기념전으로 ‘집’전을 개최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하.. 2003. 6. 20.
안경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 황주리전 June 13. 2003 | 테가 굵직굵직하고 고급스러운 수입 선글라스, 할머니의 손때 묻은 안경집에서 막 나왔음직한 아담한 철제 안경,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것처럼 고전적인 형태의 ‘라이방’선글라스, 김구 선생이 즐겨 썼던 동그란 뿔테 안경, 아이들의 앙증맞은 컬러안경…수많은 안경들이 하얀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마치 하늘을 검게 뒤덮은 수많은 나비 떼처럼 벽에 달라붙은 안경들의 모습은 광고효과를 노린 안경점의 독특한 디스플레이인가 싶지만, 실은 6월 28일까지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서양화가 황주리(46) 개인전 ‘안경에 관한 명상’전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세상을 보는 창으로서의 안경 통산 23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황주리는 기존에 보여주었던 이미지 콜라주 형식의 대형 회화작품과 .. 2003. 6. 13.
사물의 심층으로 들어가 또 다른 세계를 본다 - 아니쉬 카푸어 June 06. 2003 | 소격동에 위치한 국제갤러리는 6월 29일까지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49) 개인전을 개최한다. 인도 뭄바이 태생으로 18세 때 런던으로 이주한 카푸어는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프레미오 2000상을, 1991년에는 터너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한국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실내전시에 적합한 소형 작품을 중심으로 7점을 선보인다. 기존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던 강렬한 원색 대신 자연석의 은은한 색상이 주를 이루는 것도 한 특징이다. 색채와 요철의 차이를 이용한 공간지각의 마술 카푸어는 대리석, 사암, 합성수지, 스테인리스 스틸, 안료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능수능란 소화한다. 자연 그대로의 자유곡선을 보여주는 형상부터 인위적.. 2003.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