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물의 생로병사 속에서 인간을 본다 - ‘동물우화집’전 Apr. 18. 2003 | 우화나 동화를 보면 유난히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컨대 이솝우화 중 ‘여우와 신포도’편에 등장하는 여우는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흔히 빠지기 쉬운 자기합리화의 전형으로 인용된다. 한국 동화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님달님’의 호랑이는 죄 없는 엄마를 잡아먹는가 하면, 아이들에게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교활한 모습이다. 때로는 더없이 순박하고 솔직하지만, 때로는 잔인하고 비열한 동물들은, 실은 인간의 내면에 숨은 성향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대상물이다. 삶과 죽음의 굴레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반영해 이러한 동물들의 모습을 이야기 대신 사진 속에 담은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6월 22일까지 열리는 ‘동물우화집’ 사진전이 그것이다. 본 전시에서는 샌.. 2003. 4. 18.
유리조각으로 태어난 그리스 신화 - ‘메두사의 눈’전 Apr. 11. 2003 | 부드럽게 유영하는 해파리의 모습을 보면, 십중팔구 그 유연함과 우아함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얇은 베일처럼 하늘거리는 투명한 몸은 물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이렇듯 멀리서 바라볼 때는 매혹적이기까지 하지만, 바다수영을 하다 만나는 해파리 떼는 소름끼치는 공포의 대상이다. 방금 전까지 천사의 날개처럼 하느작거리던 촉수가 몸에 닿으면 순식간에 죽음의 춤을 추는 사자의 낫으로 변한다. 쏘인 살갗이 따끔한 정도로 그치기도 하지만, 독성이 강한 몇몇 종류에 쏘이면 1분 이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 메두사를 연상시키는 해파리를 작품 모티브로 평창동 갤러리세줄 1, 2층 전시장에서 4월 27일까지 열리는 미셀 블롱델의 설치조각전 ‘메두사의 눈’전은 해파리의 모습에서 그리스 신화의 괴물.. 2003. 4. 11.
이중그림의 시각적 즐거움 - 한수정전 Apr. 04. 2003 | 화장대 앞에 앉아 몸단장을 젊은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 준비를 하는 것일까, 육감적인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화장에 여념이 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다가 거울에 비쳐지는 형상을 주목하면 어느새 눈에 띄는 해골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여인의 모습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알 수 없지만, 화장대의 거울을 보고 있으면 여인의 뒷머리와 거울에 비친 앞 얼굴은 해골의 눈 모양이 되고 화장대는 앞턱 모양으로 보이게 된다. 배니타스를 암시하는 이 그림은 한 장면에 두 가지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이중그림이다. 서교동 아티누스갤러리 2층에서 4월 9일까지 열리는 한수정 개인전도 이와 같은 이중그림을 다루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이중그림들의 장.. 2003. 4. 4.
가장 친숙한 동화의 아버지-안데르센 동화와 원화전 Mar. 28. 2003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국제아동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 주최로 4월 6일까지 ‘안데르센 동화와 원화’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엄지공주,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미운 오리새끼, 벌거숭이 임금님 등 1백30여 편에 달하는 주옥같은 동화를 남긴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1805∼1875)의 탄생 2백주년을 기념하는 해외순회전의 일환이다. 참여작가로는 이브 스팡 올센, 스벤 오토, 리즈벳 쯔베르커 등 안데르센상 수상작가와 더불어 구로이 켄, 에릭 블레그바드, 코미네 유라, 고미 타로, 마샤 브라운, 홍성찬, 류재수 등 국내외 그림책작가 21명의 작품 2백30여 점이 소개된다. 같은 이야기도 작가에 따라 재해석되는 매력 그림과 글이 묶여 그림책으로 출간되기 전 단계에서 완결.. 2003. 3. 28.
누가 누가 더 재밌나 - 미술 속의 만화, 만화 속의 미술전 Mar. 21. 2003 |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에서는 6월 30일까지 제35회 특별전‘미술 속의 만화, 만화 속의 미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소연, 이불, 안규철, 임옥상, 최호철, 이동기, 강영민 등 총 66명의 작품 84점이 출품된다. 해외작가는 키스 해링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둘뿐인 만큼, 팝아트 이후 순수미술의 품안으로 뛰어든 만화가 한국 실정에서는 얼마만큼 상호작용을 해왔는지 짚어보는 전시다. ‘우리시대의 도상학’, ‘말하는 형상’, ‘칸과 칸 사이’, ‘풍자·상징·기호’ 등 4개 섹션에 애니메이션 상영관을 포함해 총 5개의 장이 마련된다. 만화와 미술의 동고동락 전시컨셉 중 흥미로운 것은 각 섹션마다 미술가와 만화가가 나란히 작업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시대의 도상학’섹션.. 2003. 3. 21.
판화 속에 담긴 사회주의 리얼리즘 - 중국현대목판화전 Mar. 14. 2003 |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1전시실에서는 5월 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스라엘 아인해러드 미술관 공동주최로 ‘중국현대목판화 : 혁명에서 개방까지, 1945∼1998’전을 연다. 자오옌니안(趙延年), 황페이모(黃丕謨), 왕치(王琦), 쉬빙(徐氷) 등 중국현대판화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연화(年畵:설날 그림)형식의 판화, 반문맹자를 위한 연환화(連環畵) 등 다양한 중국 목판화 101점을 소개한다. 특히 중국현대판화의 아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루쉰의 소설《아큐정전(阿Q正傳)》을 판화로 옮긴 자오옌니안(趙延年)의 판화연작 60점 중 4점도 소개돼 이채롭다. 전통민중예술의 토대 위에 세워진 중국현대판화 이번 전시의 부제에 밝힌 연도에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듯, 본 전시는 제2.. 2003.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