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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도 행복했던 그 때 그 시절 - ‘추억으로…’전 Aug. 22. 2003 | 요즘 ‘TV쇼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이 은근히 인기를 끈다고 한다. 문화재를 충분한 검토 없이 금전적 가치로만 평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집구석 어딘가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처박혀 있던 구닥다리 물건들이 숨겨진 가치를 지닌 물건일 수 있다는 건 충분히 흥분되는 일이다. 몇 백년 전 조상들이 썼던 일상적인 물건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가치가 새로워진다는 걸 보여주니, 비록 오락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낡고 오래된 것은 무조건 버려야 할 것은 아니라는 교훈만큼은 남겨준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20세기 초의 물건들만 해도 이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쥐덫, 양철로봇 장난감, 불에 달궈 쓰는 구식 다리미, 오래된 만화책과 교과서…가까운 과거의 생활을 증거하는 자료들.. 2003. 8. 22.
푸른빛 환상의 세계 - 마르크 샤갈전 Aug. 15. 2003 | 동트기 직전 어둠이 걷힐 무렵의 대기의 빛깔을 닮은 옅은 푸른빛이 지붕을 덮으면 마법이 시작된다. 무중력 상태에서처럼 허공으로 둥실 떠올라 다정하게 껴안은 두 연인, 사랑의 환희와 결실을 상징하는 풍성한 꽃다발, 시골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탉과 암소, 서커스를 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구체화되는 곳, 바로 마르크 샤갈(1887∼1985)의 그림 속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렇듯 온통 푸른빛 환상으로 뒤덮인 샤갈의 그림을 실물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9월 30일까지 열리는 마르크 샤갈전이 그것이다. 뉴욕 메리디안 파인아트센터 협조로 열리는 본 전시에서는 샤갈의 유화·템페라·과슈 작품과 더불어 폭 4m에 달.. 2003. 8. 15.
현실의 재현을 넘어선 사진예술의 실험무대-제3회 사진영상페스티벌 Aug. 08. 2003 | 평창동 가나아트센터·포럼스페이스에서는 8월 31일까지 ‘제3회 사진영상페스티벌’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3회 째를 맞이한 본 전시는 ‘금지’라는 대주제 아래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한국 등 12개국 작가 20명이 참여해 사진·영상작품 70여 점을 선보였다. 출품된 사진의 규모가 상당부분 축소되고 한국작가의 참여 폭도 대거 줄어든 것이 1, 2회 전시와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금지된 허구’‘보이지 않는 풍경’‘비디오 포럼’의 세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 올해 전시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첫 번째 파트인 ‘금지된 허구’. 1990년대 이후 활발하게 전개된 포스트모더니즘 사진 속에서 다양한 사진의 가능성을 실험한 참신함이 돋보인다. 현실세계에서 포착한 일상의 .. 2003. 8. 8.
기형적 삶에서 발견한 초월의식 - 다이안 아버스 Aug. 08, 2003 | 이른바 ‘조형사진’이라고 불리는 만들어진 사진들이 유행처럼 퍼져나가는 요즘, 사진에 어떤 조작도 가하지 않고 우직하게 찍어낸 사진이 설 입지는 상대적으로 많이 좁아진 듯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는 현란한 합성기술로 눈길을 사로잡지도 못하는 데다, 흑백이 주류를 이루는 소박한 색감은 화려한 컬러사진에 종종 압도되곤 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사진만큼 스트레이트 사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분야도 드물다. 사진을 통해 진실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을 가장 적확히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거듭나게 한 두 번의 만남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는 현대다큐멘터리 사진의 역사 속에서 그 극적인 삶만큼이나 강렬한 사진 때문에 신화가 된 인물.. 2003. 8. 8.
엄마, 올 여름엔 미술관으로 놀러가요 Aug. 01. 2003 | 7, 8월은 화랑가에서 비수기에 속하지만, 여름방학 특수를 맞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다채로운 기획전이 열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어린이 대상 전시들은 ‘놀이와 체험’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평소에는 이것저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많았던 미술관의 제약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아이들도 직접 작품을 만져보거나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기도 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아이들은 눈높이를 맞춘 전시에 즐겁고, 어른들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어린이 대상 전시 두 가지를 함께 소개한다. 그림책 속 환상세계로 들어가자 - 동화 속 미술여행 그림책에 관심이 많다면 갤러리현대·두아트갤러리에서 8월 17일까지 열리는 ‘동화 속 미술여행’전을 찾아가 보자. 갤.. 2003. 8. 1.
술에 취하고 그림에 취하다 - 예술가의 愛술이야기전 Jul. 25. 2003 | 빈센트 반 고흐, 툴루즈 로트렉, 윌렘 드 쿠닝, 프란시스 베이컨…얼핏 보기엔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이름들이지만, 이들의 삶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술에 탐닉했다는 점이다. 가난했던 탓에 싸구려 압생트를 즐겨 마신 반 고흐는 압생트의 독성 때문에 적록색맹이 됐다는 설이 전해지며, 물랭루즈의 터주대감 툴루즈 로트렉도 압생트 중독의 후유증으로 의심되는 간질증세로 괴로움을 겪었다. 베이컨은 그림을 시작하기 전 의식처럼 술을 마시는 것이 예사였고 윌렘 드 쿠닝은 만년에 알콜중독으로 힘겨워하기도 했다. 이렇듯 예술가는 현실의 고난을 잊기 위해, 혹은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혹은 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을 마셨다. 작가의 개성 닮은 술 이야.. 2003.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