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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 곽덕준전 May 30. 2003 | 일제강점기 한국인을 짓눌렀던 창씨개명의 압박은 일제 패망과 더불어 사라졌지만, 아직도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 한국인들이 한국식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선택이 아니다. 이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 쉬운 해외동포들의 지난한 삶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외모만으로는 일본인인지 아닌지 제대로 구분 못할 만큼 생김새가 비슷해, 이름만 바꾸면 외국인임을 굳이 드러내고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식 성과 이름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신이 한국인임을 늘 새기고 살아가려는 의지의 표상으로 한국식 이름을 공적으로 드러내온 게 아닐까. 이번에 소개하는 곽덕준 역시 재일동포 작가이다. 정체성을 찾기 위한 몸부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8월 31일.. 2003. 5. 30.
한국에서 40대 여성작가로 살아가기 - ‘미완의 내러티브’전 May 23. 2003 | 한국미술계에서 40대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작품세계가 독특하고 작가로서의 성장가능성이 보이는 사람들은 대개 30대까지만 해도 유망작가로 분류돼 평단의 주목을 받고 몇 차례의 기획전과 개인전에 참여하게 된다. 간혹 유수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40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얘기가 좀 달라진다. 미술계에서도 존재하는 소위 ‘낀 세대’에 들어서는 것이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30대 작가들, 이미 중진작가로서 확고한 사회적 위치를 차지한 50대 작가들 사이에서 40대 작가들은 상대적인 압박을 받는다. 때로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변화를 한번 줘볼라치면 자기 작품세계는 내팽개치고 유행만 따른다고 호된 질책을 당하기도 한다. 작품도 하고, .. 2003. 5. 23.
언제 어디서 불러도 기운나는 그 이름, 어머니 May 16. 2003 | 충정로에 위치한 문화일보갤러리에서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예술작품 속에 묘사된 우리 시대의 어머니를 보여주는 ‘기운나는 이름, 어머니’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윤석남, 강미선, 유근택, 이상일, 김혜련, 김영준, 정소연, 김은주, 홍지연, 안진우 등 열 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영상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펼쳐냈다. 작가들이 어머니를 보는 시선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희생과 사랑으로 일관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 며느리와 경쟁하는 심리로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는 어머니, 생명의 창조자이자 양육자로서의 여성,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추모의식 등 여러 각도에서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펼쳐진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각의 작품마다 어머니를.. 2003. 5. 16.
라인강에서 날아온 일곱 가지 시선 - ‘한-강-라인’전 May 09. 2003 | 창전동 쌈지스페이스에서는 제3회 연례 국제교류전의 일환으로 5월 13일까지 ‘한-강-라인(Han-Fluβ-Rhein)’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독일의 여성작가 7명이 각각 한강과 라인강을 주제로 서울과 뒤셀도르프에서 단체교류전을 갖는 형식으로 열린다. 이번에 방한한 독일측 참여작가는 베티나 에름프트, 레나테 귄터, 다그마 슈퇴커, 에바 바이너르트 등 뒤셀도르프를 거점으로 2001년 결성된 여성작가그룹 7NRW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2층은 영상설치 공간으로 사용하고 3층은 개별 작가들의 평면회화 및 설치작품을 전시해 공간의 독립성을 살렸다. 특히 영상설치작업 시 다른 작가의 작품과 같은 공간에 배치될 경우 상대방의 작품에 상호간섭이 이뤄져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 .. 2003. 5. 9.
시간의 모자이크에서 이미지의 모자이크로 - 박홍천 사진전 May 02. 2003 | 팔판동 갤러리인에서는 5월 9일까지 사진가 박홍천의 ‘이미지 시티-서울’전을 개최한다. 장시간 노출로 시간의 존재를 담은 ‘Open’연작(1993), ‘앨리스에게’연작(1994) 등의 기존 작품은 물론, 밀착인화사진을 수없이 이어 붙여 이미지의 모자이크를 만들어낸 근작 ‘이미지 시티’ 연작 등 총 20여 점의 사진이 소개돼, 작품세계의 변천과정을 짚어볼 수 있다. 박홍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앨리스에게’연작은 ND필터를 사용해 사람들이 드나드는 유원지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다. 유쾌하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넘쳐나야 할 놀이공원 사진임에도 무겁고 정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것이 의아하다. 놀이기구 사이로 뿌연 안개처럼 어리는 흐릿한 공기의 덩어리는 불안한 느낌마저 준다. 보이지 .. 2003. 5. 2.
어둠 속으로 겹쳐지는 사고의 체계들-스탄 형제'빛의 흡수'전 Apr. 25. 2003 | 청담동에 위치한 박영덕 화랑에서는 4월 30일까지 쌍둥이 사진작가로 유명한 마이크 & 더그 스탄 형제의‘빛의 흡수’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 이후 스탄 형제가 제작한 신작들을 중심으로 ‘사고의 체계’, ‘블랙 펄스’, ‘빛의 매혹’, ‘교키’ 등 네 가지 소 주제를 선보인다. 조각낸 인화지를 재조합한 작품으로 관람자들에게 익숙해진 스탄 형제는 이번에 소개되는 신작에서 입체작품을 배제하고 사진의 기본적 형태를 고수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조각난 이미지들이 재조합될 때 일어나는 경이로운 이미지의 탄생 작품활동 초기인 20대부터 인화지를 자르거나 새롭게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해온 스탄 형제는 단순히 사진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설치미술, 영상미술과 결합한 입체적 작품제.. 2003.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