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마음 치료했던 대문호 헤세 [미디어다음/2005. 1. 26]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1월 30일까지 ‘헤르만 헤세-화가의 눈을 가진 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헤세의 수채화 소품 50여 점과 판화, 친필 사인본, 안경과 타이프라이터 등의 유품을 포함한 총 150점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다.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화가로서의 그의 면모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단지 만년의 취미생활로 수채화를 그렸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그러나 헤세에게 그림이란, 혼탁한 세상에서 상처 입은 마음과 정신을 다독이는 과묵한 친구와도 같았다. 40세 무렵부터 아마추어 화가로 활동을 시작해 약 3천여 점의 미술작품을 남겼지만, 현재 헤세의 작품은 1천여 점 .. 2005. 1. 26. 아무 것도 못 버리는 사람 헌책방 다니기를 소일거리 삼아 하다보니 책이 점점 늘어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 돼 간다. 장서가 몇 만 권에 달하는 애서가들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일단 기본적인 개인 공간이 그리 넓지 않고 거기서 책에 할애할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들어갈 구석을 찾지 못한 책들이 방 이곳저곳에 쌓이고, 거기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끼어들면서 거의 디씨폐인 갤러리에 올리면 딱 좋을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차마 사진은 못 올리겠다-_-) 언젠가 TV드라마에서 주인공 여자의 어머니가 무슨 방이 이렇게 어수선하냐고 꾸짖는 장면이 나왔었다. 그 장면을 본 동생과 나는 서로 쳐다보며 "훗훗" 하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나눴다. 우리는 진정 어질러진 방이 어떤 상태인지 알기 때문이다. 아마 염화시중의 미소가 이런 것이리. 부연하자면.. 2005. 1. 24. 헌책방에서 짝 맞추기-딕 브루너 전집 단순명쾌하고 귀엽기까지 한 미피 캐릭터에 푹 빠진 뒤로 딕 브루너의 그림책은 눈에 띄는 대로 모으고 있습니다. 딕 브루너는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은 것, 또는 교육적인 제품에만 미피 캐릭터를 쓸 수 있도록 허락한다지요. 그의 사진을 보면 정말 멋지게 나이 먹은 할아버지란 생각이 들어요. 얼굴에서 선함이라던가, 아동교육에 대한 엄격한 기준 같은 것이 느껴지지요. 처음에는 캐릭터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이젠 작가에게까지 정이 갑니다. (또 도입부가 길어지는데, 뭐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씁니다) 딕 브루너 전집은 총 55권. 그런데 전집은 낱권으로 팔지 않고, 다른 제품까지 묶어 판다고 해요. 브루너 그림책 55권, 브루너 비디오 12편, 브루너 파노라마 그림책 8권, 브루너 꼬마그림책 4권, 브루너 .. 2005. 1. 17. 파리 떼로 그린 그림-이중재의 '로망스'전 [미디어다음/2004.12.4] 예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대개 쾌적하고 밝은 분위기다. 전시된 그림은 흔히 '화이트 큐브'라는 말로 대변되는, 눈부시게 흰 벽에 걸려 따뜻한 할로겐 조명을 받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설치작가 이중재(39)의 ‘로망스’ 전이 열리는 청담동 유아트스페이스에 들어서면, 어딘지 모르게 음산한 풍경이 펼쳐진다. 전시공간 내부는 온통 어두컴컴하고, 검은색 대형 봉투가 샌드백처럼 공중에 줄지어 매달려 있다. 전시장 바닥에 깔린 유리판을 밟으며 2층 계단으로 올라가면, 파리 한 마리가 날개 소리 요란히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전시장에 웬 파리?’ 궁금해하며 발길을 옮기면, 거대한 방충망과 마주치게 된다. 동물 우리처럼 4면을 두른 방충망 속에는 조그만 점을 찍어 그린 가족 그림이.. 2004. 12. 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팝업북 최근 발행된 팝업북을 구경해 볼까 싶어 느지막하게 영풍문고에 들렀다. 폐점 30분 전의 서점 풍경은 고즈넉하다. 그다지 분주한 맛은 없고, 그림책 코너에 주저앉아 떼를 쓰던 아이들도 집에 가고 없다. 계산대의 직원들도 슬금슬금 '다른 계산대를 이용해 주십시오'란 안내문을 내놓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책을 훔쳐 도망가는 사람들을 잡아내기 위해 입구에 서서 감시의 눈초리를 빛내는 아저씨만 혼자서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서점을 나가는 사람들의 행색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다. 그 아저씨를 볼 때마다 늘 궁금하다. 관상 보는 특별한 눈이 있어서 용케도 책 도둑을 잡아내는지 아니면 책 도둑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것인지. 사설이 길어지는데, 일단 그림책 서가 쪽으로 가서 앨리스 책을 찾아보았다. 출판계.. 2004. 11. 14. 화보로 보는 2004광주비엔날레 《ZOOMIN》2004년 11월호 | 광주에서 2년마다 펼쳐지는 한국 최대의 현대미술축제, 2004광주비엔날레가 11월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비엔날레 사상 최초로 작가와 일반인의 공동작업을 유도한 ‘참여관객제도’를 도입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지털사진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기존의 예술 현장에서 소외됐던 대중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한 시도가 눈에 띈다. 2004광주비엔날레의 핵심이라 할 주제전은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이란 대주제 하에서 다시 네 가지 소주제로 나뉜다. 존재의 소멸을 상징하는 ‘먼지’(제1전시실), 생성의 힘을 상징하는 ‘물’(제2전시실),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해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는 ‘먼지+물’(제3, 4전시실), 작가뿐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완성해 가는 ‘.. 2004. 11. 1.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