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속에 숨겨진 삶과 죽음의 축축한 욕망 - 아라키 노부요시전 Dec 06. 2002 |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는 세계적인 사진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품세계를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소설 서울, 이야기 도쿄’전을 개최한다. 선정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킨바쿠(結縛) 연작을 비롯해 1982년부터 7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틈틈이 찍은 ‘소설 서울’, 폴라로이드로 찍은 서울과 도쿄의 하늘사진 1천 장을 모은 천공(天空), 컬러와 흑백으로 각각 촬영한 음식사진 ‘식정(食情)’, ‘A의 일기(A's Diary from Jan.1-Aug 15, 2002)’, 영상물‘아라키네마-서울환상곡’등 1천5백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의 관음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눈 아라키의 카메라가 채집하는 이미지는 그가 감각적으로 체험한 모든 사물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을 방문해 처음 맛본.. 2002. 12. 6.
에너지의 흐름이 시각화되는 현장 - 마이클 주전 Dec 06. 2002 | 소격동 pkm갤러리에서는 12월 30일까지 재미교포2세 작가 마이클 주의 설치미술전을 개최한다.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마이클 주는 이번 전시에서 거대한 사슴뿔을 해체하고 철제 구조물로 연결해 성장을 상징하는 작품을 비롯해 모형 코요테 12점, 영상물 등 총 15점을 전시한다. 학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조각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마친 마이클 주는 자신의 다중적인 경험을 개념적 예술작품에 응용해왔다. 그런 만큼 그가 제작한 작품은 독특하다. 예컨대 작가의 예전 작업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추적하는 동안 정신적·육체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땀이 증발하고 남는 소금을 예술행위의 결과물로 명시하는 작업을.. 2002. 12. 6.
영혼과 육체, 그 씨줄과 날줄의 관계 - 박성태전 Nov 29. 2002 | 12월 2일까지 인사동 공화랑 1, 2층에서 열리는 박성태의 5번째 개인전은 육체의 허물을 벗고 그림자처럼 떠도는 영혼을 형상화했다. 입양아, 무명 민주투사 등 격동의 한국현대사 속에 잊혀져간 사람들을 파편화된 신체오브제로 재현해온 박성태는, 이번 전시에서 얇은 철망을 재료로 사용해 씨줄과 날줄이 서로 얽히듯 영과 육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육체를 빠져나온 영혼’이란 모티브는 5·18민중항쟁의 본산인 작가의 고향 광주에 대한 기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민중항쟁 과정에서 희생돼 차가운 땅속에 묻힌 이름 없는 시민들의 죽음은 작가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고,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박성태가 보여준 기존의 종이캐스팅이.. 2002. 11. 29.
스멀스멀 뻗어나가는 촉수의 유혹 - 김연태 개인전 Nov 29. 2002 | 반듯한 액자가 걸려있었음직한 전시장의 벽이 휑하니 비어있고, 대신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상들이 그 위를 꿈틀거린다. 바닥을 스멀스멀 기어가는 녀석, 씨앗을 내뱉는 녀석, 벽 한 귀퉁이에 거미처럼 도사리고 앉아 이상스런 촉수를 뻗어내는 녀석…그 형태나 빛깔도 가지각색이다. 12월 3일까지 서교동 아티누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연태의 ‘Wall Work-Works’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언뜻 당혹스러우면서도 통쾌하다. 전시장 벽에 못 하나 박는 것도 화랑주의 눈치를 슬쩍 봐야하는 우리네 전시풍토에서, 이렇듯 기세 등등하게 벽 두 개를 캔버스 삼아 종횡무진 내달린 흔적은 대리만족마저 준다. 어린 시절, 집안 벽이며 마루에 마음껏 낙서하다 어머니 손에 붙들려 된통 혼쭐났던 아픈 기억.. 2002. 11. 29.
이야기가 있는 반지 - 700개의 언약전 Nov 22. 2002 | 손가락의 둘레를 따라 기분 좋게 밀착되는 둥글고 서늘한 물체-완전함과 영원불멸을 상징하는 반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장신구 중 신체와 가장 밀착돼있는 것 중 하나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절대권력을 대표하는 인장으로 쓰였던 반지는 교회를 통해 세속화되면서 배우자에 대한 귀속의 증거로 탈바꿈해, 오늘날에는 사랑의 징표로 그 의미를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도 16세기 경 유럽에서 유행한 포지 링(posy ring)처럼 여러 가지 경구를 반지에 새겨 신의의 상징으로 몸에 지니거나, 반지 속에 공간을 만들어 향료, 약, 죽은 이의 유골 등을 담기도 했는데, 이러한 반지의 용도와 형태를 짚다보면 작은 문화사를 완성할 수 있을 정도다. 손가락 위의 작은 예술-반지의 매력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5층.. 2002. 11. 22.
국제결혼부부, 그 삶의 현장-김옥선의 ‘해피 투게더’전 Nov 22. 2002 | 흔히 하는 말로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두 사람이 하나가 될 때, 그것도 문화적 성장배경이 판이할 수밖에 없는 국제결혼부부의 경우에는 결혼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변수들의 조합이 한층 복잡다단해지기 마련이다. 이 변수들의 조합이 더할 나위 없는 찰떡궁합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축적되는 미묘한 차이가 그 사랑을 흔들어놓기도 한다. 관훈동 대안공간 풀에서 11월 26일까지 열리는 김옥선의 세 번째 개인전‘해피 투게더’는 국제결혼 부부들이 경험하는 모호한 차이의 순간들을 포착한 사진전시다. 작가 자신도 독일인 남편과 결혼해 9년째 결혼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전시는 자전적 성격이 짙다. 국제결혼부부의 주거공간으로 시선을 옮기긴 했지만, .. 2002.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