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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의 송년인사 "행복하세요" 2010년 한 해도 어느덧 저물어 갑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싱숭생숭, 때로는 표정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새롭게 맞이할 2011년을 생각하면 설렙니다. 기쁜 일은 스밀라처럼 한쪽 귀를 쫑긋 세워 담아두고, 울적했던 일이 있었다면 한쪽 귀를 턱 닫아서 못 들은 척 멀리 멀리 흘려보내시고요. 혹시라도 한 해의 꼬리를 붙들고 질기게 달라붙으려는 액운이 있다면, 스밀라가 두 눈 부릅뜨고 무섭게 을러대서 쫓아줄 겁니다. 2011년 내게 다가올 행운에는 반갑게 손 흔들어 맞이하고, 가끔 잡힐 듯 잡힐 듯 안 잡히는 행운에는 '어이없군' 하는 표정 한번 날려주면서... 두 팔 가득 행운을 안고, 스밀라가 송년 인사를 합니다. 사양치 마시고 받아주세요. 올 한해 '길고양이 통신'에서 길고양이 이야기와 스밀라 이.. 2010. 12. 31.
고양이길 제설작업한 날, 길고양이 반응 밀레니엄 고양이들 산책로의 제설작업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분이 계셔서 짤막하게 글 남겨요. 날도 무지 추운지라 제설작업이랑 먹거리만 후다닥 챙겨주고 왔습니다. 눈길에 발 시려워 앞발 털며 걷는 고양이가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곳에서 길고양이들 밥 챙겨주는 어르신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지라, 연세도 있으신데 얼어붙은 눈길 걱정도 되고 해서 겸사겸사 다녀왔어요. 눈이 다져져서 얼어붙어버리면 그때 가서 치우기도 어려울 거 같으니...그나마 아직 푸석해서 치워지더라구요. 제설용 넉가래와 P삽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긴 했는데 연말이라 언제 배달될지 몰라서, 간이 눈삽으로 대강 정리했습니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눈을 치우니 고동이가 어리둥절해서 보네요. 오래간만에 짝짝이 양말을 신은 소심둥.. 2010. 12. 30.
2족보행 자세로 발톱 가는 길고양이 얼마 전 눈이 많이 와서 고양이들 발목 위까지도 눈이 차오르는 요즘입니다. 발이 시리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겠다는 각오로, 노랑아줌마가 나무 앞으로 나섭니다. 발톱을 주기적으로 갈아주어야만 발톱 끝을 감싼 오래된 껍데기가 벗겨져 나오고, 언제나 날카로운 새 발톱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뭔가에 열중해서 푹 빠진 모습을 보면, 사람이든 고양이든 참 사랑스러워요. 2족보행 고양이가 되어서, 금세라도 저 자세로 어디론가 뚜벅뚜벅 걸어갈 것 같네요. 노랑아줌마는 나무에 발톱을 갈다가도 가끔 주변을 기웃거립니다. 힐끔힐끔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이, 마치 숨바꼭질하는 술래 같아서 귀엽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한데요. 어딜 그렇게 보는 걸까요? 노랑아줌마가 주변을 살피는 이유는, 고동이가 덩치만 믿고 장난을 걸어오기 때문.. 2010. 12. 29.
1인용 뗏목을 타고 노는 고양이 오늘도 스밀라는 뗏목을 타고 있습니다. 어린 고양이들은 언제나 활달하게 뛰어논다는데, 스밀라는 자기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고 말하고 싶은지, 여느 장난감에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새로운 장난감을 보여주면 그때나 반짝 호기심을 보일 뿐, 금세 시들한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장난감은 귀찮아해도, 한결같이 싫증내지 않는 게 있으니 뗏목타기 놀이입니다. 이것도 놀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바닥에 놔 둔 물건들 위로 옮겨다니며 눕는 걸 보면, 스밀라에겐 정적인 이런 놀이도 나름대로 즐거운 소일거리인가 봅니다. "이 가방은 내 것이다" 하고 주장하는 것처럼 한쪽 발을 턱 올린 자세에 당당함이 넘칩니다. 분명히 스밀라 가방이 아니고 제 가방이긴 한데, 저렇게 나오면 도로 가져갈 재간이 없습니다... 2010. 12. 28.
[폴라로이드 고양이] 107. 강남 오렌지 고양이 아직 시간이 일러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강남의 주점 앞에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고양이 사료가 알알이 흩뿌려진 것으로 보아, 근처에 밥 주는 사람이 있는 듯합니다. 고양이는 이른 저녁을 먹으러 나왔던 것인지, 떨어진 사료알을 주워먹던 그 자세로 등 근육을 긴장시키며 동그랗게 얼어붙었습니다. 여름철엔 시원해 보였을 술 광고도 겨울에 보니 선뜻해 보여 추운 느낌을 더합니다. 경계심에 찬 얼굴로 몸을 숙이고 귀를 뒤로 날리며 관망하는 오렌지 고양이입니다. 달아날까 말까 머릿속으로 가늠하고 있는 것입니다. 흰 털신을 신고 있지만, 모양만 그럴듯해 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때 강남의 소비문화를 상징했던 '오렌지'라는 단어도, 오렌지 고양이에게는 그저 자신과 상관없는 '남의 일'일 따름입니다.. 2010. 12. 25.
느긋하게 몸단장 하는 고양이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지 어느새 1년 반이 다 되어갑니다. 가장 좋은 점은 역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스밀라와 함께 놀아줄 수 있다는 점이겠죠. 아침에 일어나서 방문을 열면, 스밀라는 베란다 문 앞에 몸을 기대고 누워있다가 사자갈기처럼 털을 날리며 저를 향해 반갑게 뛰어옵니다. 물론 뛰어와 안기거나 이런 건 없고, 그냥 무심히 다리 밑을 배회하다가 다시 베란다 창문 앞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다른 가족들에게는 잘 안 해주는 환영의식을 저에겐 매일 아침 꼭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침 환영의식을 마친 스밀라는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대개 가방이나 입던 옷) 위에 누워 발라당을 하다가, 그루밍을 시작합니다. 몸단장을 하면 기분도 좋아지는지, 혀뿌리가 아플 것 같은데도 부.. 2010.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