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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고동이의 두 번째 겨울 작년 겨울 청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얼룩고양이, 고동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습니다. 고동이보다 좀 더 어리고 미묘였던 억울냥이 맞이하지 못한 두 번째 겨울을, 고동이는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고동이와 함께 살며시 코 인사를 건네던 억울냥은 사진 속 수줍은 모습으로만 추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보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으면 걱정과 불안한 예감이 오가다가, 그 시간이 길어지면 예감은 확신으로 바뀌게 됩니다. 길고양이와의 만남과 이별이라는 것이 늘 그렇게 기약없이 시작되었다가 끝나는 것이지만, 매번 겪는 일인데도, 마음은 아직 이별하는 훈련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남겨진 이들의 삶이 있기에, 그리고 그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기에, 슬픔은 마음에 묻어두고 다시 그들이 살아갈 시간을 기록하게 .. 2010. 12. 22.
동물진료 부가세 반대의견을 메일로 보내주세요(~12.23) 지난 8월,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부가가치세법 개정' 항목 중 반려동물 진료부가세 반대와 관련해 1만 명 서명을 목표로 9월 말까지 반려동물 진료부가세 반대서명을 받았습니다. 서명기한 만료일까지 8991분이 서명해주셨고, 해당 서명 링크와 주요 의견을 파일로 정리해 지난 10월 기획재정부 민원게시판으로 전달하였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월 8일 국회를 통과한 세법개정안 후속 조치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등 15개 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연말까지 공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간 여러 단체와 수의사 선생님들이 동물진료 부가가치세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지만 이대로라면 지난 8월 발표한 개정안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제, 12월 20일에 부가가치세 개정.. 2010. 12. 21.
길고양이 아줌마, 둘이라서 좋아요 노랑아줌마 혼자서 단풍 깔린 길을 걸어봅니다. 호젓하게 걷는다고 좋아하기엔 왠지 마음이 쓸쓸해지는 겨울이라 그런지, 노랑아줌마의 눈길도 자꾸만 인기척이 느껴지는 뒤쪽을 향합니다. 이럴 때는 함께 낙엽 바삭거리며 걸어주고 수다도 떨어줄 이웃이 제격이니까요. 헛헛한 노랑아줌마의 마음을 눈치챘다다는 듯, 카오스 대장냥이 슬며서 다가섭니다. 여름에 볼 때와는 달리 카오스 대장과 노랑아줌마의 얼굴에도 살집이 도톰하게 생겼습니다. 겨울 날 차비를 몸이 먼저 하는 것이겠지요. "이 아줌마가, 쑥쓰럽게 얼굴은 왜 이렇게 가까이 들이밀고 그래." "아유, 우리 사이에 내외할 거 있수. 말을 트려면 냄새는 맡아야지." 둘이 다정하게 얼굴을 갖다댑니다. 둘 다 아줌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호젓한 단풍길에 로맨스가 끼어들 일.. 2010. 12. 20.
[폴라로이드 고양이] 106. 금방울을 숨긴 고양이 검은 고양이가 작심하고 눈에 불을 켜면, 고귀한 빛이 납니다. 귀금속을 어떻게 갈고 닦더라도 똑같이 흉내낼 수 없는 황금빛입니다. 금으로 공들여 세공하고, 금가루를 곱게 뿌려 빛이 반사될 때마다 다른 각도에서 광채를 내는 작은 금방울 같습니다. 눈동자에 금가루를 뿌리다 흘려, 얼굴에도 그만 금가루가 묻었습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금빛이 눈에 띄지 않도록, 눈 속에 가만히 감추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인간의 욕심을 아니까요. 금덩이를 낳는 능력을 들킨 거위가 왜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고양이가 눈 속의 금방울을 보여줄 때, 무심코 지나치지 마세요. 고양이가 당신에게 그걸 보여준다는 건, 그만큼 당신을 믿는다는 이야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2010. 12. 19.
추운 날, 집고양이의 아침 산책법 제가 방에서 나오자마자, 스밀라가 얼른 뛰어 베란다 앞으로 저를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시선은 문쪽을 한참 바라보다가, 저를 한 번 힐끗 봅니다. 베란다 문을 열어줄 때까지 '문쪽 한 번, 제 쪽 한 번' 이렇게 눈치 주는 일을 계속합니다. 아침 산책을 가고 싶다는 거죠. 바깥 산책은 겁내지만, 안전한 베란다 산책은 좋아합니다. 며칠간 날이 추워 베란다 열어주는 걸 금했더니,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입니다. 어머니는 "스밀라, 발 시려우니까 안돼" 하고 스밀라를 안아서 바깥 구경을 시켜줍니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내 발로 산책하고 싶다고요.' 스밀라, 귀 한 쪽은 어디로 보냈니^^; 한쪽 귀가 사라졌네요. 납작하게 만들어서 그런 듯. 늘 바닥에서만 보던 바깥 풍경이 갑자기 높아지니 이상.. 2010. 12. 18.
꿈꾸는 고양이의 금빛 날개-도예가 김여옥 먼 곳을 응시하는 고양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귀 끝부터 꼬리까지 흐르는 매끄러운 곡선은 그 자체만으로 유혹적이다. 도예가 김여옥 씨는 고양이 몸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선에 반해 고양이의 모습을 흙으로 빚기 시작했다. 유혹을 상징하는 화려한 양귀비꽃을 곁들여서. 그래서 그의 작업실 이름도 파피캣(poppycat)이다. 종로구 계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김여옥 씨의 전시를 찾아가자, 한옥을 개조해 만든 아담한 전시 공간 안팎으로 검은 고양이들이 와글와글하다. 기와를 얹은 담벼락에 몸을 누이고 낮잠 자는 녀석, 나비를 잡느라 까치발로 뛰는 녀석, 창 너머를 고요히 바라보는 녀석. 고양이 털빛은 하나같이 검은 듯 푸르고, 잿빛인가 싶다가도 은빛을 띤다. 따스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이 도는, 딱 잘라 무엇이라 규정하.. 2010.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