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폴라로이드 고양이] 105. 길고양이에게 금지된 것 고양이 작가 한 분을 만나고 돌아나서는 길에, 젖소무늬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어느 가게에선가 내놓은 사료를 맛있게 먹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화들짝 달아납니다. 네 발 달린 동물의 빠르기를 두 발 달린 동물이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실은 따라잡지 않는 게,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안고 달아나는 고양이에게는 더 안심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굳게 닫힌 셔터문처럼, 자신을 가둘지 모를 세상으로부터 달아나는 고양이. 길고양이는 자신에게 금지된 것이 너무나 많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뜻한 집, 맛있는 밥, 온전한 수명. 어디서 누구에게 태어났는지에 따라 그것은 온전히 고양이의 것이 되기도 하고 고양이에게 금지된 것이 되기도 합니다. 달아나는 고양이를 찍을 때면, 카메라를 든 손이 자꾸만 무거워집니다. 2010. 12. 11.
동물 학대, 1577-0954로 신고하세요 어젯밤 또 다른 고양이 학대 사건이 일어났네요. 아침에야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 경우는 실제로 학대 사진과 함께 그런 글이 게시되었기 때문에, 또한 모 공포영화의 컨셉을 모방해서 생명을 놓고 게임을 제안하듯 쓴 글이기 때문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사진도 봤지만, 차마 올리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여기저기 퍼 나르는 것도 걱정이 됩니다. 그 사진으로 동물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글을 올린 사람의 ‘주목받고 싶은 욕망’을 채워주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가끔 고양이 커뮤니티에 고양이를 학대했다는 글이나 사진을 툭 던지고 사라지는 사람이 있는데, 대개 그런 글을 올리고 반응을 지켜보면서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010. 12. 10.
가방을 지키려는 고양이의 자세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일을 드디어 마감하고, 오래간만에 외출할 준비를 합니다. 예전에는 배낭에 이것저것 넣고 다니는 게 습관이었는데, 작년에 한번 크게 앓았던 뒤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작은 배낭을 마련해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작고 가벼워서 즐겨 쓰는 배낭인데, 이날은 스밀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밀라가 버티고 나오지 않는 걸 보고, 어머니가 재미있어하면서 가방을 빼앗는 시늉을 해 봅니다. 배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나오게 하려고 하니, 등과 배를 바닥에 딱 붙이고 힘을 주면서 나오려고 하지 않네요. 스밀라의 표정에도 고집스런 마음이 묻어납니다. 조그만 배낭이라 몸이 다 올라가지도 않는데, 마냥 좋다고 저렇게 누워있습니다. 똬리 틀듯 몸을 동그랗게 말면 올라가기는 하는데, 지금은.. 2010. 12. 9.
길고양이와 집고양이, 한밤중의 만남 외출고양이로 사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가 한밤중에 만났습니다. 집고양이는 "너 황소? 나 최영의야!" 하고 대사를 치는 송강호의 기세로 뚜벅뚜벅 걸어옵니다. 아직 어린 노랑둥이 길고양이는 뒷모습만 보여서 얼굴 표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긴장과 호기심이 교차하는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집고양이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도망은 가지 않지만, 그래도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는지 꼬리가 너구리 꼬리처럼 두껍고 크게 부풀어올랐습니다. 그 사이에 집고양이는 어느새 코앞까지 뚜벅뚜벅 다가와 있습니다. 혹시 싸움이라도 한 판 벌이려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그런데 집고양이의 표정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귀를 납작하게 내리고 눈매를 반달눈으로 뜨고는, 뭔가 설득하는 듯한 표정으로 어린 길고양이와 무언의 대화를 나눕니다.. 2010. 12. 8.
고양이 쿠션 만드는 ‘고양이 삼촌’ 유재선 ‘고양이 삼촌’ 유재선의 작업실은 내가 꿈꾸던 이상향과 꼭 닮았다. 한적한 주택가라 소음에 시달릴 염려가 없고, 정오께 작업실로 출근해 셔터를 올리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곤 밥을 졸라대는 길고양이까지 있으니, 고양이 작가의 작업실로는 더 바랄 게 없다. 여섯 살배기 고양이 제이와 단둘이 사는 작가는 고즈넉한 작업실 한켠에서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고양이 쿠션도 만든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생업으로 삼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를 일러스트레이터로만 규정하기엔 좀 서운하다. 그는 유리창에 마커로 그림을 그리는 윈도우 페인팅 작가로도 유명하고, 빈티지 인형을 파는 인형가게 사장님이자, 그림동화책과 잡지를 수집하는 고서점 주인이기도 하다. 그간의 작품을 모은 포트폴리오 격인 《고양이 삼촌》(레프트로드.. 2010. 12. 7.
소외된 고양이 돕는 '2011 고양이 달력' 12월이 다가오면 '괜찮은 달력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달력을 구매하거나 달력 그림을 관람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도울 수도 있고, 길고양이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2011년 고양이 달력들을 소개해 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에 쏙 드시리라 믿어요. 1. 2011년 마리캣 달력 고양이 작가 마리캣 님의 고양이 달력입니다. 아름다운 장식세밀화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멋진 그림들을 올해도 달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 사진으론 이 정도밖에 안 나오는 게 아쉽지만 실제로는 고양이 털 하나까지 섬세합니다. 12월 15일~21일까지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2011년 달력 원화뿐 아니라 작가가 소장한 소품 및 고양이 아트상품 판매도 이뤄진다고 합니다. 전시 입장.. 2010.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