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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기지개, 깜짝 놀랄 자세 작년 늦가을에 태어난 밀레니엄 고양이의 일족, 고동이는 무사히 1년을 버텨 당당한 어른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마치 고동색 망토를 등에 두른 것처럼, 어깨에서부터 등까지 고르게 멋진 점박이 고동색 무늬가 있는 고동이입니다. 그나저나 고동이 녀석, 기지개 한번 요란하게 하네요.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를 위협하는 건가?' 하고 깜짝 놀랄 만한 표정으로 무지 크게 하품까지 함께 합니다. 엉덩이를 쭉 빼고, 입은 힘껏 벌리고, 귀까지 뒤로 쫙 젖힌 걸 보니 저 기지개 한번이면 묵은 피로가 싹 달아날 것 같습니다. 참고로 고양이의 하품과 위협을 구분하는 방법을 말씀드리면, 진짜 위협할 때는 "하악~" 하고 목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나오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하품과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왜 고양.. 2010. 11. 22.
내 고양이의 발톱긁기 만행, 3종 세트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고양이 특유의 '발톱 긁기' 본능에서 나온 만행인데요. 사람 기준에서는 만행이지만,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내 집에 있는 물건을 내 마음대로 쓴다는데 문제가 됨?' 하고  반문할 법합니다. 그럼 사례별로 한번 알아볼까요?1. 가죽 의자-너덜너덜하게 만들기마 끈으로 만든 발톱긁개를 아무리 사줘도, 고양이 마음에 드는 발톱긁개의 질감은 따로 있나 봅니다. 특히 가죽의자의 경우, 스밀라는 흥분하면 갑자기 의자 위로 폴짝 뛰어오르면서 북북 발톱을 긁곤 합니다. 원래 부엌에서 식탁의자로 쓰던 의자인데, 등받이가 망가지면서 버리려던 것을 테이프로 감고 스밀라 전용 스크래처 겸 전망대로 내어주니 잘 쓰고 있습니다. 스밀라 전용으.. 2010. 11. 21.
[폴라로이드 고양이] 103. 현행범 아닌 현행범 길고양이는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슬며시 나오곤 합니다. 사진 속 고양이가 숨어있다 슬며시 걸어나온 저 곳도, 너비는 10cm가 채 못 되어 보이지만 고양이는 스르르 빠져나왔습니다. 보통 머리뼈만 통과할 수 있는 너비만 확보되면 별 어려움 없이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수염으로 통과할 곳의 폭을 재어 가능하다 싶으면 그리로 나오는 거죠. 아무도 없겠거니 하고 슬며시 빈 틈을 찾아 나오다가, 그만 저와 딱 마주치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는 고양이. 금방이라도 직립보행을 할 것 같은 자세여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인기척에 놀란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난간에 두 발을 딛고 오르려다 움찔 하는 모습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땡땡이치고 몰래 학교 담을 넘다가 담임선생님께 들킨 학생처럼 .. 2010. 11. 20.
스웨덴 식객 고양이, 캅텐 이야기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지친 마음을 쉬러 갔던 북유럽 고양이 여행에서 만난 고양이들 중에아직 소개하지 못한 고양이 가족이 있습니다. 식객 고양이 캅텐인데요,스웨덴어로 '캡틴'을 뜻한다고 합니다. 캅텐은 집고양이가 아니지만 아저씨 댁에서 매일같이 밥을 먹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출출하면 슬그머니 현관 난간에 둔 밥을 먹고, 집고양이와 놀다가 가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반 정착 형태로 살아가는 길고양이가있는데, 캅텐도 그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밥은 얻어먹지만, 고양이의 자존심은 버리지 않는다." 당당한 자세로 식객 고양이의 자존심을 이야기합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캅텐을 위한 밥그릇과 물그릇은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주변이 초록 들판과 커다란 나무로 가득하고, 인.. 2010. 11. 20.
고양이 초상화를 보는 고양이 고양이와 관련된 작가분의 인터뷰를 갔다가, 고양이 초상화가 있다고 해서 보여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마침 책상 위로 폴짝 뛰어올라온 녀석이 있어서, 초상화를 슬쩍 디밀어 봅니다. 바닥에 놓으면 보기 불편할 것 같아서 세워줬더니 물끄러미 봅니다. 고양이가 거울이나 유리창에 비친 주변 모습을 인식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는지라, 초상화를 보는 고양이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림 속 자기 얼굴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는데 거울 보듯 가만히 보고만 있네요. '다른 고양이들의 초상화는 모델과 많이 닮았지만 그 그림은 모델과 조금 안 닮았다'고 하는 작가분의 그림 설명을 듣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샐쭉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립니다. '아니, 그럼 나만 안 닮게 그려줬다는 거야?' 하.. 2010. 11. 19.
파리 팡테옹을 지키는 이집트 고양이 묘지 기행을 좋아하지만, 프랑스의 명사들이 지하에 안장된 파리의 팡테옹은 원래 방문 예정에는 없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이집트 고양이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죠. 푸코의 진자 옆에 우뚝 서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고양이의 모습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 봅니다. 팡테옹은 원래 성녀 주느비에브의 이름을 딴 성당이었다가, 프랑스 대혁명에 기여한 이들을 이곳에 안장하면서 현재는 프랑스 명사들의 무덤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꽤 덩치가 커서 거의 표범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고양이들이 흔히 하는, 앞발 얌전히 모으고 꼬리를 엉덩이 옆으로 착 붙인 모범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목에는 영생을 상징하는 딱정벌레 문양의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지하무덤에 안장된 이들의 영생을 기원하는 의미인 .. 2010.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