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선물한 가을 숲 풍경 오래된 아파트에 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비록 시설이 낡아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파트가 오래될수록 화단에 심은 나무도 함께 자라거든요. 나만의 화단은 아니어도,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곱게 단풍 드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부자의 정원이 부럽지 않습니다. 이런 화단 근처에선 길고양이를 가끔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아파트 고양이들은 장보러 갈 때 어두운 밤길에서나 가끔 마주치곤 했는데, 이날은 웬일인지 동그랗게 식빵을 굽고 있더군요. 화단은 며칠새 찬바람에 떨어진 낙엽으로 곱게 덮였습니다. 길고양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낙엽길이지만, 덕분에 차분히 걸어볼 수 있게 되었네요. 미미하나마 바닥에 쌓인 낙엽으로 보온 효과가 있을 것 같아도 그것은 땅에 사는 벌레들에게나 도움이 될 뿐, 덩치가 .. 2010. 11. 12. [폴라로이드 고양이] 100. 못 먹는 감, 관심없다 인간 세상에서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보 고약한 속담도 있지만, 길고양이는 푸짐하게 열린 감을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의연하게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아니, 못 먹는 감을 왜 찔러 봐? 그냥 두지. 인간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니까." 자기에게 필요한 먹을 것만 취할 뿐, 악의로 남을 해코지할 줄도 모르고 쓸데없이 감정과 체력을 소모하지 않는 길고양이의 지혜입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1. 11. 내 고양이를 위한 '사랑의 빼빼로' 며칠 전 스밀라와 놀아주다가, 문득 빼빼로데이가 멀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11월 11일, 연인들은 서로 빼빼로를 주고받고, 빼빼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은 가래떡데이라고 해서 가래떡을 선물하기도 한다지만, 저는 마음을 가득 담은 나만의 빼빼로를 스밀라에게 내밀어 봅니다. "음...이게 뭐하는 짓인가?" "응, 내 마음을 담은 사랑의 빼빼로야." 스밀라는 혹시나 해서 손가락 뿌리까지 꼼꼼히 냄새를 맡아 봅니다. 하지만 뭐 닭가슴살이나 참치 냄새가 밴 것도 아니고 그냥 손가락이니 특별한 맛이 날 리는 없습니다. "이게 뭐하자는 겐가! 사랑의 빼빼로라며!" 별 것 없다는 것을 깨달은 스밀라가 저를 향해 한껏 호통을 날립니다. "마음에 안 들면, 빼빼로 말고 '사랑의 작대기' 할까^^;" 내 냄새가 .. 2010. 11. 11. [폴라로이드 고양이] 099. 길에 남겨진 증거 시멘트 도로에 찍힌 동물의 발자국을 볼 때마다, 고양이 발자국인가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마을이 생기고 새 도로를 깔게 되었을 때, 이 길을 밟고 지나간 것은 사람만은 아닐 것입니다. 고양이도, 강아지도, 비둘기도 이 길을 걸었겠지요. 이 길의 주인이 인간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물이, 여기 있습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1. 10. 길고양이가 '낮은 포복' 배우는 이유 이제는 어엿한 청소년의 모습이 된 짝짝이 양말 고양이, 짝짝이와 어린 통키가 한 조로 낮은 포복을 훈련합니다. "에이 참, 큰 길 놔두고 왜 불편한 길로 가는 거예요?" 짝짝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잔뜩 찌푸린 얼굴에도 짜증이 가득한 것만 같습니다. '군인도 아닌데 왜 내가 이런 훈련을 해야 하냐고요.' 억울한 통키의 눈썹이 더욱 새초롬하게 처집니다. "이런... 나는 너보다 더 따끔따끔한데도 참고 있다고. 우리가 낮은 포복을 연습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니? 우리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덤불 아래로 다니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야. 지금은 너도 몸이 작아 아무 거리낌없이 다닐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되어 그제야 낮은 포복을 배운다면 어디 제대로 할 수 있겠어?.. 2010. 11. 10. [폴라로이드 고양이] 098. 뒷모습을 향한 기도 엄마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타박타박 길을 걸어갑니다. 오며가며 얼굴을 익힌 길고양이가 뒤를 돌아보며 총총히 멀어져 갈 때,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작별인사가 되지 않기를,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되지 않기를. 2010. 11. 9. 이전 1 ··· 68 69 70 71 72 73 74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