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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고 투명하고 반짝이는 것 고양이가 눈을 들어 허공을 바라본다-이렇게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홀릴 수 있다니. 2006. 10. 11.
하얀 식빵 스밀라가 잘 보여주지 않는 식빵 자세. 평소에는 털방석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거나, 다리를 쭉 뻗고 널브러져 있기 일쑤다. 고양이가 네 다리를 몸 아래로 접어 넣은 걸 보면, 왠지 다리가 저릴 것만 같다. 아이들이 종종 당하는 체벌 중에 '무릎 꿇기'가 있지 않나. 사람은 두 다리만 꿇으면 되지만 고양이는 다리가 네 개니까, 다리 저림도 두 배일 것 같은데... 고양이가 식빵 자세를 하고 있다가 "어, 다리 저려=( -ㅅ-)=" 하면서 일어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어쨌거나 보는 사람은 불편해도, 고양이는 식빵 자세를 별로 불편해하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스밀라는 쿠션 위에서만 식빵을 굽는다. 표정이 좀 심통난 것 같기도 하고^^; 2006. 10. 8.
가방 놀이 베란다 방에 놓아둔 큰 가방 속으로 스밀라가 쏙 들어갔다. 한동안 탐색하는가 싶더니 가방 바닥을 벅벅 긁는 소리가 난다. 얼른 꺼낼까 하다가, 변변한 장난감도 없는데 저렇게라도 놀아야지 싶어서 그냥 뒀다. 그랬더니 2시간 넘게 저 안에서 놀고 있다. 너무 좋아하는거 아닌가( 'ㅅ')? 2006. 10. 4.
고양이 동굴에서 고양이에게는 몸을 숨길 수 있는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하다. 야생의 고양이라면 어떤 동굴을 선택하는지 모르겠지만, 도시의 고양이는 주변의 지형지물을 활용해 동굴로 삼고 '이건 동굴이야' 하고 자기암시를 건다. 그러니 길고양이와 만나려면, 주택가 골목에 주차된 자동차 아래, 혹은 길가에 있는 네모난 소화전 상자 아래, 아니면 키 작은 나무를 빽빽하게 심은 화단 근처를 유심히 보아야 한다. 고양이가 늘 있는 건 아니지만, 평소 보이던 고양이가 눈에 띄지 않는다면, 적어도 다른 곳보다는 그 근처에 숨어있을 확률이 높다. 새끼 고양이가 '동굴 입구'에 나와 있다. 코 끝에 흙이 묻어 꼬질꼬질하다. 험하게 살아온 동물에게는 흔적이 남는다. 아직은 그저 흙먼지나 조금 몸에 묻히는 정도겠지만, 조만간 어른 고양이들과 .. 2006. 9. 30.
도망치는 고양이 새끼 고양이 있는 곳을 들여다보니, 빈 두부 그릇과 햇반 그릇이 눈에 띈다. 사람 손이 타지 않는 곳이라서 이곳에도 밥을 놓아두는 모양이다. 새끼 고양이는 어미보다 경계심이 강하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조금이라도 내가 움직이는 기미를 보이면 달아날 기세다.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큰 소리로 울어대서는, 아무리 몸을 숨겨도 소용없지 않나. 내가 가지 않고 계속 얼쩡거릴 것처럼 보였는지, 새끼는 더 이상 그곳에 앉아 있지 않고 자리를 옮겼다. 잡동사니가 쌓인 통로는 담을 따라 뒷문과 이어진 것 같다. 새끼 고양이가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머리만 빼꼼 내밀어 주변이 안전한지 확인한다. 담 바로 옆에 주차된 차 밑으로 숨어들어갈 모양이다. 후다닥 뛰어 갈 수 있을지, 거리를 가늠해본다. 후다닥~ '차 밑에 숨기.. 2006. 9. 30.
정을 떼는 고양이 오래간만에 매점 앞을 지나면서 혹시 고양이가 있을까 기웃거려본다. 멀리 삼색 고양이의 엉덩이가 보인다. 얼마 전에 새끼와 함께 아름다운가게 사무실 근처에 누워 있던 어미 고양이다. 에웅에웅,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린다. 가까이 가 보니 삼색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아니었다. 뭔가 열심히 주워먹고 있어서 울 겨를도 없어 보였다. 플라스틱 통에는 참치나 소시지가 아닌, 고양이 사료가 담겨 있다. 매점 아주머니께 "사료를 사서 주시는 거예요?" 하고 여쭤 보니, 자주 오는 고양이들 주라고 누가 사료를 맡기고 갔단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끼들을 살갑게 챙기던 어미 고양이가 요즘은 쌀쌀맞게 군다고 한다. 제 먹을 것만 챙기니 이상하다고. 새끼들이 다 자랐으니 정을 떼려나 보죠, 애매한 답을 하고 다시 울음소리.. 2006.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