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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깽이 반선생님 댁에서 만난 길고양이 출신 삼색 고양이 '애깽이'. 대로변에 넙죽 앉아 '나 데려가슈' 하고 있던 녀석을 데려왔다는데, 이제는 선생님 댁에 정착해 딸처럼 귀여움 받으며 살고 있다. 귤만 한 크기의 아깽이 때 '애깽아' 하고 부르던 것이 어느새 이름으로 굳어졌다지만 나름 귀엽다. 애깽이 이야기는 조만간 정리해서 올릴 계획이다. 시간이 빠듯하니 마음만 바쁘고나. 2006. 11. 18.
스밀라를 조용히 재우는 방법 한밤중에 방안을 배회하는 스밀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한동안 고민했는데,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스밀라를 상자 안에 넣어주면 되는 거였다. 적어도 몇 시간 동안은 상자가 둥지인 것처럼 조용히 앉아 있다.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서 나를 밟고 다니기는 하지만. 가슴이 묵직해서 눈을 떠 보면, 스밀라가 네 발을 굳건히 디디고 나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그래도 얼굴은 밟지 않는 걸 보면 신기하다. 2006. 11. 14.
미안 목이 칼칼해서 ‘감기가 오려나’ 하고 기침약을 사다 먹었는데, 역시나 감기였다. 밤새 열이 오르고 몸살까지 도지는 바람에 꼼짝할 수가 없었다. 결국 출근도 못하고 종일 집에 있었다. 쉬는 동안에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회사에서 쓰다 만 원고를 만지고 있다. 약 기운에 졸다가 쓰다가 하면서. 지금 미리 앓아두면 월말 마감 때 감기로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나마 다행일까. 내가 골골거리는 동안, 스밀라도 속이 편치 않아 보인다. 사료를 뉴트로 초이스로 바꿨는데 몸에 맞지 않는지 며칠째 변 상태가 좋지 않더니, 급기야 오늘 아침에는 먹은 걸 그대로 토해 놨다. 헤어볼은 없고, 소화가 미처 안 된 사료 덩어리만 토한 걸 보니 사료가 안 맞는 게 확실하다. 어쩔 수 없이 예전에 먹이던 제품을 다시 주문했다... 2006. 11. 9.
저렇던 녀석이 이렇게 처음 보았을 때는 이렇게 비쩍 말라서, 얼굴도 삼각형이고 허리가 굽어보일 지경이었는데 집에 온지 넉 달이 지나고 이렇게 토실토실 살이 올랐습니다. 요즘은 너무 잘 먹어서 좀 걱정이지만... 가끔 '두 발로 서서 어정쩡하게 앞발 들어올리기' 같은 고난이도의 재롱도 보여줍니다. 고양이와 쭉 함께 살아온 분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이겠지만, 저에게는 스밀라의 행동이 늘 새롭군요.^^ 2006. 11. 4.
동당동당, 스밀라의 북소리 스밀라는 주로 밤에 노는데, 조용한 밤에는 울음소리도 더 크게 들린다. 거실로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면 베란다 방과 내 방 사이의 유리문을 닫아야 한다. 스밀라는 나를 볼 수 있지만, 밖으로 나올 수는 없다. 한데 스밀라는 그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리문 앞에 앉아서 냥-냥- 하염없이 울다가, 나중에는 두 발로 일어서서 앞발로 유리문을 번갈아가며 동당동당 때린다. 스밀라의 도톰한 앞발이 북채 역할을 하는 동안, 유리문도 열심히 둥둥 소리를 낸다. 나를 힐끔 보더니 집요하게 유리문을 두들긴다. 내가 나와서 놀아줄 때까지. 이걸로 "앞발로 유리문을 친다→ 둥둥 소리가 난다→ 엎어져 있던 인간이 부시시 일어난다→ 간식을 주거나 놀아준다"의 과정이 스밀라에게 학습된 듯하다. 2006. 10. 29.
원칙과 책임 새벽이면 스밀라는 몽유병자처럼 방을 어슬렁거린다. 공기가 싸늘해지면서, 베란다 방의 라탄 둥지보다 내가 있는 쪽으로 건너오는 일이 잦아졌다. 작은 털뭉치 같은 몸이 방 안의 소소한 물건들에 부딪칠 때 나는 소리는 작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척에 귀가 쫑긋해지면서 잠을 깨고 만다. 나도 고양이 귀를 닮아가는 건가. 가끔 내가 잠든 이불 위를 토실토실한 발로 즈려밟고 지나가기도 한다. 한 발 한 발 무게를 실어 도장 찍듯이 꾹, 꾹, 꾹, 꾹. 오늘 새벽에는 바로 옆에 와서 냄새를 맡고 있기에, 잠결에 등을 쓰다듬어주니 앞발로 번갈아가며 꾹꾹이를 했다. 꾹꾹, 꾹꾹. 밀라의 토실토실한 앞발. 요즘 살이 붙어서 그런지, 저 발이 이불 위를 밟고 지나가면 꽤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이불 위를 밟고 지나가면 잠.. 2006.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