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잠, 고양이잠, 나비잠 며칠째 잠을 깊이 자지 못했다. 이런 날은 기분나쁠 정도로 심장이 빨리 뛴다. 어느 시점부터 이런 느낌이 익숙해져서, 이제는 몸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대학생 때부터 밤새는 걸 은근히 즐겼던 것 같다(변태인가-_-). 내가 다녔던 학교는 주변에 유흥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수녀원'이라고 불렸는데, 오후 11시만 되면 버스가 끊겼고 택시조차 드물었다. 그래서 막차를 타는 것도 불가능해지고 집에 가기도 어정쩡해진 시간이 되면, 작업실에 남아 밤을 새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40명의 동기들이 만들어내던 소음이 사라진 작업실은 한결 고즈넉해서,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기 좋았다. 회사에서 종종 했던 철야 근무를 무덤덤하게 해냈던 건, 그 시절부터 단련되어서인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불안하게 조금씩 자는 .. 2006. 9. 19. 흐린 날 창밖을 보는 스밀라 옆모습만 보면 볼이 통통한 아이 같은데, 눈매는 성숙한 아가씨 같다. 고양이도 귀를 정기적으로 닦아주지 않으면 콜타르처럼 검고 끈적한 귀지가 생긴다. 귀 닦는 용액을 두어 방울 떨어뜨리고 찌걱찌걱 소리나도록 문지른 다음 탈지면을 밀어넣어 닦아야 하는데, 귀에 뭔가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스밀라는 내내 도리질을 친다. 간신히 귀를 닦아내면, 귀를 납작하게 해 가지고 눈을 내리깔고 저렇게 앉아있다. 심통이 났을 때 귀를 만지려고 하면, 귀를 착 내려서 뚜껑을 닫아버린다. 2006. 9. 18. 방석고양이 공기가 싸늘해지면서 방석고양이가 된 스밀라. 여름에는 더운지 잘 앉지 않아서, 바닥으로 뛰어내릴 때 충격 완화용으로나 쓰라고 깔아뒀는데, 요 며칠간은 방석에서 떠나지 않는다. 눈이 달린 털방석~ ( ^ㅂ^) 두 귀 옆에 뿔처럼 뾰족 튀어나온 털. 볼 때마다 귀엽다. 2006. 9. 11. 스밀라의 캣워크 책꽂이 위 공간이 아까워서 MDF박스를 사다가 자주 안 보는 책들을 꽂아뒀다. 천장에서 15cm 정도 공간이 비는데, 여기가 스밀라의 새 놀이터가 됐다. 베란다 방 책꽂이에서 공간박스 위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왔다갔다 하면서 논다. 저기 먼지도 한 2년 묵었을텐데, 또 털옷으로 먼지 청소 한번 해 주시고. 냥냥 울다가, 창밖을 빤히 바라보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기도 힘들 정도로 좁아보이는데, 어찌어찌해서 몸을 홱 틀더니만. 다시 베란다 방쪽 책꽂이로 폴짝. 고양이들은 역시 높은 곳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한다는-_-;;; 2006. 9. 10. 오리를 사냥하는 링스 스톡홀름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던 링스(Lynx)의 박제. 오리를 낚아채는 순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게 마음에 들었다. 네 다리 얌전히 땅에 딛고 교과서 속 그림처럼 서 있는 우리나라 동물 박제들과는 많이 다르다. 아마 땅에 딛은 저 뒷다리 속에 굵은 철심 같은 게 들어있어서 지지대 역할을 하는 모양인데, 실제로 도약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고양이과 동물이라면 무조건 귀엽게만 보이는 사람의 눈에는 귀여워보이지만, 링스도 맹수다. 2년 전 여름 스칸센에 갔을 때 야외동물원에 녀석이 있다기에 보고 싶었지만, 낮이라 그런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 우리 안에는 새끼 링스가 세 마리 있습니다"라는 표지판만 보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래서는 어린왕자의 보아뱀 얘기나 다를 바가 없지 않나. 2006. 9. 6. 탐나는 마법의 고양이 빗 고양이계의 '마법의 빗'이라는 퍼미네이터를 사볼까 고민 중이다. 무슨 면도기처럼 생겼고 크기도 작아서, 처음에는 별 믿음이 가지 않았다.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고. 그런데 입소문을 들어보니 꽤 털을 잘 잡아줘서 빗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나중에 우연히 털 빗기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빗살 사이로 촘촘하게 끼어나오는 털이 만만치 않았다. 스밀라도 빠지는 털의 양이 장난이 아니어서, 여기저기 날리기 전에 정리해줘야 하는데... 찾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쇼핑몰에도 몇 군데 입점된 것 같은데, 가격도 소규모 구매대행을 할 때보다는 많이 내렸다. 지금까지 알아본 최저 가격은 3만 원이다(여기보다 더 싼 곳이 있으면 제보해주세요^^;). 그래도 3천 원에서 5천 원 사이인 일반 고양이 빗보다 몇 배는 더 비.. 2006. 9. 5. 이전 1 ··· 90 91 92 93 94 95 96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