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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로 본 20세기 미술사-마티아스 쾨펠전 Jul. 05. 2002 |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장르는 아마 패러디일 것이다. 작가가 아무리 원본을 재치있게 뒤틀어놔도, 보는 이가 정작 원본이 어떤 모양새였는지 모른다면 발상의 기발함을 맘껏 즐기며 작가와 함께 웃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한독일문화원에서 7월 26일까지 열리는 ‘현대와의 작별-누가 브란덴부르크 문을 두려워하나?’ 역시 20세기 미술사를 알고 있을 때 비로소 그 참맛을 즐길 수 있는 전시다. 독일작가 마티아스 쾨펠(65, 베를린대 교수)은 이번 전시에서 브란덴부르크 문을 모티브로 브라크, 피카소, 칸딘스키, 클레, 몬드리안, 샤갈, 폴록 등 대가 20명의 화풍을 패러디한 연작 20점을 선보인다. 세기말을 기려 1999년부터 제작된 작품들은, 한눈에 20세기 미술사.. 2002. 7. 5.
자연이 빚어낸 은근하고 텁텁한 아름다움-조선목가구대전 June 28. 2002 | 한중일 3국의 옛 가구를 사람에 빗댄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아마 덩치 좋은 중국가구는 육체파 배우, 정교한 문양의 일본가구는 화려한 바디페인팅으로 몸을 덮은 행위예술가 쯤 되지 않을까. 반면 한국가구는 화장기 없는 풋풋한 살결의 여인이다. 오래도록 곁에 두어도 싫증나지 않고 연륜이 묻어나는 표면,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그 참 맛을 알 수 있는 한국 옛 가구의 매력은 목재의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 옛 선조들의 소박한 미적 감각과 과학적인 제작법을 되새기는 ‘조선목가구대전’이 호암갤러리에서 9월 1일까지 개최된다. 국·공립·대학박물관 30여 개소 및 개인 소장작품 중 선별한 목가구 181점이 공간성격에 따라 사랑방 가구, 안방 가구, 부엌 가구, 기타 가구.. 2002. 6. 28.
자의식의 날 벼르는 거대한 머리-이종빈 조각전 June 28. 2002 | 어둠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허공에 위태롭게 매달린 중년사내의 알몸이 관람자를 맞는다. 표정 없는 얼굴로 관람객을 응시하는 사내의 몸에는 손과 발이 없다. 누렇게 뜬 피부는 세파에 찌든 모습을 상징하듯 거칠게 채색됐다. 게다가 머리는 가분수라 불러도 좋을 만큼 불안정하게 크다. 이 사내는 올해로 8번째 개인전을 여는 조각가 이종빈(48)의 자소상이다. 소격동 금산갤러리에서 7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종빈이 20여 년 간 지속해온 조각작업과 지난 삶에 대한 성찰로 요약된다. 이종빈이 스스로 묘사한 자신은 불안하고 위태로운 내면과 강한 자의식이 공존하는 사람이다. ‘수영하는 사람 Ⅰ, Ⅱ’(2002)에서는 아예 망망대해 위에서 의지할 대상 하나 없이 떠도는 사내로 .. 2002. 6. 28.
여성이 말하는 허스토리 - 제2회 여성미술제 June 21. 2002 | 6월 30일까지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여성문화예술기획·재단법인 서울여성 공동주최로 ‘제2회 여성미술제-동아시아 여성과 역사’전이 개최된다. 양성평등의식을 고취하고 여성문화 네트워크의 물리적 기반이 될 서울여성플라자 준공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는 김수자, 윤석남, 송현숙, 그룹 입김 등 국내 11팀, 해외(중국, 일본, 대만, 태국, 필리핀) 8팀 등 동아시아 여성작가 19팀이 참여했다.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동아시아 여성현실 그려 1999년 여성작가 1백40여명이 대거 참여한 ‘제1회 여성미술제-팥쥐들의 행진’이 산발적으로 활동해온 한국 페미니즘 작가들의 힘을 규합하는 자리였다면, 제2회를 맞이한 이번 전시는 작가 수를 제한하는 대신 지역적 범위를 넓혀 동아시아 여성의 현.. 2002. 6. 21.
쇠락하는 것들을 향한 페이소스 - 주명덕 사진전 June 21. 2002 | 한국 속의 작은 중국, 인천 차이나타운. 1883년 제물포항이 개항하고 이듬해 청국 영사관이 들어서면서 한창 때는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적댔지만,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서서히 퇴락해 현재는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 차이나타운의 쇠락해가는 모습을 사진작가 주명덕의 눈으로 포착한 전시가 7월 27일까지 한미갤러리에서 열린다. 한미약품이 사진예술의 대중화를 표방하는 한미문화예술재단을 설립하면서 개관한 한미갤러리는 개관기념전 ‘차이나타운-1968.인천’전에서 주명덕의 초기작 33점을 소개한다. 작가는 1968년 《월간중앙》에 ‘한국의 이방’이란 포토에세이를 연재하면서 인천 차이나타운, 미군 기지촌, 무당촌, 고아수용시설 등 한국사회의 소외집단을 중점적으로 다.. 2002. 6. 21.
의식의 심층 파고드는 붉은 혀의 춤-문범강전 June 14. 2002 | 사실주의적 화법으로 관능과 의식의 세계를 그려온 재미작가 문범강(46, 워싱턴 조지타운대 교수)이 일민미술관에서 5년만의 국내전 ‘B. G. Muhn: I LOVE YOU’를 연다. 8월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근작 회화 및 드로잉 30여 점,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조각작품 11점을 포함해 총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문범강이 그려내는 인물은 죽음과 관능의 이미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눈을 감은 채 입을 벌리고 새빨간 혀를 도발적으로 내민 얼굴들은 쾌락을 갈구하는 듯하다. 사람과 개의 머리, 어른과 어린아이의 머리, 복수의 남성과 여성, 사람과 사물 등의 기괴한 이종교배는 축축하고 부드러운 혀가 살에 휘감기는 느낌보다 더 자극적이다. 의식의 진화를 꿈꾸는 머리.. 2002.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