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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으로 그려낸 내면의 풍경-주명덕, 민병헌, 구본창 May 03. 2002 | 주명덕, 민병헌, 구본창-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세 명의 사진작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사간동 금호미술관전관에서 5월 23일까지 열리는‘주명덕·민병헌·구본창 사진전’에서는 세 명의 작가가 인물, 풍경, 자화상을 주제로 선별한 사진 30여 점을 선보인다. 콘트라스트가 낮아 어두운 느낌을 주는 로우 키(low key) 사진으로 한국의 자연을 담아온 주명덕은 안개 속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산줄기를 따라 그물처럼 깔려있는 나무의 잔가지, 어둑어둑한 산줄기 사이에서 강줄기가 흰 마직 리본처럼 어슴푸레 드러나는 그의 사진은 대상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고 한 겹의 어두움을 덧씌워 수묵화 같은 풍경 속으로 관람자를 몰입시킨다. 인체 같은 풍경, 풍경 같은 인체 손에 잡히지 않.. 2002. 5. 3.
투명한 속살 드러낸 꿈의 건축물-고명근전 Apr. 26. 2002 | 내가 살고 있는 집의 벽이 투명해진다면? 혹은 답답한 시멘트 벽 대신 유리창으로 사방을 두른 벽을 만들 수 있다면? 푸른 하늘이 시원하게 비치는 지붕은 또 얼마나 멋질까. 시멘트 상자처럼 네모반듯한 건물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도시인들이라면 한번쯤 꿈꿔 보았을법한 풍경이다. 소격동 학고재(구 아트스페이스서울)에서 5월 1일까지 개최되는 고명근의 9번째 개인전 ‘빌딩의 꿈’에서는 이렇듯 환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색적인 건물들을 접할 수 있다. 무의식의 세계를 현실로 일궈낸 사진설치조각 조각을 전공한 고명근은 뉴욕 프랫대학원 재학시절 사진에 매료되면서 사진과 조각의 경계에 서 있는 일련의 ‘사진조각’작업을 선보였다. 그의 사진조각은 건축물을 촬영한 사진을 입체구조물에 반복.. 2002. 4. 26.
풍속화로 읽는 끈끈한 삶의 현장 Apr. 19. 2002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맞이해 7월 14일까지 ‘조선시대 풍속화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풍속화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신윤복·김홍도·김득신의 작품을 비롯한 16∼19세기 풍속화 1백 40여 점이 선보인다. 궁중·관아의 행사기록화, 문인들의 계회도와 사인풍속화 등, 기존에 풍속화의 범주에 넣지 않았던 작품들도 대거 소개됐다. 18세기 후반에 치우친 기존 풍속화를 넘어 다양한 계층의 생활사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출품작은 4가지 주제로 분류됐다. 유교적 질서가 지배하는 현장을 담은 ‘정치와 이상’, 사대부의 일상을 그린 ‘아취와 풍류’,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포착한 ‘생업과 휴식’, 감로탱화와 무속세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2002. 4. 19.
찬란한 금빛으로 빚어낸 비잔틴 문화의 정수 Apr. 19. 2002 | 경건한 신앙을 바탕으로 만개했던 비잔틴 미술의 종교적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그리스 성화들이 국내에 소개된다.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6월 16일까지 열리는 ‘천상의 빛-그리스 포스트 비잔틴 성화전’에서는 화려한 금박 위에 수를 놓듯 꼼꼼하게 그려낸 성인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치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리스 베나키 박물관이 소장한 비잔틴 시대 이후 15∼18세기의 성화 47점이 전시된다. 예배보듯 경건함을 담아 그려낸 성화들 전시된 성화는 15세기부터 18세기 사이에 크레타와 이오니아의 섬에서 활동한 크레타 화가들의 작품으로, 그리스 비잔틴 미술의 엄격한 종교적 양식을 이어받았다는 의미에서 ‘포스트 비잔틴’ 양식으로 통칭된다.. 2002. 4. 19.
근대미술 1백년 사에 담긴 격조와 해학 Apr. 12. 2002 | 화랑가를 돌다보면 전시장에 걸린 수많은 작품 속에서 한국적인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는 국내외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조형언어가 영상·설치 등 특정 분야에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장르로 구별되는 한국성이 아니라, 한국미술에 내재된 보편적 정서를 포착한다면 장르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호암갤러리에서 5월 12일까지 열리는 ‘격조와 해학전’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듯하다. 이 전시는 서구화풍과 재료가 도입된 20세기 초를 근대미술의 시발점으로 삼는 대신, 근대정신이 발아한 시기와 그 정신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실학이 만개한 19세기 중엽부터 1960년대까지가 근대미술기로 설정됐다. 이하응, 민영익, 장승업, 김환기, 김기창, 박수근, 이중섭 등.. 2002. 4. 12.
히드라에서 사이보그로 진화한 여전사, 이불 Apr. 05. 2002 |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키치 이미지로 억압적 현실을 풍자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아온 이불 개인전이 열린다. 5월 5일까지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 미공개작인 ‘히드라’와 제48회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작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최근작인 사이보그, 몬스터 연작 등 7점이 출품된다. 또한 1989년부터 1996년까지의 퍼포먼스 비디오도 상영돼 이불 작품세계의 발전과정을 짚어볼 수 있다. 도발적 화법으로 억압에 대한 자각 일깨워 이불은 페미니즘 미술이 부재했던 한국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몸을 이용한 도발적 퍼포먼스로 여성문제에 대한 재인식을 촉구해왔다. 알몸으로 쇠사슬에 묶인 채 거꾸로 매달린 퍼포먼스 ‘낙태’(1989)는 이불식 직설화법의 대표적 예.. 2002.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