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멸, 자성, 희망의 3색 공간- ‘금단의 열매’전 Mar. 08. 2002 | 현재 출간된 책 중에서 예술가들이 가장 빈번하게 작품의 모티브로 삼아온 책은 무엇일까? 아마도 성경이 아닐까. 종교적인 관점을 떠나서 보더라도, 인간의 교만과 어리석음으로 인한 파멸을 경고한 성경의 메시지는 문명의 이기에 잠식돼 가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2월 21일부터 4월 7일까지 성곡미술관 본관에서 열리는 제3회 성곡미술대상 기획공모수상작 ‘금단의 열매’전 역시 성경의 창세기를 인용했지만, 종교적 색채보다 자기성찰과 희망이 강조됐다. 김은정, 이윰이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는 8명의 작가가 ‘Where are you?’, ‘지식의 나무’, ‘생명의 나무’등 3개 팀으로 나뉘어 전시장을 독립된 세 개의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파멸 위기에 놓인 인간의 자아성찰 여행 따.. 2002. 3. 8.
죽음은 삶의 아름다운 마침표 Mar. 08. 2002 | “잘 죽는 것은 잘 사는 삶의 정점”이라는 로버트 풀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죽음은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체험 중 하나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갤러리현대 지하 1층∼2층에서 3월 12일까지 열리는 금속공예가 유리지(57, 서울대 교수)의 ‘아름다운 삶의 한 형식’전 역시 이런 맥락을 지닌다. 전시명에서 연상되는 것은 삶의 찬가지만, 작가는 역설적으로 장례용품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죽음을 공포의 대상이거나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닌, 삶이 완성되는 순간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의식이 반영됐다. 아름다움과 기능성 겸비한 매혹적인 장례용품 유리지는 통산 여섯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향로, 촛대 등 제사용품을 비롯해 골호, 사리함, 상청, 상여 등 전시된.. 2002. 3. 8.
도심에서 찾아낸 쉼표 같은 순간-‘도시에서 쉬다’전 Feb. 28. 2002 | 지난해 인터넷에서만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패러디영화 ‘다찌마와리’를 보면 시골에서 갓 상경한 화녀와 충녀가 삼일빌딩 앞에서 성공을 기약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웃음의 종류는 두 가지다. 처음의 웃음은 옛날영화를 패러디한 장면이 황당하고 우습기 때문이지만, 그 웃음이 사라질 때쯤 씁쓸하게 입가에 맴도는 두 번째의 웃음은 도시의 현실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는 자조에서 나온다. 생존경쟁과 빈익빈 부익부 현상, 환경오염에 시달리는 오늘날의 도시가 과연 유토피아일 수 있을까. 사라져버린 꿈과 이상에 대한 그리움 하지만 허울뿐인 꿈의 공간이라 해도 익숙한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날 자신이 없다면, 차선책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일민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2월 20일부터 4월.. 2002. 2. 28.
공간을 가르며 무한증식하는 투명한 벽들 Feb. 28. 2002 | 2월 20일부터 3월 3일까지 인사아트센터 2층에서는 조각가 서혜영(34)의 제21회 석남미술상 수상기념전 ‘THE BRICK’이 개최된다. 매년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인 만 35세 미만의 청년작가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석남미술상 심사위원단은 본선에 오른 6명의 작가 중에서 만장일치로 서혜영을 선정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와 밀라노 브레라 주립미술학교를 졸업한 작가는 이번이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본 전시에서 서혜영은 라인테이프를 이용한 벽면 드로잉, 유리와 실크스크린을 조합한 평면작품 및 영상설치작업 등을 선보인다. 살아있는 세포처럼 증식하는 초현실적인 벽의 이미지 서혜영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살아있는 세포처럼 무한히 증식하는 벽의 이미지다. 그가 즐겨 사용했.. 2002. 2. 28.
‘바보천재’ 운보의 네 가지 얼굴 Feb. 22. 2002 | 어떤 일에 오래 몸담을수록, 또 그 일에서 대가라는 평을 받을수록 자기복제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는 기존 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운보 김기창 화백 1주기를 맞아 4월 7일까지 덕수궁미술관 제1∼4전시실에서 개최되는 ‘바보천재 운보그림’전은 놀랍다. 주제를 달리할 때마다 한 사람이 그린 것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화풍이 독창적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네 명의 운보를 만나는 듯 다채로운 화풍 선보여 이번 전시는 운보의 작품세계에 대한 연대기적 분류를 지양하고 주제별로 나눈 것이 특징이다. 1950년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제작된 작품 1백여 점은 입체파적 풍속화, 예수의 생애, 바보.. 2002. 2. 22.
욕망을 벗겨낸 육체의 현란한 모자이크- ‘피부 위를 밟기’전 Feb. 22. 2002 |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2월 9일부터 3월 2일까지 캐나다 작가 바루흐 고틀리프의 ‘피부 위를 밟기’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고틀리프는 파편화된 인체 이미지로 패턴화된 종이를 만들어 벽과 바닥을 도배한 사진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밟고 지하 전시실로 내려가면 보이는 작품은 단 한 점이다. 한쪽 벽면으로부터 시작돼 전시실 바닥 전체를 메운 거대한 사진 한 장이 출품작의 전부다. 비슷한 무늬가 대칭을 이루며 반복적으로 나열된 사진 속에서 피사체의 정체를 식별할 수 있는 익숙한 형상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장지나 벽지의 패턴처럼 반복되는 형상들은 익명의 남성과 여성의 몸이, 살과 살의 요철이 서로 뒤엉켜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엉.. 2002.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