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주인공의 몸에 투사한 변신의 욕망-‘판타지 앤 일루전’전 Apr. 05. 2002 | 코스프레. 만화주인공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만화 속 장면을 연출하는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를 일본식 약자로 일컫는 표현이다. 관훈동 갤러리창에서 4월 9일까지 열리는 김학민의 네 번째 개인전 ‘판타지 앤 일루전’전은 이 코스프레를 소재로 한 전시다. 《키즈아토》의 메이드, 《카논》의 마이, 《블랙 매트릭스》의 미제트 등 유화로 재현된 깜찍하고 발랄한 만화주인공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실주의적 인체작업을 주로 해 온 김학민은 ‘딸기사라’란 닉네임으로 유명한 코스튬 플레이어 강지혜와 함께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강지혜가 직접 제작한 만화 캐릭터의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면, 김학민은 무반사 유리 위에 그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유리 뒤에 디지털 이미지로.. 2002. 4. 5. 현대 생활디자인 명품들의 경연장-‘Less and more’전 Mar. 29. 2002 |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기금이 1980년부터 소장해온 현대 생활디자인 명품들이 국내에 대거 소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5월 3일까지 열리는 ‘레스 앤드 모어’전은 세계 유명 디자이너 90여 명의 작품 5백70여 점이 전시되는 대규모 디자인전이다. 알렉산드로 멘디니, 에토레 소트사스, 가에타노 페세, 제스퍼 모리슨, 악셀 쿠푸스, 필립 스탁, 드룩 디자인, 론 아라드,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의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보다 더 단순하게, 혹은 보다 더 장식적으로 전시명 ‘레스 앤드 모어(Less and more)’는 20세기 초를 풍미한 모더니즘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어의 역설적 명제 ‘Less is more’에서 착안한 것으.. 2002. 3. 29. 레고블럭으로 그린 삐딱한 한국화-황인기 '디지털山水'전 Mar. 29. 2002 | 갤러리인에서 4월 5일까지 열리는 황인기(49, 성균관대 교수)의 6번째 개인전 ‘디지털 山水’전에는 낯익은 그림들이 등장한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전시된 작품 속 이미지에는 원본의 윤곽이 남아있지만, 5∼6미터는 족히 됨직한 전시장 벽을 가득 메울 만큼 거대한 규모는 원본이 지닌 정서를 압도하며 황인기의 작품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한다. 단순하지만 강한 1비트 이미지 작가가 그려낸 사본 이미지가 원본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농묵, 중묵, 담묵이 자연스럽게 뒤섞인 원본의 명암처리를 1비트 이미지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흐릿한 부분은 날아가버리고 짙은 부분은 더욱 강조된 이미지는 입체감을 잃은 대신 극적인 명암대비로 인해 더욱 강렬.. 2002. 3. 29. 섬광처럼 빛나는 지적 유희의 놀이터-‘Blink’전 Mar. 22. 2002 | 3월 16일부터 4월 14일까지 아트선재센터 1∼3층에서는 젊은 작가 기획전 ‘Blink’전을 개최한다. 김소라, 양혜규, 정혜승, 남지 등 4명의 작가는 모두 국제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여성작가이면서, 개념적 성향의 미술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Blink’라는 전시명에서 연상할 수 있듯, 이들의 작품은 섬광처럼 반짝이는 발상이 돋보인다. 미술관에 들어선 기발하고 난해한 놀이터 네 명의 작가가 작품 속으로 관람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은 재기발랄하지만, 이들이 벌여놓은 현란한 지적 유희의 놀이터에 뛰어드는 일은 만만치 않다. 작가의 설명 없이 제작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적 전환 때문이다. 컴퓨터문화를 기반으로 익명의 공동체문화를 실험하는 정혜승(29)의 .. 2002. 3. 22. 놀이치료 하듯 만들어낸 소인국 세계 Mar. 22. 2002 | 외부 세계는 너무나 크고 위압적으로 느껴지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왜소한 몸과 정신으로는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두렵고 막막한 순간이 있다. 그런데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그 세계가,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막 걸음마를 내딛는 어린아이의 발 앞에 놓인 계단 한 단이 아이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지만, 어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럴 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인데, 스스로를 확장시켜 바깥세계로 한 걸음을 내딛던가, 아니면 소인국에 간 걸리버처럼 외부 세계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장 과정에서 경험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상징적인 퇴행의 힘을 빌리면 가능하다. 3월 9일부.. 2002. 3. 22. 잃어버린 반쪽, 한국 여성미술사를 찾아서 Mar. 15. 2002 | ‘주체로서의 남성과 대상으로서의 여성’. 서구 시각예술의 역사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위계질서다. 이 같은 관계가 위험한 것은, 그림 속에 묘사된 여성상이 단순히 미적 감상의 대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성의 수동적 정체성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서구미술의 전통을 이식한 한국 근현대미술사 속에서 여성성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서 3월 6일∼6월 29일까지 개최되는 ‘또다른 미술사-여성성의 재현’전은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시명이 상징하듯 이번 전시는 여성작가가 일궈낸 절반의 미술사를 발굴해 되살리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상실된 절반의 미술사 되살리려는 시도 한국 근현대미술작가 63명의 작품 71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1부 ‘여성의 이.. 2002. 3. 15. 이전 1 ··· 46 47 48 49 50 51 52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