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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느끼는 북아트의 매력-‘감상하는 책’전 Jul. 26. 2002 | 나뭇가지에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책, 얇은 철판으로 만든 책 위에 자석글자를 자유롭게 뗐다 붙었다 할 수 있는 책, 한때 체벌도구로도 사용됐던 학생부 모양을 한 전시도록…책인지 예술작품인지 모를 기발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바로 환기미술관 별관 2층에서 8월 25일까지 열리는 ‘Livre Object : 감상하는 책’전에서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북 프로듀서 이나미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바프’와 북아티스트 김나래가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제본장정, 오브제에 가까운 아트북, 전자책의 일종인 웹북 등 4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오브제로서의 책’이 주종을 이룬다. 이들에게 있어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책은 일종의 조형작품으.. 2002. 7. 26.
살인현장 속 폭력의 얼굴-‘범인은 사진 속에 있다’전 Jul. 26. 2002 | 타인에 대한 물리적 폭력이 극한에 달한 상태는 바로 살인이다. 칼부림으로 얼룩진 살인사건현장은 대중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경우가 있어도 흔히 모자이크로 처리된다. 피가 튀고 살점이 흩어지는 현장 모습이 충격적이기도 하거니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사생활도 존중돼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을 끔찍하다 말하는 사람들도 한편으론 그 모자이크를 상상의 힘으로 벗겨보곤 한다. 폭력적인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런 죽음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것이 인간 심리다. 죽음에 대한 거부와 끌림의 양가감정 충무로에 위치한 스페이스 사진에서 8월 1일까지 열리는 사진작가 김진형의 ‘범인은 사진 속에 있다’전은 이처럼 생명이 유린되는 폭력의 현장에 초점을 맞췄다. 현장감식사진 촬영지침서.. 2002. 7. 26.
사진예술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제2회 사진영상페스티벌 Jul. 19. 2002 | 2002년은 한국미술계에서 사진예술의 저변이 크게 확장된 해다. 사진전문미술관을 표방하는 스페이스 사진, 대림미술관, 한미갤러리 등이 잇따라 개관했으며, 사진분야에 대해 문호가 좁았던 기존 미술관에서 주명덕, 배병우, 한정식 등 중견작가들의 개인전을 유치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가나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에서 8월 4일까지 열리는 제2회 사진영상페스티벌 ‘오늘, 사진은’ 역시 사진부흥의 대세에 힘을 실어주는 전시다. 바네사 비크로프트, 수잔 더지스, 길버트 앤 조지, 배병우, 구본창, 로버트 실버스, 튠 혹스, 피셔 스푸너, 토니 아워슬러 등 작가 18명이 스트레이트 사진부터 디지털사진, 영상설치미술 등 다양한 방식의 근작 1백여 점을 선보인다. 1990년대 이후 현대 사진예술.. 2002. 7. 19.
한 비행기 탄 한·불 작가들의 동상이몽-Korean Air France Jul. 19. 2002 | 인사동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대학교 동문전’류의 전시만큼이나 지리멸렬한 것이 ‘한·○작가 초대전’과 같이 나라이름이 사이좋게 붙어있는 전시다. 주제기획전이 아닌 이상 전자와 같이 학연·지연으로 묶인 전시나, 후자처럼 특정 국가에서 임의로 추출된 작가들이 함께 전시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전시는, 자칫 산만하거나 지루해질 위험을 늘 안고 있다. 쌈지스페이스에서 7월 31일까지 열리는 ‘Korean Air France’전 역시 쌈지스페이스가 선정한 한국작가 6명과 프랑스 국립미술학교가 선정한 프랑스 작가 5인의 ‘한·불작가 교류전’이다. 멀리 떨어진 두 지점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교통수단이 비행기임을 감안하면, 대한항공(Korean Air)과 에어프.. 2002. 7. 19.
예술로 다시 쌓은 화합의 바벨탑-바벨2002전 Jul. 12. 2002 | ‘세상의 언어가 단 하나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학실력 때문에 곤란을 겪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생각이지만, 이들은 노아의 후손들을 원망할 일이다. 구약성경 창세기를 보면 노아의 후손들이 하늘까지 닿는 바벨탑을 쌓으면서 하느님의 권위에 도전한 탓에, ‘괘씸죄’가 적용돼 인간의 언어가 서로 달라졌다니까. 혼란에 빠진 인간들이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배척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과만 교류하면서 인종과 언어가 세분화됐다는 이야기다. 인종과 언어를 매개로 풀어낸 상호이해의 장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1·7 전시실에서 8월 4일까지 열리는 바벨2002전은 앞서 언급한 바벨탑 이야기에서 착안한 전시다. 타민족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담긴 대표적 요소로 ‘인종’과 ‘언어’를 선정하고.. 2002. 7. 12.
인화지에 빛으로 수묵화를 그린다-배병우전 Jul. 12. 2002 |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아트선재센터는 8월 18일까지 중견사진작가 배병우(52, 서울예술대학 교수) 개인전을 개최한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흑백사진으로 한국의 자연을 서정적으로 그려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향 여수의 향일암, 제주 오름 등을 찍은 근작 1백여 점을 선보인다. 배병우의 작품은 첫눈에 확 들어오는 수려한 풍경사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관광엽서에서 흔히 보이는 것처럼 기교를 총동원한 구도와 현란한 색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배병우의 사진은 간을 안 맞춘 음식 마냥 심심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역설적으로 이처럼 담백한 표정을 하고있다는 점에서 다른 사진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되짚어볼수록 담백한 사진의 맛 흑백으로 절제된 색채, 연출하지 않은 듯 사.. 2002.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