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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행기 탄 한·불 작가들의 동상이몽-Korean Air France Jul. 19. 2002 | 인사동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대학교 동문전’류의 전시만큼이나 지리멸렬한 것이 ‘한·○작가 초대전’과 같이 나라이름이 사이좋게 붙어있는 전시다. 주제기획전이 아닌 이상 전자와 같이 학연·지연으로 묶인 전시나, 후자처럼 특정 국가에서 임의로 추출된 작가들이 함께 전시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전시는, 자칫 산만하거나 지루해질 위험을 늘 안고 있다. 쌈지스페이스에서 7월 31일까지 열리는 ‘Korean Air France’전 역시 쌈지스페이스가 선정한 한국작가 6명과 프랑스 국립미술학교가 선정한 프랑스 작가 5인의 ‘한·불작가 교류전’이다. 멀리 떨어진 두 지점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교통수단이 비행기임을 감안하면, 대한항공(Korean Air)과 에어프.. 2002. 7. 19.
예술로 다시 쌓은 화합의 바벨탑-바벨2002전 Jul. 12. 2002 | ‘세상의 언어가 단 하나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학실력 때문에 곤란을 겪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생각이지만, 이들은 노아의 후손들을 원망할 일이다. 구약성경 창세기를 보면 노아의 후손들이 하늘까지 닿는 바벨탑을 쌓으면서 하느님의 권위에 도전한 탓에, ‘괘씸죄’가 적용돼 인간의 언어가 서로 달라졌다니까. 혼란에 빠진 인간들이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배척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과만 교류하면서 인종과 언어가 세분화됐다는 이야기다. 인종과 언어를 매개로 풀어낸 상호이해의 장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1·7 전시실에서 8월 4일까지 열리는 바벨2002전은 앞서 언급한 바벨탑 이야기에서 착안한 전시다. 타민족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담긴 대표적 요소로 ‘인종’과 ‘언어’를 선정하고.. 2002. 7. 12.
인화지에 빛으로 수묵화를 그린다-배병우전 Jul. 12. 2002 |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아트선재센터는 8월 18일까지 중견사진작가 배병우(52, 서울예술대학 교수) 개인전을 개최한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흑백사진으로 한국의 자연을 서정적으로 그려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향 여수의 향일암, 제주 오름 등을 찍은 근작 1백여 점을 선보인다. 배병우의 작품은 첫눈에 확 들어오는 수려한 풍경사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관광엽서에서 흔히 보이는 것처럼 기교를 총동원한 구도와 현란한 색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배병우의 사진은 간을 안 맞춘 음식 마냥 심심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역설적으로 이처럼 담백한 표정을 하고있다는 점에서 다른 사진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되짚어볼수록 담백한 사진의 맛 흑백으로 절제된 색채, 연출하지 않은 듯 사.. 2002. 7. 12.
행운의 삼색 고양이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광화문-종각역-인사동을 왕복하는 익숙한 동선을 따라 무심코 오가던 길에서, 어린 삼색 길고양이를 발견한 것은 2002년 7월이었다. 그전에도 길에서 몇 차례 길고양이를 만난 적은 있지만, 친해지고 싶어서 손을 내밀면 녀석들은 잽싸게 내빼곤 했다. 그런데 종로의 한 빌딩가 화단 속 은신처에서 만난 삼색 고양이는, 사람을 슬금슬금 피하는 여느 길고양이와 달랐다. 검은 대리석 화단에 ‘식빵 자세’로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 몸을 일으키더니, 화단 난간에 팔짱을 끼고 앉는 게 아닌가. 바에 와서 마실 것 한 잔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여유롭기까지 하다. 아직 채 한 살도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 같은데 대담하기 짝이 없었다. 이 정도면 내가 고양이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고양이.. 2002. 7. 7.
패러디로 본 20세기 미술사-마티아스 쾨펠전 Jul. 05. 2002 |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장르는 아마 패러디일 것이다. 작가가 아무리 원본을 재치있게 뒤틀어놔도, 보는 이가 정작 원본이 어떤 모양새였는지 모른다면 발상의 기발함을 맘껏 즐기며 작가와 함께 웃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한독일문화원에서 7월 26일까지 열리는 ‘현대와의 작별-누가 브란덴부르크 문을 두려워하나?’ 역시 20세기 미술사를 알고 있을 때 비로소 그 참맛을 즐길 수 있는 전시다. 독일작가 마티아스 쾨펠(65, 베를린대 교수)은 이번 전시에서 브란덴부르크 문을 모티브로 브라크, 피카소, 칸딘스키, 클레, 몬드리안, 샤갈, 폴록 등 대가 20명의 화풍을 패러디한 연작 20점을 선보인다. 세기말을 기려 1999년부터 제작된 작품들은, 한눈에 20세기 미술사.. 2002. 7. 5.
자연이 빚어낸 은근하고 텁텁한 아름다움-조선목가구대전 June 28. 2002 | 한중일 3국의 옛 가구를 사람에 빗댄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아마 덩치 좋은 중국가구는 육체파 배우, 정교한 문양의 일본가구는 화려한 바디페인팅으로 몸을 덮은 행위예술가 쯤 되지 않을까. 반면 한국가구는 화장기 없는 풋풋한 살결의 여인이다. 오래도록 곁에 두어도 싫증나지 않고 연륜이 묻어나는 표면,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그 참 맛을 알 수 있는 한국 옛 가구의 매력은 목재의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 옛 선조들의 소박한 미적 감각과 과학적인 제작법을 되새기는 ‘조선목가구대전’이 호암갤러리에서 9월 1일까지 개최된다. 국·공립·대학박물관 30여 개소 및 개인 소장작품 중 선별한 목가구 181점이 공간성격에 따라 사랑방 가구, 안방 가구, 부엌 가구, 기타 가구.. 2002.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