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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창작혼을 불사른 노작가의 궤적-‘윌렘 드 쿠닝’전 Aug. 30. 2002 | 1948년, 뉴욕 찰스 이건 화랑에서 열린 윌렘 드 쿠닝의 첫 개인전에 모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시 미적 기준으로는 거의 광란에 가까운, 거친 흑백 궤적이 화폭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가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쏟아낸 ‘여인’ 연작은 강렬한 붓질과 색채로 신체를 해체해, 격렬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 윌렘 드 쿠닝의 만년작 1950년대 잭슨 폴록과 함께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로 불린 윌렘 드 쿠닝의 만년작이 국내에 소개된다. 가회동 갤러리서미는 9월 12일까지 열리는 ‘윌렘 드 쿠닝’전에서 유화 5점, 드로잉 11점등 총 16점을 선보인다. 대개 드 쿠닝의 작품은 1950∼60년대 작을 중심으로 논.. 2002. 8. 30.
기발하고 아름다운 세계부채 경연장-유럽과 동아시아 부채전 Aug. 23. 2002 | 한 자루의 부채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뭐가 있을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 정도의 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태원에 위치한 화정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9월 29일까지 열리는 ‘유럽과 동아시아 부채’전에서 제의적 도구, 얼굴 가리개, 연애의 매개체, 심지어는 광고 매체로까지 사용됐던 부채의 여러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된 부채들은 한빛문화재단 소장품 3백여 점 및 한광호 재단이사장의 개인소장품 8백여 점 중 2백여 점을 선별해 소개했다. 화려함이 돋보이는 유럽의 채색접선을 비롯해 중국의 단선과 브리제 부채, 단아한 한국의 접선, 기교를 한껏 자랑하는 일본의 부채 등 세계 부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흔히 부채의 재료라면 종이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2002. 8. 23.
달콤씁쓸한 나의 집-변선영의 ‘h project’ Aug. 23. 2002 | 화려한 분홍빛 인조모피로 사방을 도배한 공간에 수많은 풍선들이 매달려 있다. 깜짝파티의 주인공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빈방처럼 달콤한 기대와 흥분이 교차하지만, 이 방의 공기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발밑을 보면 부드러운 털가죽 사이로 예리한 쇠못들이 비집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마치 ‘달콤한 삶의 환상 속에는 깜짝 놀랄 비수가 숨겨져 있다’고 경고하는 듯한 분홍빛 방은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8월 29일까지 열리는 변선영의 ‘h project’전 중 일부다. ‘h’는 home과 house의 약자. 집과 가정을 주제로 작업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설치작품 1점 및 드로잉 1백 점 등을 선보였다. 핑크빛 환상 뒤에 가려진 삶의 날카로운 비수 흔히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 속에서 구.. 2002. 8. 23.
everyday eARThday! - 티셔츠 위에 펼치는 환경친화 디자인 Aug. 16. 2002 | 일요일에 인사동 거리를 걷다보면 ‘기인열전’이라 할 만큼 독특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혁필로 울긋불긋한 문자그림을 그려주는 할아버지, 엿을 실처럼 가늘게 뽑아 ‘용 수염’과자를 만드는 청년, 누더기 승복을 입고 마네킹 퍼포먼스를 하는 아저씨 등은 인사동 터줏대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다 올 여름부터는 행인들에게 티셔츠 그림을 그려 나눠주는 할아버지까지 가세했다. 세상에서 단 한 벌뿐인 환경사랑 티셔츠 한데 인사동의 새얼굴 ‘티셔츠 할아버지’가 그려 내놓은 티셔츠 그림들이 예사롭지 않다. 초록색 물감을 붓에 적셔 일필휘지로 그려나간 드로잉에서는 숨은 필력이 엿보인다. 그림과 함께 ‘everyday eARThday!’, ‘지구사랑’ 같은 환경 친화적 메시지도 담겼다. .. 2002. 8. 16.
그림으로 결산하는 2002월드컵-'로컬 컵'전 Aug. 16. 2002 |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여파는 한 달이 지난 지금에도 쉬 가라앉지 않는 듯하다. 오프사이드가 뭔지도 몰르는 ‘축맹’들조차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국선수들을 응원했고, 폐쇄적인 방 문화에 익숙했던 젊은이들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뛰쳐나와 광장의 열기를 체험했다. 심지어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 언급되는 현상도 월드컵과 무관하지 않다. 쌈지스페이스에서 8월 20일까지 열리는 ‘로컬 컵’전은 월드컵 이후, 이처럼 한국사회 구석구석에서 불거진 제반 사회현상을 되새김질하는 전시다. 김창겸, 이중재, 김태헌, 박불똥, 소윤경, 조습, 임흥순 등 참여작가 13명은 무거운 분위기로 흐르기 쉬운 전시를 경쾌한 유머와 신랄한 풍자로 그려냈다. 광장문화의 재해석과 매스미디어.. 2002. 8. 16.
물류의 형식을 빌린 미술담론의 장-컨테이너전 Aug. 09. 2002 | 오늘날 세계 전역에서 이뤄지는 물류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컨테이너. 1920년대부터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송수단으로 각광받아왔지만, 오늘날에는 비용절감 차원을 떠나 서로 다른 문화권 국가 간의 교류를 맡는 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타 문화권의 사람들이 물류의 움직임을 따라 자연스럽게 타 국가와 교류하는 것. 대학로에 위치한 마로니에미술관에서 8월 25일까지 열리는 문화예술진흥원 자체기획전 ‘컨테이너’전은 어떤 대상을 이처럼 담고, 옮기고, 내려놓는 컨테이너의 속성에 착안했다. 한국 화단의 중진 격인 40∼50대 작가를 대상으로 2001년에 이어 두 번째 시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보다 구체적인 주제어를 뽑는다면 ‘유목’과 ‘이산’이 될 것이다. 현대미술의 ‘유목’과 ‘이산.. 2002.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