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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사진의 현장 - ‘미국현대사진 1970-2000’전 Nov 01. 2002 | 서울 순화동 호암갤러리에서 2003년 2월 2일까지 ‘미국현대사진 1970-2000’전이 열린다. 본 전시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 소장된 1만2천여 점의 작품 중 셰리 르빈, 리처드 프린스, 신디 셔먼, 루카스 사마라스, 낸 골딘, 로버트 메이플소프, 샐리 만, 윌리엄 이글스턴 등 40작가의 작품 113점을 엄선한 것으로, 1970년대 이후 미국현대사진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일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사진전문화랑과 수집가들이 대거 등장하고,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과 페미니즘의 약진 등 사회적 현상이 새로운 사진예술의 이론적 배경으로 반영되면서, 사진은 1970년대를 기점으로 현실의 재현을 넘어 대안적 예술매체로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의 뉴컬러, .. 2002. 11. 1.
조각의 맨살, 매끈하게 다듬을까 드러낼까 - ‘감춤+노출’전 Nov 01. 2002 | 11월 5일까지 서교동 아티누스 갤러리에서 ‘감춤+노출(Disguise + Disclosure)’전이 열린다. 한국의 유재흥, 윤두진, 일본의 오자키 지츠야, 마쯔무라 데루야수 등 젊은 한·일 조각가 4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하나의 주제로 묶이기보다는 작가 각자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4인 4색전이다. 거칠게나마 양국 작가들의 작품 특성을 분류해본다면, 물성의 처리에서 그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유재흥과 윤두진이 매끈하게 다듬어진 표면처리를 통해 작가의 개성적인 색채를 덧붙이기를 강조했다면, 일본의 오자키 지쯔야, 마쯔무라 데루야수는 인위적으로 첨가한 사람의 손길보다 재료 본연의 자연스런 물성을 중요시한 것을 볼 수 있다. 다듬기와 버려두기-물성을 다루는 두 가지 방식 .. 2002. 11. 1.
빛으로 환생한 장인의 혼-한·중 전통등축제 Oct. 25. 2002 |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등 하나가 홀연히 빛을 발한다. 그 빛에 인도된 사람들이 또 하나의 등을 마음 속에 밝히고, 이 불빛은 다시 수많은 사람의 마음으로 이어지면서 세상의 어둠을 밝히게 된다. 이것이 《유마경》에서 설파하는 무진등(無盡燈)의 이치다. 굳이 불교적 가르침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미혹을 밝히는 한 줄기 등불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연등회가 종교적인 색채와 무관하게 사람들의 눈을 끌어당기는 이유도 화려함과 숙연함이 공존하는 등불의 매력에 있을 것이다. 흔히 등축제라 하면 석가탄신일 같은 특정한 날에나 접할 수 있기 마련이지만, 잊혀져 가는 등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 2건이 가을밤을 수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10월 25일까지 남산예술원에서 열린 전.. 2002. 10. 25.
도처에 떠도는 죽음의 이미지를 까발린다-안창홍 ‘죽음의 컬렉션’전 Oct. 25. 2002 |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단 한 가지의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는 이 사실은 종종 부정되곤 한다. 죽음에 대해 언급하기를 터부시하는 것은 일상이 됐고, 심지어는 냉동인간이 되기를 자원하는 등 현대과학의 힘을 빌려 죽음에 거부하기도 한다. 안국동 갤러리사비나에서 11월 10일까지 열리는 서양화가 안창홍의 ‘죽음의 컬렉션’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에게나 털어놓기는 꺼리는 죽음의 이미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채집했다. 안창홍은 학력과 인맥이 작가의 암묵적 요건으로 꼽히는 미술계에서 독학으로 작가가 된 독특한 케이스로, 17차례의 개인전을 치르면서 일상 속의 폭력과 죽음.. 2002. 10. 25.
사물을 보는 다른 방식-‘2002우리들의 눈’전 Oct. 18. 2002 | 시각장애인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한다. 대중매체에서 묘사되는 시각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이 주변에서 마주치는 모습들은 그렇게 관념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의 범주는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다. 예컨대 교정시력 0.05 미만으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는 전맹이지만, 어둠과 밝음만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광각, 눈앞에서 손을 움직일 때 알아볼 수 있으면 수동, 1m 앞에 놓인 사물의 수를 헤아릴 만큼 보이는 상태를 지수라 한다. 볼 수는 있으나 교정시력 0.3 미만으로 보통 크기의 책 글자를 읽을 수 없는 상태는 약시다. 이처럼 세분화된 시각장애의 상태를 인지하고 적절한 시기에 합리적인 감각발달훈련이 이뤄지면, 눈으로는 세세히 .. 2002. 10. 18.
의식의 심층으로 향하는 문과 계단-이명진의 ‘relationship’전 Oct. 18. 2002 | 그림자 사나이 하나가 탈출구를 찾아 달린다. 그의 눈앞에 낯익은 계단이 보인다. 아까부터 계속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맴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달리다가 문을 발견하고 열어보지만, 문 뒤에는 또 다른 문만 보일 뿐 달아날 공간이 없다. 그 문 뒤에는 또 다른 문, ‘이번만은…’ 하며 마지막으로 열어제낀 문 뒤에는 차가운 벽이 절망적으로 그림자의 눈앞을 가로막는다. 10월 26일까지 갤러리보다에서 열리는 이명진의 첫 번째 개인전‘relationship’은 이처럼 거대한 밀실과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는 그림자 사나이를 떠올리게끔 한다. 알록달록한 색채와 앙증맞은 형태로 집을 치장하긴 했지만, 탈출구를 찾아 복도와 계단을 끝없이 헤매는 저 검은 영혼의 이미지는 달콤한 환상을 모조리.. 2002.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