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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의 날 벼르는 거대한 머리-이종빈 조각전 June 28. 2002 | 어둠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허공에 위태롭게 매달린 중년사내의 알몸이 관람자를 맞는다. 표정 없는 얼굴로 관람객을 응시하는 사내의 몸에는 손과 발이 없다. 누렇게 뜬 피부는 세파에 찌든 모습을 상징하듯 거칠게 채색됐다. 게다가 머리는 가분수라 불러도 좋을 만큼 불안정하게 크다. 이 사내는 올해로 8번째 개인전을 여는 조각가 이종빈(48)의 자소상이다. 소격동 금산갤러리에서 7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종빈이 20여 년 간 지속해온 조각작업과 지난 삶에 대한 성찰로 요약된다. 이종빈이 스스로 묘사한 자신은 불안하고 위태로운 내면과 강한 자의식이 공존하는 사람이다. ‘수영하는 사람 Ⅰ, Ⅱ’(2002)에서는 아예 망망대해 위에서 의지할 대상 하나 없이 떠도는 사내로 .. 2002. 6. 28.
여성이 말하는 허스토리 - 제2회 여성미술제 June 21. 2002 | 6월 30일까지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여성문화예술기획·재단법인 서울여성 공동주최로 ‘제2회 여성미술제-동아시아 여성과 역사’전이 개최된다. 양성평등의식을 고취하고 여성문화 네트워크의 물리적 기반이 될 서울여성플라자 준공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는 김수자, 윤석남, 송현숙, 그룹 입김 등 국내 11팀, 해외(중국, 일본, 대만, 태국, 필리핀) 8팀 등 동아시아 여성작가 19팀이 참여했다.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동아시아 여성현실 그려 1999년 여성작가 1백40여명이 대거 참여한 ‘제1회 여성미술제-팥쥐들의 행진’이 산발적으로 활동해온 한국 페미니즘 작가들의 힘을 규합하는 자리였다면, 제2회를 맞이한 이번 전시는 작가 수를 제한하는 대신 지역적 범위를 넓혀 동아시아 여성의 현.. 2002. 6. 21.
쇠락하는 것들을 향한 페이소스 - 주명덕 사진전 June 21. 2002 | 한국 속의 작은 중국, 인천 차이나타운. 1883년 제물포항이 개항하고 이듬해 청국 영사관이 들어서면서 한창 때는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적댔지만,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서서히 퇴락해 현재는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 차이나타운의 쇠락해가는 모습을 사진작가 주명덕의 눈으로 포착한 전시가 7월 27일까지 한미갤러리에서 열린다. 한미약품이 사진예술의 대중화를 표방하는 한미문화예술재단을 설립하면서 개관한 한미갤러리는 개관기념전 ‘차이나타운-1968.인천’전에서 주명덕의 초기작 33점을 소개한다. 작가는 1968년 《월간중앙》에 ‘한국의 이방’이란 포토에세이를 연재하면서 인천 차이나타운, 미군 기지촌, 무당촌, 고아수용시설 등 한국사회의 소외집단을 중점적으로 다.. 2002. 6. 21.
의식의 심층 파고드는 붉은 혀의 춤-문범강전 June 14. 2002 | 사실주의적 화법으로 관능과 의식의 세계를 그려온 재미작가 문범강(46, 워싱턴 조지타운대 교수)이 일민미술관에서 5년만의 국내전 ‘B. G. Muhn: I LOVE YOU’를 연다. 8월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근작 회화 및 드로잉 30여 점,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조각작품 11점을 포함해 총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문범강이 그려내는 인물은 죽음과 관능의 이미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눈을 감은 채 입을 벌리고 새빨간 혀를 도발적으로 내민 얼굴들은 쾌락을 갈구하는 듯하다. 사람과 개의 머리, 어른과 어린아이의 머리, 복수의 남성과 여성, 사람과 사물 등의 기괴한 이종교배는 축축하고 부드러운 혀가 살에 휘감기는 느낌보다 더 자극적이다. 의식의 진화를 꿈꾸는 머리.. 2002. 6. 14.
패션사진 1세기의 역사-‘사진과 패션모델의 변천사’전 June 14. 2002 | 사진매체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대전 한림미술관이 서울로 이전하면서 대림미술관으로 명칭을 바꿔 지난달 23일 개관했다. 프랑스 건축가인 뱅상 코르뉘, 장 폴 미당의 설계를 맡아 지상 4층, 연면적 3백66평 규모로 완공된 대림미술관은 개관 기념전으로 8월 17일까지 ‘사진과 패션모델의 변천사’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세기에 걸친 패션사진의 흐름을 조망했다. 만 레이를 비롯해 밀톤 그린, 어빙 펜, 엘렌느 콘스탄틴, 피터 린드버그, 사라 문, 앤디 워홀, 쇼지 우에다, 장 폴 구드 등 총 32명의 사진 175점과 비디오 1점이 전시된다. 패션은 시대상을 담는 그릇 ‘의복은 사회적 피부’라는 말이 있듯, 패션은 당시의 시대상을 담는 그릇이라고 .. 2002. 6. 14.
한글 조형미의 탐구자, 안상수 June 07. 2002 | 자신의 집 대문을 한글 문양으로 장식하고, 짧게 깎은 뒷머리에 이름 석자의 한글자음 ‘ㅇ ㅅ ㅅ’을 새기고 다니는 사람. 우연히 마주친 사물에 숨은 한글의 형태를 발견하고 탁본을 뜨는 사람. 1985년 ‘안상수체’를 개발하며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새 장을 연 안상수는 한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이처럼 독특하게 표시한다. 로댕갤러리에서 7월 21일까지 열리는‘안상수. 한.글.상.상’전은 디자인 경력 25년에 접어드는 안상수(50, 홍익대 교수)의 작품세계를 집약한 전시다. 디자인 분야에는 문호가 좁았던 로댕갤러리가 1998년 개관이래 처음 개최하는 디자인전시인 만큼, 그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만든 포스터 40여 점을 비롯해 무크지 《보고서/보고서》, 한글 .. 2002.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