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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1백년 전 중국무덤 속으로 떠나는 여행-마왕퇴 유물전 Aug. 09. 2002 | 1971년 겨울, 중국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에서 탐사작업 중이던 한 사람이 땅속에서 흘러나오는 정체불명의 기체를 발견했다. 기체에 불을 붙이자마자 푸른 불꽃이 솟구쳤다. 이는 지하무덤 속에 매장된 부장품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소기(沼氣)로, 보존상태가 좋다는 증거. 2천1백여 년 전 조성된 마왕퇴 한묘(馬王堆 漢墓)가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고대 중국의 내세관 담은 다채로운 부장품들 선보여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9월 29일까지 열리는 ‘마왕퇴 유물전’에서는 마왕퇴 한묘 부장품 3천여 점 중 1백76점을 선별해 소개한다. 1972년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한 마왕퇴 한묘는 기원전 2세기 전한시대의 대후 이창과 그의 부인 신추, 요절한 아.. 2002. 8. 9.
무한질주하는 만화적 상상력-환타지전 Aug. 02. 2002 | 만화라면 조그만 사각 틀에 들어가는 형식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자극제가 될 전시가 열린다. 8월 6일까지 관훈동 갤러리 창에서 열리는 ‘젊은 만화의 힘, 무한상상의 자유-환타지’전이 그것이다. 독특한 작품세계로 주목받아온 권신아, 이애림, 이향우, 최인선, 이태영, 아이완(iwan) 등 젊은 여성작가 6명이 환타지를 주제로 6인 6색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흔히 만화전시는 원화 중심의 평면적 전시가 되기 쉽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원화뿐만 아니라 인형오브제, 대형 디지털프린트, 플래시 애니메이션, 아트포스터 등 다양한 형식을 선보였다. 만화적 상상력의 힘을 빌어 평면과 입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들의 행로를 따라가는 경험이 흥미롭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이향우, 권신아, .. 2002. 8. 2.
놀이와 그림 감상을 하나로-‘상상 속의 놀이’전 Aug. 02. 2002 | 요즘 인사동에서는 미술과목 방학숙제 때문에 전시장에 온 아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 전시장에 다녀왔다는 ‘증빙자료’로 팜플렛을 사고, 받아쓰기하듯 전시제목과 재료를 적는 아이들의 얼굴엔 의무감만 가득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가 드물고, 작품을 한번 만져볼라치면 불호령이 떨어지는 분위기도 딱딱하기 때문이다. 자녀들과 전시장을 다녀야 하는 학부모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술교육적 측면과 놀이를 결합한 전시 여름방학을 맞은 학부모와 어린이가 다함께 즐거운 미술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를 찾는다면, 9월 1일까지 ‘상상 속의 놀이’전이 열리는 인사아트센터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번 전시는 캐릭터 천국(지하1층), 즐거운 공부방(2층), 상상 동물원(3층), 사.. 2002. 8. 2.
오감으로 느끼는 북아트의 매력-‘감상하는 책’전 Jul. 26. 2002 | 나뭇가지에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책, 얇은 철판으로 만든 책 위에 자석글자를 자유롭게 뗐다 붙었다 할 수 있는 책, 한때 체벌도구로도 사용됐던 학생부 모양을 한 전시도록…책인지 예술작품인지 모를 기발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바로 환기미술관 별관 2층에서 8월 25일까지 열리는 ‘Livre Object : 감상하는 책’전에서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북 프로듀서 이나미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바프’와 북아티스트 김나래가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제본장정, 오브제에 가까운 아트북, 전자책의 일종인 웹북 등 4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오브제로서의 책’이 주종을 이룬다. 이들에게 있어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책은 일종의 조형작품으.. 2002. 7. 26.
살인현장 속 폭력의 얼굴-‘범인은 사진 속에 있다’전 Jul. 26. 2002 | 타인에 대한 물리적 폭력이 극한에 달한 상태는 바로 살인이다. 칼부림으로 얼룩진 살인사건현장은 대중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경우가 있어도 흔히 모자이크로 처리된다. 피가 튀고 살점이 흩어지는 현장 모습이 충격적이기도 하거니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사생활도 존중돼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을 끔찍하다 말하는 사람들도 한편으론 그 모자이크를 상상의 힘으로 벗겨보곤 한다. 폭력적인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런 죽음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것이 인간 심리다. 죽음에 대한 거부와 끌림의 양가감정 충무로에 위치한 스페이스 사진에서 8월 1일까지 열리는 사진작가 김진형의 ‘범인은 사진 속에 있다’전은 이처럼 생명이 유린되는 폭력의 현장에 초점을 맞췄다. 현장감식사진 촬영지침서.. 2002. 7. 26.
사진예술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제2회 사진영상페스티벌 Jul. 19. 2002 | 2002년은 한국미술계에서 사진예술의 저변이 크게 확장된 해다. 사진전문미술관을 표방하는 스페이스 사진, 대림미술관, 한미갤러리 등이 잇따라 개관했으며, 사진분야에 대해 문호가 좁았던 기존 미술관에서 주명덕, 배병우, 한정식 등 중견작가들의 개인전을 유치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가나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에서 8월 4일까지 열리는 제2회 사진영상페스티벌 ‘오늘, 사진은’ 역시 사진부흥의 대세에 힘을 실어주는 전시다. 바네사 비크로프트, 수잔 더지스, 길버트 앤 조지, 배병우, 구본창, 로버트 실버스, 튠 혹스, 피셔 스푸너, 토니 아워슬러 등 작가 18명이 스트레이트 사진부터 디지털사진, 영상설치미술 등 다양한 방식의 근작 1백여 점을 선보인다. 1990년대 이후 현대 사진예술.. 2002.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