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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재해석하는 건축과 의상의 만남-‘바디 인 스페이스’전 May 17. 2002 | 인간의 몸을 가장 가까이 둘러싸고 보호하는 사물이 옷이라면, 그 인간을 다시 품어 안는 것은 건축의 몫이다. 쌈지스페이스 1∼3층에서 6월 2일까지 열리는 ‘바디 인 스페이스’전은 이렇듯 밀접한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의상과 건축이란 매개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는 Shin's라는 이름의 회사를 공동창립하고 활동중인 패션디자이너 신혜리와 건축가 신형철 남매의 협동작품이다. Shin's의 의상은 바느질을 하지 않고, 빛과 외부형태가 희미하게 투과되는 스폰지 천을 가늘게 절단해 서로 붙이거나 엮는 등, 의상제작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이들 작품의 참맛은 특이한 제작방식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의상은 물질이 아닌 ‘공간’ Shin's는 속이 빈 .. 2002. 5. 17.
보고 만지고 느끼는 유쾌한 상상세계 - 브루노 무나리전 May 10. 2002 | 달리의 나른한 시계처럼 제멋대로 구부러진 포크, 나비의 날갯짓에서 생겨난 바람을 이용한 선풍기, 접어서 갖고 다니며 기분 내킬 때 감상할 수 있는 조각… 하나같이 기발한 이 작품들은 5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브루노 무나리’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래픽 아트, 제품디자인,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등 무나리의 예술세계를 집대성한 2백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가벼움의 미학 창출한 넌센스 디자인의 마술사 무나리는 1920년대 후반 미래파 작가들과 교류하며 순수미술가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디자인으로 영역을 넓혀 이탈리아 디자인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다. 디자인 현장뿐 아니라 저술 및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던 그를 가리켜 .. 2002. 5. 10.
예측 불가능한 물물교환 게임-Reflection & Refraction전 May 10. 2002 | 5월 14일까지 관훈동 갤러리 보다에서는 제6회 ‘녹음방초 분기탱천’ 당선작 Reflection & Refraction전이 열린다. 갤러리 보다가 1997년부터 매년 주최해온 그룹공모전 ‘녹음방초 분기탱천’은 젊은 작가들이 선호하는 등용문 중 하나. 박지은, 안세은, 이주은, 주영신 등 4명의 공동작업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작품의 개별적 아우라를 해체하고, 나아가 작가와 관람자의 역할을 모호하게 만드는 독특한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아무도 마지막을 예측할 수 없는 연극처럼 Reflection & Refraction전은 2막으로 구성된 짤막한 연극을 연상케 한다. 그 연극의 제 1막에서, 서로 다른 소재를 갖고 작업해온 네 작가의 작품은 공동작업을 통해 하나의 개체로 융합된다... 2002. 5. 10.
솔 르윗, 곡선의 미학에 풍덩 빠지다 May 03. 2002 |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대가 솔 르윗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5월 26일까지 청담동 줄리아나 갤러리에서 열리는 솔 르윗 근작전을 보고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10여 년 간 제작된 솔 르윗의 조각, 드로잉, 판화 등 전시된 25점의 작품 속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한 격자 모양 조형물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특히 현란한 원색이 꿈틀거리는 부정형 조각 ‘Splotch’의 등장은 파격적이다.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대가 솔 르윗의 현재 이같은 변화가 이색적인 것은 솔 르윗이 기하학적 도형과 직선적 요소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창작활동에서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솔 르윗은 추상표현주의 시대에 작가의 아우라를 형성했던 마띠에르 중심의 조형언어를 .. 2002. 5. 3.
빛과 어둠으로 그려낸 내면의 풍경-주명덕, 민병헌, 구본창 May 03. 2002 | 주명덕, 민병헌, 구본창-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세 명의 사진작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사간동 금호미술관전관에서 5월 23일까지 열리는‘주명덕·민병헌·구본창 사진전’에서는 세 명의 작가가 인물, 풍경, 자화상을 주제로 선별한 사진 30여 점을 선보인다. 콘트라스트가 낮아 어두운 느낌을 주는 로우 키(low key) 사진으로 한국의 자연을 담아온 주명덕은 안개 속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산줄기를 따라 그물처럼 깔려있는 나무의 잔가지, 어둑어둑한 산줄기 사이에서 강줄기가 흰 마직 리본처럼 어슴푸레 드러나는 그의 사진은 대상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고 한 겹의 어두움을 덧씌워 수묵화 같은 풍경 속으로 관람자를 몰입시킨다. 인체 같은 풍경, 풍경 같은 인체 손에 잡히지 않.. 2002. 5. 3.
투명한 속살 드러낸 꿈의 건축물-고명근전 Apr. 26. 2002 | 내가 살고 있는 집의 벽이 투명해진다면? 혹은 답답한 시멘트 벽 대신 유리창으로 사방을 두른 벽을 만들 수 있다면? 푸른 하늘이 시원하게 비치는 지붕은 또 얼마나 멋질까. 시멘트 상자처럼 네모반듯한 건물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도시인들이라면 한번쯤 꿈꿔 보았을법한 풍경이다. 소격동 학고재(구 아트스페이스서울)에서 5월 1일까지 개최되는 고명근의 9번째 개인전 ‘빌딩의 꿈’에서는 이렇듯 환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색적인 건물들을 접할 수 있다. 무의식의 세계를 현실로 일궈낸 사진설치조각 조각을 전공한 고명근은 뉴욕 프랫대학원 재학시절 사진에 매료되면서 사진과 조각의 경계에 서 있는 일련의 ‘사진조각’작업을 선보였다. 그의 사진조각은 건축물을 촬영한 사진을 입체구조물에 반복.. 2002.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