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불러오는 고양이의 묘한 표정들 평소 정색을 하고 있던 고양이에게서 뜻밖의 흐트러진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고양이가 그루밍을 할 때인데요, 털 끝을 까실까실한 혀로 열심히 핥아 몸단장을 하면서 온 힘을 다하기 때문에 종종 묘한 표정을 짓곤 합니다. 본인, 아니 본묘는 모르겠지만 그 속에 참 다양한 얼굴이 숨어있습니다. 혀를 낼름 내밀면서 웃음을 짓는 장난꾸러기 소녀의 얼굴도 되었다가 가끔 이렇게 칠뜩이 같은 표정도 짓곤 합니다. 가끔은 혀가 어디까지 올라오는지 재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정신을 번쩍 차리고 '내가 이러면 안되지' 하며 정신을 가다듬는 듯합니다. 물론 그루밍을 끝내면 내가 언제 저런 웃기는 표정을 지었느냐는 듯 새초롬한 얼굴로 돌아오지요. 그루밍을 마치고 촉촉해진 털옷을 고르며 잠시 숨을 가다듬는 스밀라를 보면서.. 2010. 4. 25. '몰래 엿보기' 즐기는 고양이 일하다가 어쩐지 뒤통수가 뜨끔해서 돌아보면, 스밀라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발로 문을 열고 방안 동태를 살피는 거죠. 고양이 앞발 뒷발의 힘은 은근히 세서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문을 여닫을 수 있을 정도랍니다. 약간의 틈새만 있으면 소리없이~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기척없이 걷는 편인데, 그래서 어렸을 때 소리없이 부모님 등 뒤로 다가갔다가 혼이 난 적이 있어요. 일부러 놀래키려고 한 것도 아니고 아무 생각없이 갔을 뿐인데, 십년감수했다며 '고양이 걸음' 걷지 말라고 꾸지람을 듣곤 했어요. 그런데 막상 고양이에게 당해보니 그때 부모님 기분이 어땠을지 알 것 같네요;; 지켜_보고_있다.jpg 저렇게 염탐을 하다가 저에게 들키면 모른체하고 다른 데를 봅니다. 딴청을 부린다고 저에게 .. 2010. 4. 22. 고양이도 우울할 때가 있다 고양이도 우울함을 타는 시기가 있습니다. 놀아달라고 큰 소리로 불렀는데 사람은 별 반응이 없다거나, 약을 먹거나 수액주사를 맞는 등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할 때가 그렇습니다. 스밀라가 문 앞에서 큰 소리로 불렀는데 급히 해야할 일이 있어 시간을 지체했더니, 저렇게 담요 위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 무기력하게 누워있습니다. 쓰다듬어줘도 그릉그릉도 하지 않고 시큰둥입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반만 뜬 눈과 납작한 귀로 불편한 심기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옆에서 계속 달래주고 놀아주니 눈매가 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요. 코앞에서 얼굴을 들이대면 시선을 살짝 피합니다. 그 모습이 제 눈에는 은근히 사랑스럽게 보이네요. 저를 보지 않는 척 시선을 먼 곳으로 향하고 있지만, 사실.. 2010. 4. 21. 유치해도 재미있는 '고양이 손' 놀이 요즘 새로 만들어준 전망대 위를 떠나지 않는 스밀라. 꼬리만 탁탁 치며 저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어쩐지 "뭔가 재미있는 걸 좀 내놓지 그러나?" 하고 내심 요구하는 것 같아서, 슬며시 손가락을 들이대 봅니다. 손을 들이댈 때 고양이와 개의 차이를 대조해서 보여주는 gif파일을 본 적이 있어요. 개는 '손!' 훈련이 되어서 그런지 사람이 손을 내밀면 거기 맞춰 악수하듯 제 앞발을 내놓는데, 고양이는 사람이 제 앞발에 손을 얹으면 자기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깔린 앞발을 빼서 턱, 하고 사람 손 위로 올리는 모습에 웃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손!" 하고 내밀어봤습니다. 손 전체를 덥석 올리면 무겁고 싫어할 것 같아서 소심하게 손가락 1개만^^ 스밀라는 "-ㅅ-이건 또 뭐야?" 하는 표정이더니, 발가락.. 2010. 4. 17. 앙큼한 고양이와 개미요정의 한판 승부 가끔 물건들이 사라진다. 대개 볼펜이나 머리핀, 열쇠처럼 소소한 물건들이다. 집 한구석에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물건이 사라지는 구멍이라도 있는 걸까. 한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물건들을 내가 잃어버린 게 아니라면, 혹시 누군가 숨긴 거라면? 화가 신선미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와 고양이의 눈에만 보이는 장난꾸러기 ‘개미요정’을 상상하고, 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유머러스한 이야기 그림으로 풀어낸다. 건망증과 상상력의 유쾌한 결합 어려서부터 수차례 지적받고 신경 쓴 탓에 지금은 좋아졌지만, 작가는 한때 ‘나사 하나 빼놓고 다니는 사람 같다’는 말을 들을 만큼 건망증이 심했다. 툭하면 물건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는데, 그는 그때마다 건망증을 탓하는 대신, 물건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이유를 맘대로 상상하곤 했다... 2010. 4. 16. 길고양이들의 '식빵굽기 대결' 길을 걷다보면 안전한 곳에서 식빵 굽는 길고양이를 만납니다. 무심한 얼굴로 날아가는 새를 지켜보는 모습에서 긴장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덩치며 인상이며, 이래저래 왕초의 기운이 느껴지는 길고양이입니다. 그런데 고양이의 얼굴에 순간 긴장이 감돕니다. 뭔가 위협적인 상대를 만났기 때문일까요? 두 앞발에 힘이 들어갑니다. "응? 내가 뭘요?" 5m쯤 떨어진 눈앞에, 젖소무늬 고양이가 의아한 눈으로 왕초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네요. 온몸으로 동그랗게 표현한 식빵 자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왕초 고양이의 눈이 경쟁심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듯합니다. "감히 네 녀석 따위가 내 앞에서 식빵 자세를 자랑하다니...질 수 없어!" 뭐 이런 대사가 머릿속에 자동재생되는군요; "훗! 하지만 나를 이길 순 없을걸요. 난 엉덩.. 2010. 4. 16.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10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