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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베개를 공유한 고양이 아버지의 텔레비전 시청법은 베게를 이중으로 놓고 등의 각도를 높인 다음, 누워서 보는 방법인데 스밀라가 그 자리에 염치 좋게 끼어듭니다. 사실 처음 스밀라가 집에 왔을 때만 해도, 아버지 입장에선 안방은 동물에게 내줄 수 없는 '청정구역'이었습니다. '감히 동물이 사람 자는 데 들어올 수 있느냐'는 집안 어른의 자존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밀라는 처음 몇 달간은 제 방에서만 머물다 거실로, 부엌으로,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혀가야만 했습니다. 스밀라가 어슬렁거리다가 슬쩍 안방에 발을 딛기라도 하면, 당장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스밀라는 아버지가 좋다고 아버지 다리에 제 꼬리를 바짝 세워서 부비고, 그 앞에 발라당 드러눕곤 했지만요. 그런 고양이 애교에 마음이 녹았던지 아버지도 가끔.. 2010. 5. 24.
반할 수밖에 없는 고양이의 옆모습 스밀라가 베란다로 나가고 싶다고 칭얼거려서, 문을 열어주었더니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그들의 털오라기 하나라도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있을까 싶지만, 그중에서도 고양이의 옆모습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은 없을 것 같습니다. 베란다에 방치해 둔 싸구려 옷보자기를 배경으로 선 것뿐인데, 사진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한 모델보다 더 당당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고양이마다 얼굴 생김생김이 제각각 다른데, 스밀라는 이마가 짱구처럼 도톰하고 코가 낮아서, 옆에서 보면 볼을 잔뜩 부풀린 아기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물론 고양이의 매력은 옆모습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렇게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입을 살짝 벌리고 있을 때나 갑자기 카.. 2010. 5. 16.
원형탈모증 걸린 고양이, 속상해 예전에 스밀라의 목 주변 털이 한 차례 빠지면서 마음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는 원형탈모증이 생겼네요. 그땐 털 빠진 자리의 피부색이 거뭇거뭇해져서 기분이 영 찜찜했는데, 곰팡이성 피부병인가 해서 배양검사까지 해보았지만 그건 아니라고 해서, 일단 데리고 돌아와서 주의깊게 지켜보았는데 털갈이 하느라 그랬는지 다행히도 요즘은 다시 두툼한 털 목도리가 자라나는 중이었어요. 이렇게 볼 때는 별 이상이 없는 거 같은데...아침에 물을 먹이면서 무심코 눈두덩을 보니, 이상하게 허전한 느낌이 드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이렇게 조그만 땜빵이 생겼네요. 사람으로 치면 원형탈모증이 아닌가 싶은데...피부색도 그냥 분홍색이고 별다른 상처는 없습니다. 보통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원형탈모증이 생긴다고 하는.. 2010. 5. 13.
은밀한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이중심리 스밀라가 제일 좋아하는 은신처는 교자상 아래입니다. 거실에 손님접대 탁자 겸 어머니의 앉은뱅이책상으로 쓰고 있는데, 높이가 낮고 넓어서 스밀라가 즐겨 몸을 숨깁니다. 이번에도 교자상 밑으로 우다다 달려가서는, 순식간에 몸을 납작하게 하고 상 아래로 쏙 들어갑니다. 혹시 누가 잡으러 오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살짝 내밀어 기웃기웃합니다. 고개를 쭉 빼고 경계하는 모습이 어쩐지 익살스럽네요. 잡으러 오지 않을 것을 안 스밀라의 눈매가 차분해졌습니다. 쫓아오지 못하는 곳에 숨었으니 안심해야 할 텐데 어쩐지 너무 완벽하게 숨어버려 더 이상 숨바꼭질놀이를 할 수 없게 된 아이의 시무룩한 표정 같기도 합니다. 차분히 네 다리를 접고 식빵자세에 잠긴 스밀리입니다. 교자상 밑에서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 2010. 5. 10.
스밀라를 꼭 닮은 고양이 가면 날씨도 좋고 해서 오래간만에 어머니 모시고 마실 나갔다가, 가족의 달 관련 행사를 하는 곳에 잠깐 들렀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찾아갔건만 시끄러운 음악을 틀면서 행사를 하길래 20분도 못 참고 돌아나가려는데, 어린이 체험행사 한구석의 고양이 가면이 눈에 들어왔다.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여우 가면으로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쨌든, 양 볼의 삐져나온 털이랑 스밀라 얼굴형과 똑같아서, 그리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나도 모르게 질러버렸다. 사진에는 없지만, 가면 안에 '얼' '쑤'라는 두 글자가 음각된 것을 보면 '얼쑤'는 이 가면 꾸미기 제품의 브랜드 이름인 듯. 그렇잖아도 공예 사이트에서 고양이 가면을 하나쯤 사보고 싶었는데 내심 잘 됐다 싶었다. 닮았다는_증거.jpg 옆에 앉은 어린이는 이.. 2010. 5. 9.
솜방망이 주먹으로 어퍼컷 날리는 고양이 고양이 주먹에 맞아보신 적 있나요? 동그란 찹쌀떡 같기도 하고 솜방망이 같기도 한 그 주먹에 맞아보면 기분이 참 묘합니다. 고양이가 적의를 담아 주먹질할 때는 발톱을 세우지만, 장난으로 주먹을 휘두를 때는 발톱을 얌전히 집어넣기 때문에, 맞더라도 당연히 아프진 않아요. 그냥 장난스런 스킨십 정도의 느낌이라서 더 정이 간답니다. 오늘도 세월아 내월아 하고 잠만 자는 스밀라의 턱을 살살 긁어주면서 잠을 깨워봅니다. 고양이가 오만상을 찌푸리고 '어~시원해' 하는 표정을 지을 때면 저도 따라 고양이 웃음을 짓게 되는데요. 너무 인상을 구기다보니 저 표정은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애매모호합니다. 근데 어쩐지 스밀라의 표정이 "이제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하며 슬쩍 짜증을 내려는 것만 같습니다. 급기야 어.. 2010. 5. 8.